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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지옥' 이용주 감독 "종교가 아니라 믿음에 관한 영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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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불신지옥'은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작품이자 재능 있는 신인감독의 탄생을 알리는 수작이다. 관절꺾기와 충격효과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한국 공포영화는 '불신지옥'을 다시 한번 귀신과 결별을 시도했다. 두세 차례 귀신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불신지옥'이 주는 진정한 공포는 귀신과 무관하다. '불신지옥'은 캐릭터와 미술, 분위기, 드라마로 공포를 주는 보기 드문 작품이다.

◆ '불신지옥', 재능 있는 신인감독의 탄생
이용주 감독은 지난해 '추격자'의 나홍진,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에 이어 주목할 만한 신인감독의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평단의 호평에 이용주 감독은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솔직히 말하자면 좋은 얘기를 듣는 게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기존 공포영화와 비교해서 가산점을 받은 게 아닌가싶다"고 겸손의 말을 남겼다.

이용주 감독은 "작품에 대한 호평이 흥행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흥행의 필연적인 이유로 두 사람의 이름을 거론했다. 자신을 믿고 감독으로 데뷔하게 해준 고(故) 정승혜 영화사 아침 대표와 스승이라 할 수 있는 봉준호 감독이었다.

대학 졸업 후 건설회사에서 일하다 영화로 급선회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조감독으로 영화에 입문한 이 감독은 여러 차례 감독 데뷔 직전까지 갔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한때 '살인의 추억'의 저주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조연출들이 모두 입봉을 못해서 생긴 말이었죠. 봉 감독님도 속이 상하셨을 거예요. 그래서인지 작년에 '살인의 추억'을 찍은 장소에 다들 모이게 해서 밥을 사주시면서 분발하라고 용기를 주셨어요."
이용주 감독은 이미 2003년부터 장편 연출 데뷔를 준비했다. 두세 작품이 투자 문제로 제작이 중단되자 감독 데뷔도 점점 요원해졌다. "정승혜 대표님과 두 번째 만나 '같이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재 영화사 아침 대표이신 이정세 당시 이사에게서 들었던 첫 이야기가 '오늘부터 이 영화가 영화사 아침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 될 것이다'는 말이었습니다. 정 대표님의 신뢰가 아니었으면 이 영화를 만들 수 없었을 겁니다."

◆ "기존 공포영화의 관습을 깨고 싶었다"

이 감독은 "공포영화 마니아도 영화광도 아니다"라며 "단지 좋아하는 여러 장르 중 공포가 있을 뿐이고 생각했던 이야기를 공포로 풀면 좋겠다 싶어서 장르를 붙이다 보니 공포영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용주 감독은 지난해 초 한 선배에게 들었던 무속인과 관련한 일화에서 영감을 얻어 '불신지옥' 제작에 들어갔다. "귀신을 직접 보는 것보다 귀신을 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게 더 무서울 때가 있지 않나"는 이 감독의 말은 이 영화의 공포가 목표하는 바를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불신지옥'은 신들린 뒤 행방불명된 여동생을 찾는 대학생 희진의 이야기를 그린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주인공은 동생을 찾기 위해 집으로 돌아오지만 과도한 믿음에 빠진 어머니와 갈등을 빚는다. 희진은 여동생과 아파트 몇몇 주민들 사이에 뭔가 수상한 일이 있었음을 발견한다.

이 감독이 '불신지옥'을 연출하며 염두에 뒀던 것 중 하나는 "공포영화의 관습을 깨되 흥행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기존의 공포영화를 보며 느낀 것 중 하나는 이야기가 공포적인 장치를 드러내는 수단으로만 쓰이다 보니 허술하다는 것이었다"는 그의 말은 '불신지옥'이 갖는 세밀하고 촘촘한 내러티브의 이유를 말해준다.

◆ "'불신지옥'은 종교가 아닌 믿음에 관한 영화"

작품을 준비하며 이 감독은 '영매-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나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르포 프로그램을 주로 봤다며 "길거리의 광신도들의 삶을 따라가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지극히 선량한 사람들인데 과도한 믿음 때문에 다른 사람과 소통이 안 되고 또 타인들에게서 공격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용주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믿음'이 주는 아이러니다. "믿은 자체가 과도한 것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적당한 믿음은 믿음이 아니죠. 과도한 게 정상인 셈입니다. 사회성과 믿음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풀리지 않는 숙제 같습니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고 또 내려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불신지옥'은 일부 기독교인들에게 '불신지옥'이 반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신도가 아닌 일부 관객들에게는 '조금 더 도발적으로 밀어붙였어도 되는 것 아니었을까' 하는 반응을 얻었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흥행에 도움이 됐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점에는 원래부터 별로 관심이 없었다"며 "종교 문제를 너무 건드렸다가 사회적인 담론이 영화 자체를 뭉개버릴가봐 경계했다. 그런 식의 담론은 공포를 즐기는 데 도움을 주는 선에서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믿음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것이지 종교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용주 감독은 감독 중 롤모델로 봉준호 감독을 꼽았다. "감독이 아니라 영화인으로서 봉준호 감독이 롤모델입니다. 영화도 잘 찍으면서 스태프들과 팀워크가 정말 예술이거든요. 스태프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고 다 끄집어내는 모습이 정말 놀라울 뿐입니다. 현장 스태프들을 홀리는 것 같아요. 영화만 생각하게끔 만들죠. 게다가 정의롭고 인성이 훌륭하세요. 영화감독이 아니라 봉준호라는 인간 자체를 존경합니다." 일명 '봉테일'이라 불리는 봉준호 감독의 꼼꼼함을 그대로 이어받은 이용주 감독의 차기작에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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