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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총리 정운찬'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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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리 내정자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가 유독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건 이질적인 세상으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는 서울대 총장까지 지낸 ‘성공한 학자’입니다.

그러나 ‘성공한 학자’라는 이미지가 그에겐 강점이자 약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브랜딩 전문가 신병철씨는 이를 놓고 ‘코카콜라’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코카콜라’라는 브랜드를 ‘코카콜라 제로’로 확장할 수는 있어도 ‘코카콜라 오렌지주스’로 확장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브랜드를 확장할 때는 원래의 이미지와 비슷한 영역으로 옮겨가야 성공 가능성이 높은데 정 총리 내정자의 경우 징검다리가 없이 바로 이질적인 영역으로 브랜드를 확장시킨 경우라는 것입니다.
브랜딩 이론에 따르면 영역이 좁되 깊이를 갖고 있는 브랜드는 브랜드 확장이 어렵고, 한번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정 내정자가 바로 깊이는 깊지만 영역이 좁은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정 내정자가 사는 법은 무엇이겠습니까. 오늘(9월 14일) 발행되는 이코노믹 리뷰가 그 해법을 찾아봤습니다.

먼저 경제학자들은 정 내정자에게 “경제를 잊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성공한 학자’의 이미지가 희석돼야 ‘성공한 총리’가 될 수 있다는 조금은 역설적인 당부입니다. 경제를 안다고 경제를 챙기려 든다면 오히려 경제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경제정책을 기대한다면 이는 정 내정자가 가진 장점을 오히려 충분히 쓰지 못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경제 정책을 펼치려 한다면 당장 사표 쓰고 나와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습니다. 총리로서의 성공여부가 경제정책에 달려있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가 가야 할 큰 방향이 이렇다면 리더십도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내정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흐릅니다. 1인자와 2인자로 만났지만 도처에서 ‘동상이몽’의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때문에 리더십 전문가들은 ‘참모형 총리’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대통령 리더십 연구소 최진 소장은 “성급하게 정책을 입안한다거나 대통령에 대한 반대의사 표명으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행위는 금물”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최 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셨던 김정렴 전 비서실장에게서 역할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이것이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태안참사를 예고한 역술인 김영기씨는 대통령과 총리 내정자의 궁합은 일단 어울린다고 말합니다 두 사람 모두 성격이나 스타일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 조용한 듯 하면서도 격정적이며, 자신의 주장 또한 강한 인물이어서 서로 감각적으로 끌리는 면이 있다는 게 김영기씨의 평가입니다. 하지만 그는 두 사람이 길항 관계를 오래 유지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봅니다. 정 총리 내정자의 경우 학자로선 드물게 칼의 사주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구설수에 오를 가능성이 많고, 그럴 경우 대통령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저런 것들을 감안할 때 정 총리 내정자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성을 갖고 낮은 자세로 국정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 고전 전문가 신동준 박사는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를 귀감으로 삼을 것을 조언합니다. 각론이 서로 엇갈릴 때 상대방을 꾸준히 설득하고 중도의 자세로 현실의 벽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특히 신 박사가 강조한 것은 혀끝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월요일 아침에 정운찬 총리 내정자를 주제로 삼아 화두를 던진 것은 그가 사는 법이 비단 그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강혁 이코노믹리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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