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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죽은 자를 위한 진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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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물결로 넘쳐난다. 곳곳의 보도사진 속의 인파를 보면 먼저 이 세상을 떠난 분에 대한 아쉬움과 애절함이 묻어난다.



즐겨 듣던 바하나 모짜르트보다는 말러나 그리그에 손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삶과 죽음이 동전의 앞뒷면 같다지만 삶의 이면으로 사라지는 존재의 상실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을 표현했기 때문이리라.



사실 서양음악에서 '죽음'은 상당 부분 신화적인 전통과 종교적인 문화를 내포하고 있다. 수많은 작곡가들이 너무 잘 알려진 레퀴엠(Requiem)부터 알려지지 않은 많은 조곡(弔曲)을 남긴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 그리그 페르귄트 모음곡 중 '오제의 죽음'



1979년 10월26일. 장기 집권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에 맞춰 93.1 FM에서 하루종일 흘러나온 장송곡의 선율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을 것이다. 다른 장송곡도 많은데 유독 이 한 곡을 되풀이해서 방송한 것을 보면 이 곡이 얼마나 유명한 곡인지 짐작이 간다.



이 곡은 19세기 후반 노르웨이에 국민주의 바람을 일으킨 에드발드 그리그(Edvard Grieg)가 작곡한 극음악 페르귄트(Peer Gynt) 제1모음곡의 제2곡 '오제의 죽음'이다. 목관과 현이 함께해 나직이 퍼져나가는 주제 선율은 아무런 이유없이 듣더라도 깊은 한숨과 애상을 그려내도록 하는 힘이 있다. 노르웨이의 민족영웅 페르귄트가 어머니 오제의 임종을 지켜보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페르귄트 모음곡에는 이밖에 영롱한 이슬이 맺힌 정원 너머로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연상케하는 '아침'과 비련의 아리아 '솔베이지의 노래'가 포함돼 있다.

 



◆ 모짜르트(Mozart)의 레퀴엠



영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의 대단원은 잘 짜여진 허구적인 레퀴엠의 작곡 배경과 모짜르트의 죽음을 그리고 있다. 레퀴엠은 본디 로마 가톨릭에서 죽은 자를 위한 위령미사에 쓰인 미사곡을 모은 음악을 말한다. 라틴어 입당송인 미사곡의 첫 마디가 안식을 뜻하는 레퀴엠으로 시작된다고 해서 레퀴엠으로 불린다. 일반적인 미사곡에 사용하는 '글로리아'와 '글레드' 대신 '진노의 날(dies irae)'이 포함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



모짜르트의 레퀴엠은 그의 클라리넷협주곡과 함께 가장 늦게 작곡됐으며 미완성된 작품. 영화의 설정과 달리 가난에 시달린 모짜르트가 폰 발제크 스투바흐 백작의 죽은 아내를 위로하기위해 작곡됐다. 미완성인 이 작품은 그의 제자 쥐스마이어(Suessmayer)가 완성했다. 플루트와 클라리넷, 오보에 등 화려한 음색의 목관악기를 쓰지 않는 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 베르디(Verdi)의 레퀴엠




";$size="250,245,0";$no="2009052907224025969_4.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가 레퀴엠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사실 레퀴엠은 대부분 성악과 합창으로 연주되는 까닭에 오케스트라와 성악가의 조화가 중요한 오페라 작곡가에게는 낮설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 곡이 초연됐을 때 비평가들이 '레퀴엠이 아닌 오페라'라고 비평했을 정도.

 이 곡은 그래서 레퀴엠 답지않게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이 곡의 압권은 제2곡 '진노의 날'. 팀파니의 강력한 타격과 함께 남성합창으로 시작하는 입당송은 영화음악과 CF의 주제곡으로 애용되고 있다. 베르디는 절친한 친구인 시인 만초니의 죽음을 애도하기위해 이 곡을 작곡했다.

