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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시절' 정우성, 좋은 연기도 때를 안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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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정우성은 진지함과 장난기가 묘하게 공존하는 배우다. 나지막한 목소리의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때로 의외의 진지함에 놀라기도 하고 갑작스런 농담에 웃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정우성은 한류스타이자 정상급 배우이면서도 돌발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기자들의 유도성 질문에 "제시카 고메즈가 좋다" "애프터스쿨의 유이가 좋다"는 식의 직설법을 쓰면서도 '그건 기사에 쓰지 말아달라'고 엄살을 피우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이 '꿀벅지'라는 표현을 쓰기에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그 뜻을 듣고 공감했다"며 특유의 소년 같은 미소를 짓는다.
형식적인 인사와 의례적인 질문, 사소한 수다 등이 이어지면서 눈을 잘 마주치지 않던 그도 조금씩 기자의 시선과 일직선을 이룬다. 짧은 시간 내에 '현재의 정우성'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지만 몇가지 정보들은 그가 일상의 세계와 더욱 밀착해 가고 있음을 알려줬다. 최근 모자를 쓴 수더분한 차림으로 대규모 관중이 모인 야외공연장을 찾은 모습이 그중 하나다.

◆ '호우시절', 정우성의 빛나는 일상연기

영화 '호우시절'은 정우성의 '일상 연기'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꽃미남'의 대명사 정우성과 '감성멜로'의 대명사 허진호 감독이 만나 화제를 모은 영화이기도 하다. 30대 평범한 회사원이 직장 동료 대신 출장을 간 중국 청두에서 미국 유학 시절 친구 이상 연인 이하로 사귀었던 중국 여자와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그렸다.
'호우시절'은 정우성의 최근 출연작 중 일상의 세밀함이 가장 잘 묻어나는 영화인 동시에 그의 연기 또한 가장 일상적이고 섬세하다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정우성이 중국 여배우인 가오위안위안(고원원)과 나눈 영어 연기도 꽤 적절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지난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에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 일상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재미나 감정의 파장이 담겨 있는 작품들이 끌렸어요. '호우시절'은 저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죠.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규모에 상관하지 않았어요. 감정의 파장만으로도 커다란 울림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었죠."


◆ 정우성, 30대의 나이테와 10대의 미소를 지닌 배우

정우성이 '호우시절' 시나리오를 처음 받은 것은 지난 3월 즈음으로 드라마 '시티헌터' 제작준비가 완료되기를 기다리던 중이라 여유가 많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옴니버스 영화에 들어가는 단편이라는 말만 듣고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났는데 아까웠어요. 책을 덮어도 감정이 잔잔하게 느껴졌죠. 물결이 돌아서 치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다가 진전이 돼서 장편으로 늘려서 찍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와 합류하게 됐죠. 허리띠를 졸라매고 한달 안에 다 찍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었어요."

'호우시절'은 정우성이 영화에서 보여준 일상적인 캐릭터들의 색다른 변형이다. '비트'의 반항적인 우울함과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밝은 성격 뒤에 숨겨진 고독, '새드무비'의 차분한 밝음과 다르다. 허진호 감독의 작품 속에서 그는 30대 중반 회사원의 피로와 관성적인 체념, 어른이 되지 못한 소년의 풋풋함을 입체적으로 만들어낸다. 30대의 나이테와 10대의 미소를 동시에 지닌 자연인 정우성의 특징이 덧입혀진 결과이기도 하다.

◆ 좋은 비가 때를 알고 내리듯 좋은 연기도 때를 안다

"데뷔 초 고독의 이미지에 갇히는 게 싫었습니다. 그런 것에서 벗어나면서 외형적으로 선호하는 캐릭터를 일관성 있게 가져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제가 갖고 있는 이미지에 얽매여서 계속 그렇게 보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뭔가 상반된 걸 표출하려고 할 때 언뜻 비춰지는 게 커보일 수도 있죠."

정우성은 영화 속에서 사랑인 줄 모르고 지나쳤던 여자에게서 뒤늦게 사랑을 느끼지만 현실에서는 반대라고 말했다. 데뷔 전 사귀었던 여자친구를 배우가 되고 나서 다시 만났지만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고. "이별을 하면 깨끗이 정리하고 잊는 성격"이라는 설명도 짧게 덧붙였다.

영화 '호우시절'의 제목은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는 의미를 지닌다. 정우성이라는 이름은 한자로 비 우(雨), 성할 성(盛)을 쓴다. 비로 세상을 성하게 한다는 뜻으로 풀이하면 슬픔이 담겨 있는 '비트'와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성공 이유가 분명해진다. 좋은 연기도 때를 안다. '호우시절'은 정우성이 뿌리는, 혹은 정우성에게 내리는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비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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