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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에서 '로비스트'까지, 故장진영 연기인생 12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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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충무로가 또 하나의 뛰어난 배우를 잃었다. 35년의 짧은 인생을 살았던 장진영은 아직 관객들에게 보여줄 것이 더 많은 배우였다. 그는 젊고 아름다웠으며 출중한 연기력으로 짧은 시간 충무로 최고의 여배우로 등극했다.

2년 전 드라마 '로비스트'를 마치고 투병을 시작하기 전까지 장진영은 충무로와 방송가 관계자들이 가장 캐스팅하고 싶어 하는 여배우 중 한 명이었다. 장진영은 우아하고 청순하면서도 투박하고 거친 면도 잘 소화하는 보기 드문 배우였다. 이제 더 이상 장진영의 새로운 작품을 볼 수는 없다.


◆ 1992년 미스코리아로 연예계 데뷔

1974년생인 장진영의 연예계 활동은 열여덟 살이던 1992년 미스코리아 충남 진에 뽑히면서 시작됐다. 상명대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모델로 활동하다 1997년 KBS 미니시리즈 ‘내안의 천사’로 연기를 시작했다. 선배를 짝사랑하는 신입 연구원으로 등장해 신인치고는 비교적 비중 있는 역할로 주목받았다.
포카리스웨트, SK텔레콤 등의 광고에 출연하며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장진영은 1998년 MBC 주말드라마 '마음이 고와야지', 베스트극장 '그와 함께 타이타닉을 보다', 1999년 수목드라마 '수줍은 연인', 베스트극장 '함정' 등을 통해 연기력을 쌓았다.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는 방송 초 장간호사 역으로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배우 장진영의 진가는 영화를 통해 꽃을 피기 시작했다. 영화 데뷔작 '자귀모'(1999)에서 이성재가 맡은 주인공의 옛 연인으로 등장해 긴 머리의 청순한 외모를 뽐냈다. 송강호의 첫 번째 단독 주연 영화인 '반칙왕'(2000)에서는 장항선의 딸로 출연해 송강호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맹훈련을 시키는 교관 민영 역으로 당찬 캐릭터를 선보였다. '사이렌'(2000)에서는 소방관 신현준의 곁을 지키며 그의 아슬아슬한 삶을 바라보는 여자친구로 얼굴을 비쳤다.



◆ 영화 '소름'으로 전성기 구가

장진영에게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호칭을 붙여준 작품은 영화 '소름'이었다. 후에 드라마 '하얀 거탑' '베토벤 바이러스'로 스타가 된 김명민과 출연한 이 영화에서 장진영은 긴 머리를 짧게 자르고 변신을 시도했다.

허름한 아파트에서 사라진 아이에 대한 아픈 기억과 남편의 구타로 불행한 삶을 사는 여자로 변신한 그는 하루 세 갑씩 피우는 담배를 입에 물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초췌한 몰골을 연기해 극찬을 받았다. 이 영화로 그는 2001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 디렉터스컷 시상식 올해의 연기자상 등을 휩쓸었다.

이후 장진영의 연기인생은 가속도를 달기 시작했다. 이정재와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 '오버 더 레인보우'로 변신을 시도한 장진영은 박해일과 출연한 '국화꽃향기'에서 시한부인생을 사는 희재 역을 맡아 눈물 연기를 펼쳐보였다.

충무로에서 단독 주연을 맡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여배우로 손꼽히던 그는 영화 '싱글즈'를 통해 다시 한번 비상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스물아홉 살 여성의 심리와 성장을 대중적으로 잘 풀어낸 이 작품에서 장진영은 자신감 넘치는 발랄한 커리어우먼을 연기해 2003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연애참'의 재도약 그리고 마지막 작품 '로비스트'

장진영은 '소름'을 연출한 윤종찬 감독과 다시 한 번 손잡고 시대극 '청연'에서 단독주연으로 나섰지만 친일논쟁에 휘말린 영화가 흥행에서 참패하며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는 "시간이 걸릴지라도 언젠가는 이 영화가 재평가를 받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며 논란으로 인한 흥행 실패에 아픈 마음을 내보였다. 장진영은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자연기자상을 받는 것으로 쓰라린 가슴을 달래야 했다.

장진영의 마지막 영화 출연작은 김승우와 함께 출연한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대한민국영화대상이 이 영화로 장진영에게 여우주연상을 수여했을 만큼 그는 이 작품에서 징그러울 정도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다. '소름'에 이어 다시 한번 밑바닥 삶을 사는 캐릭터를 연기한 그는 술과 담배, 욕을 달고 사는 연아 역으로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 영화를 두 번은 못 볼 것 같다"며 캐릭터 몰입이 힘들었음을 시사했다.

장진영의 찬란한 영광은 거기까지였다. 그는 거의 10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 '로비스트'에서 시청률 부진으로 쓴맛을 봐야 했다. 장진영에 대한 충무로와 방송가의 러브콜은 안타깝게도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코미디와 스릴러, 시대극, 멜로 등을 오가며 팔색조 같은 연기력을 선보인 그의 연기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됐다. 2009년 9월 1일 장진영은 자신이 연기한 '국화꽃향기'의 희재처럼 고된 투병 끝에 35년의 삶을 마감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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