 







◆ 브람스(Brahms)의 독일 레퀴엠



서정적이면서도 구슬픈 선율은 브람스를 따라갈 작곡가가 있을까. 사실 그의 교향곡 4번을 들어보면 마치 죽은 이를 그리워하는 듯한 선율로 느껴질 정도. 그런 브람스가 레퀴엠을 작곡한 것은 너무도 당영한 일일지 모른다.



이 곡은 다른 레퀴엠이 미사용으로 쓰인 것과 달리 순수 연주용으로 작곡됐다. 특히 모든 레퀴엠이 라틴어로 불리는 것과 달리 독일어로 쓰여져서 '독일 레퀴엠'으로 불린다. 브람스는 그의 모든 교향곡과 마찬가지로 젊어서부터 레퀴엠을 구상했지만 레퀴엠을 작곡하기 원했던 슈만이 죽고서야 레퀴엠을 완성했다. 그래서 브람스의 레퀴엠은 슈만을 위해, 그리고 그의 어머니를 위해 작곡했다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브람스의 여인 클라라가 그의 레퀴엠을 누구보다 더 좋아했다고 한다.

 



◆ 포레의 레퀴엠




";$size="170,170,0";$no="2009052907224025969_6.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오르가니스트면서 작곡가인 가브리엘 어반 포레(Gabriel Urbain Faure)도 부모님의 죽음을 애도하기위해 레퀴엠을 작곡했다. 교회의 오르가니스트로도 활약했던 그의 신앙심은 매우 깊어 부모님을 위한 레퀴엠이지만 지극히 성서적인 주제를 바탕으로 작곡했다.



시간이 촉박해 다소 엉성했던 제1버전 레퀴엠은 소규모 편성인 제2버전으로 바뀌었고, 마지막으로 1900년에 풀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완성된 제3버전은 오늘날 일반적으로 연주되는 악보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이 곡도 결과적으로 연주회 용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포레는 죽음이 최후의 심판이 아닌 영혼의 안식으로 가는 행복한 것이라는 시각을 이 곡에 담았다.

 



◆ 라벨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size="250,250,0";$no="2009052907224025969_7.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 프랑스의 작곡가 라벨(Maurice Joseph Ravel)은 볼레로만 작곡한 게 아니다. 그가 작곡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엄밀하게 보면 조곡이 아니다. 오히려 무곡에 가깝다. 그러나 목가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이 곡은 라벨이 운율을 맞추기위해 '죽은 왕녀를 위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고 하지만 그 자체로 죽은 이를 애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파반느는 16세기 이후 등장한 우아하고 화려한 궁중무곡이지만 장중하고 느린 탓에 깊은 향수가 베어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당초 이 곡은 피아노 독주곡으로 1902년 파리에서 친구 리카르도 비녜스에 의해 초연됐지만 1910년 라벨이 2관 편성에 의한 관현악곡으로 다시 편곡했고, 관현악곡이 더 자주 연주된다.

 







◆ 바하 '죽음의 칸타타'



 신앙심이 깊었던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찬 바하(Bach)는 종교적인 성향의 칸타타를 주로 예배용으로 작곡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106번 칸타타는 개인의 장례식을 위해 이 곡을 작곡했다. 어떤 이는 숙부 렌메르힐트를 위해 작곡했다고 하고 또 다른 학자는 바이마르 어떤 학교 교장을 위해 썼다고 주장한다. 아무튼 종교적인 목적이 아닌 순수하게 애도를 위해 작곡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종교적인 칸타타와 달리 코랄이 서주에 사용되지 않고 장중한 푸가로 시작한 점도 특징이다. 이 곡은 바로크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다보니 장중하다기보다는 '경건하다'는 느낌이 더 강한 곡. 사도행전과 시편, 누가복음의 시를 통해 내세의 낙원을 그렸다고 한다.

