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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화제] 연예계, 계속되는 '왜색' 콤플렉스

최종수정 2009.06.27 09:00 기사입력 2009.06.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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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이혜린 기자]연예계에서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 중에 하나로 '일본'이 굳건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일본 문화가 개방된지 오래됐고, 일본 원작의 드라마, 영화들이 히트하고 있지만 아직도 일본과 관련되는 것은 꽤 부담스러운 일이다. 배우들은 일본 원작 작품에 출연해서도 '일본스럽지' 않아야 하며, 감독들은 일본에서 영향을 받았다 해도 모르쇠로 일관해야 한다. 어쩌다 일본풍의 소품이라도 쓰게 되면? 즉시 삭제할 준비를 해야 한다.

사실 일본과 역사적인 관계들이 깔끔하게 청산되지 못해 이같은 '왜색 콤플렉스'가 '과잉반응'이라고만 볼 수는 없는 상황. 엔터테이너 입장에서는 일단 피하고 보는 게 낫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전지현은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 '블러드'에서 여주인공을 맡아 열연했다. 원작에선 일본인 설정이었지만 영화 속 주인공의 국적은 아리송하다. 일본인이되, 일본인일 수 없는 상황 때문. 아시아권에서 일본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을 뿐더러 한국배우가 일본인 역할을 하는데 한국 대중의 거부감이 상당한 것을 의식한 결과다.

이같은 상황은 할리우드에 진출한 배우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앞서 '스피드 레이서'로 전세계에 얼굴 도장을 찍은 비도 그랬다. 아시아 남자라고만 설정됐을 뿐 구체적인 국적은 밝히지 않은 것. 일본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라 그 역할이 일본인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이는 한국 내 정서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일이다.

국내 일각에서는 벌써 비의 차기작 '닌자 어쌔신'도 '왜색'이 있지 않나 도끼눈을 뜬 상태. 일본이 탄탄한 콘텐츠 등으로 할리우드 깊숙이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진출한 우리 배우들이 일본을 완벽하게 피해갈 수가 없지만 이를 이해하는 시선은 그리 많지 않다.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은 단어 선택 하나로 '왜색 논란'에 시달렸다. 최근 방한한 마이클 베이 감독이 '일본의 사무라이 희생 정신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발언한 것이 화제가 되면서 '트랜스포머'가 왜색을 띠고 있는 것이냐는 거센 비판이 일었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베이 감독이 워리어(Warrior·전사)라고 표현했으나 통역 과정에서 사무라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논란 진압에 나섰다. 사실 '일본의 워리어'와 '사무라이'가 얼마나 다른지는 알 수 없으나, 워리어는 '되고', 사무라이는 '안되는' 대중의 심리를 보여주는 극명한 예다.

최근에는 전국민의 '여동생'의 소녀시대도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앨범 발매에 앞서 공개한 미니앨범 재킷에 일본 전투기가 등장했다는 것. 밀리터리 콘셉트로 꾸민 멤버들 옆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사용한 전투기가 날아가는 그림이 비난을 촉발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앨범 발매일을 25일에서 29일로 전격 연기하면서까지 이 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했다. 전투기 그림은 국내에서 개발, 생산된 초음속 고등 훈련기 'T-50'을 모티브로 한 아이콘으로 대체했다.

물론 국내 전투기를 응용하는 것이 더 좋아보일 순 있겠지만, 큰 의미 없이 쓰인 전투기 그림이 일본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앨범 전체를 '왜색'으로 호도하는 일부 비난 여론도 '과잉반응'으로 해석될 여지는 있다.

이 사안을 두고 음반 관계자들은 "사소한 소품 하나까지도 일본 역사와 관계된 것은 피하는 게 좋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를 바로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일본과 관련된 건 무조건 안돼'라는 일부 시선은 창작자-엔터테이너들의 활동 폭을 너무 좁게 만든다. 특히 일본이 이미 선점해버린 해외 문화시장에 진출할 땐 더욱 그렇다.

문화관계자들은 "아무래도 역사적 감정이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몇몇 사례의 경우에는 조금 민감한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아시아 지역이 하나로 그룹화돼가는데 이같은 민감한 반응은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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