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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르포]농성자 추락 소식, 공장밖 가족들 "제발, 제발..."

최종수정 2009.08.07 22:15 기사입력 2009.08.0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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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평택 공장을 찾는 것은 쉽다. 평택시에 들어서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곳을 찾아가면 된다. 그도 어려우면 하늘에 떠 있는 헬기를 보고 짐작할 수 있다. 지금 쌍용차 평택 공장은 공중군과 지상군이 모두 투입된 전쟁터와 다르지 않다.

한 때 자동차 부품과 완성 차량을 싣고 나르느라 분주했을 공장 진입로에는 사람만이 그득하다. 검은색 진압 복장을 갖춰 입은 경찰 병력과 얼굴에 마스크를 한 농성자들이 자동차를 대신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들은 동이 트자마자 얼굴을 맞대고 하루를 보내지만 그들의 시선에는 상대방을 향한 증오만이 가득차 있다.

"경찰들은 사측 용역들이 휘두르는 쇠파이프는 모른 척 하면서 노조측 농성자만 진압하고 있다"면서 울분을 토하는 노조원 김모 씨. 경찰의 강제 진압이 시작된 4일부터 하룻밤을 꼬박 새운 김 씨는 "더 이상 대화는 없다. 죽기살기로 싸울 뿐이다"면서 밤새도록 핀 담배를 또 하나 꺼내 물었다.

오늘도 정상 출근을 하며 '출근투쟁'을 펼치고 있는 사측 직원 박모 씨의 입장은 다르다. 박 씨는 "노조의 주장은 다 같이 죽자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며 "노조의 불법 점거로 쌍용차 중소 협력업체 직원들은 지금 말 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노사간 극한 대립을 보고 있는 가족들의 마음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남편이 들어간 공장을 쳐다보는 것이 하루 일과가 돼버린 이모 씨의 얼굴에는 핏기가 전혀 없다. 이모 씨는 "공장 쪽에서 폭발음이 들리거나 검은 연기가 치솟으면 마음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며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무사히 돌아와만 주길 바란다"며 퀭한 눈빛으로 말했다.
공장 밖에서의 이런 목소리를 알고는 있는지 공장 안에서는 지금도 '전투'가 진행 중이다. 5일 오전 9시에는 공장 안에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아 올라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었다. 경찰이 도장공장으로 가는 핵심 교두보인 조립 3ㆍ4공장에 특공대 병력을 투입한 것. 옥상 진입을 위해서 컨테이너가 등장했고 농성자들은 새총ㆍ화염병 등으로 극렬히 저항했다. 그러나 경찰은 단 5분만에 농성자들을 도장2공장으로 몰아내고 옥상을 순신간에 장악했다.

이 와중에 농성자 십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 소식이 공장 밖에 전해지자 노조측 가족들은 허둥지둥 농성자들이 이송돼고 있는 후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또한 진압 도중 농성자 두명이 도장공장에서 추락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가족들은 울음을 터트리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남편과 소식이 끊겨 불안해 하던 최모 씨는 "제발, 제발..."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측 관계자는 "한 솥밥을 먹었던 사람으로서 인명 피해만은 없길 바랐다"며 "농성자들이 워낙 거세게 저항하고 있어 경찰도 중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러나 노사 양측은 이미 돌아 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공장 밖에서는 경찰과 간간히 이뤄지던 대치 상황이 이제는 노사 양측간 감정 싸움으로 번졌다. 노사 양측은 5일 오전 10시께 투석전을 벌이며 공장 밖에서도 피를 볼 작정으로 맞서고 있다. 경찰의 강제 진압 후 인권위와 노동계에서 외쳤던 '평화적 사태 해결'은 이미 그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듯 했다.

평택 시민이라고 밝힌 한 중년의 남성은 "평택이 쌍용차 공장 때문에 먹고 살았다. 그래서 쌍용차가 없어지는 일만은 없길 바랐다"면서도 "그러나 이럴바엔 차라리 없어지는 편이 낫다. 특히 같은 직원들끼리 편을 나눠 죽기살기로 싸우는 것은 더이상 눈뜨고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 강제 진압 이틀째를 맞은 평택 공장에는 윤도현이 부른 '애국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평택 공장에는 그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서로를 주시하며 치명상을 줄 빈틈을 노리고 있을 뿐이다.

평택=조해수 기자 chs9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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