 







◆ 베토벤 교향곡 3번 2악장



 악성 베토벤의 교향곡 3번은 '영웅'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베토벤이 26세일 때 나폴레옹이 이탈리아를 평정하자 그를 존경한 베토벤은 이 곡을 작곡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황제로 취임한 대관식을 보고 그의 마음은 달라졌다. 프랑스 대사관으로 보냈던 악보 표지를 베토벤이 찢어버린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나폴레옹이 폭군으로 변할 것이라고 외친 베토벤은 이 곡을 나폴레옹이 아닌 로코프 비치 공에게 헌정했다. 베토벤은 나폴레옹이 세인트헬레나섬에서 최후를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이 작품의 2악장을 발표했다. 그래서 이 곡의 2악장이 '장송행진곡'으로 불린다. 위대한 용사를 추모하기위한 장중함이 2악장 아다지오 아사이와 맞물려 종교적인 정화감마저 느끼게 한다.

 





◆ 말러 교향곡 5번 1악장




";$size="250,250,0";$no="2009052907224025969_10.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 금관악기의 독주와 함께 시작하는 말러의 교향곡 5번은 폭발적인 중저역의 깊이감때문에 오디오파일들의 테스트용 음반으로 많이 활용되기도 한다. '죽음의 행진'으로 불리는 이 악장은 시작부터 죽음의 느낌을 장중하고도 깊게 표현하고 있다.



말러는 이 곡을 장송행진곡 풍으로 작곡함으로써 죽음을 직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이 밖에 말러의 교향곡 9번 4악장도 아다지오로 현악기의 밀도있는 연주로 출발, 죽음의 느낌을 잘 표현해 장송곡 추천 리스트에 자주 오르내린다. 말러가 9번 교향곡을 마지막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점도 이 곡에 장송의 느낌을 더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 리스트가 편곡한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size="250,250,0";$no="2009052907224025969_1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 김연아 선수가 배경음악으로 즐겨 사용해 유명해진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Totentanz)'는 원래 생상스가 작곡한 4개의 교향시 가운데 3번째 곡이다. 중세 유럽의 전설에서 '밤이면 묘에서 일어난 해골들이 춘 춤'을 뜻하는데, 죽음에서 도피하기위해 춘 춤곡을 뜻한다.



피아노를 유독 사랑했던 리스트는 생상스가 작곡한 죽음의 무도를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할 수 있도록 독주곡과 협주곡으로 편곡했다. 1849년 완성된 이 곡은 본디 16세기 가톨릭 레퀴엠의 2곡 '진노의 날'을 주선율로 사용했다고 한다. 죽음의 어두운 이미에서 벗어나 신의 응답과 십자가의 희망, 긍정을 되풀이한다는 점에서 다른 진혼곡과는 다른 맛이 느껴진다.

 





◆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




";$size="250,216,0";$no="2009052907224025969_12.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 죽음을 주제로 한 음악 중에서 슈베르트(Schubert)를 빼놓을 수 없다. 현악사중주 14번 D단조로 불리는 '죽음과 소녀(Der Tod und das Madchen)'는 그의 15개 현악 4중주 가운데 가장 빼어난 곡으로 꼽히는데, 전형적인 단조가 죽음의 공포에 놓인 소녀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애절한 선율로 다가온다.



이 곡은 죽음을 앞둔 소녀와 그녀를 데려가려는 죽음의 신 사이에 대화형식으로 진행되는 클라우디스의 시를 바탕으로 작곡됐다. 31세라는 젊은 나이에 삶을 뒤로한 슈베르트가 죽음을 예감하고 죽음에 대한 생각을 음악으로 표현한 이 곡에는 그래서 슬픔 속에서도 찬란하게 솟아나는 영롱한 선율로 인생의 아름다움을 역설했다는 느낌이다.

 





◆ 쇼팽 피아노소나타 2번 3악장



 피아노의 시인 쇼팽도 피아노로 연주하는 장송행진곡을 그의 소나타 2번 3악장에 남겼다. 폴란드에 대한 애국심을 가슴에 품은 쇼팽은 읽어버린 조국에 대한 애도의 곡으로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어둡고 무거운 피아노의 타건음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마치 먹구름이 몰려오는 공포의 느낌을 단조로 표현했다. 마치 고통과 탄식에 빠진 폴란드인들의 마음을 가지고 장중한 행진에 나서는 분위기다.



장송행진곡을 작곡하고 10년이 지난 1849년 쇼팽의 장례식은 그의 장송행진곡과 함께 시작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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