어깨뽕 빼버린 80년대의 샤넬
세련 절제미 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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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니의 수트는 어깨 패드를 버리고 자연스러운 곡선을 택했다. 그리고 그 세련미와 편안함은 '성공한 비즈니스 맨'들의 상징처럼 자리하고 있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의 주인공이 풀어놓는 얘기의 한 도막이다. 아르마니는 그야말로 단순한 '명품'에서 벗어나 성공한 비즈니스맨들을 꿰뚫는 공통분모 같은 특별함이 있다. 그저 '부유한 사람들이 입는 명품'이 아니라 일에 대한 열정, 우아함, 세련됨을 갖춘 사람들이 원하는 가치와 기호. 그것이 곧 아르마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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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지오 아르마니 |
1970년 자신이 속한 회사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선언한 그는 1975년 밀라노에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문을 열었고 10여년만에 브랜드를 '명품' 반열에 올려놓는 데 성공한다. 오늘날 명품으로 분류되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많게는 100년 이상, 적게도 수십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비하면 그야말로 '고속승진'한 셈이다.
1975년 그가 밀라노 컬렉션에서 처음 선보인 패드를 없앤 실용적 재킷은 밀라노를 패션의 중심지로 만들 만큼 패션업계에 혁명적인 변화로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실용'과 '절제미' '세련미' 등 아르마니가 자신의 옷에서 찾고 있는 가치들에는 수십년간 변화가 없다. 파격적인 디자인과 소재가 패션업계에 수차례 들이닥쳤지만 아르마니는 '차분한 색, 절제된 디자인'을 고수해왔다. 군더더기 없고 그다지 튀지도 않는다.
더스틴 호프만, 잭 니콜슨, 리차드 기어와 같은 유명 헐리웃 배우 뿐 아니라 김 상무와 이 과장, 박 대리 까지 직장인 모두가 원하는 수트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깨를 흐르는 자연스러운 디자인이 주는 관대함과 차분한 색상이 주는 세련됨, 입는 사람의 자신감이 맞물려 '성공'의 아우라를 풍기는 것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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