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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어떻게 한국을 매혹했나?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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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이혜린 기자]

S#1. 사람이 꽉 차있는 서울 2호선 지하철 안. ‘너무 반짝 반짝 눈이 부셔 노노노노노’로 시작하는 벨소리가 우렁차게 울린다. 몇몇 학생들이 자신의 휴대폰을 확인하는 사이 50대 아저씨가 휴대폰 슬라이드를 열고 말한다. “여보세요.”

S#2. 아이돌그룹 god 출신의 인기가수 김태우가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하는 현장. 김태우는 “소녀시대로 인해 군생활에 큰 힘이 됐다. 그들에게 감사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소녀시대가 대세다. 지난달 5일 발매한 미니앨범 타이틀곡 ‘지(Gee)’는 음원사이트 엠넷닷컴에서 7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오는 27일 KBS ‘뮤직뱅크’에서도 2월 최고의 히트곡으로 뽑힐 예정이다. 그뿐이랴. 컬러 스키니진과 빈티지 티셔츠는 대학생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됐고, 여성들 사이에선 '소녀 메이크업'이 떴다. 지난 한해 섹시가수들에게 푹 빠졌던 남성들은 청순하고 맑은 소녀시대로 이상형을 바꿨다. 과연 소녀시대의 시대다.


# ‘유고걸’의 발랄 업그레이드 버전

우선 곡의 매력이 출중하다. 트렌디하면서도 남녀노소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곡의 특성은 발매 이틀만에 음원사이트 1위에 오르는 폭발력과 이후 두달 여 간이나 정상을 지키는 저력을 가졌다.

대중문화평론가 강명석씨는 이 곡에 대해 “최근 유행하고 있는 후크송의 가장 극단에 서있는 곡”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아무리 노래를 못외우는 사람도 이곡을 두번만 들으면 외울 수밖에 없다”면서 “노래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클라이막스로 이뤄져있는 극단적인 곡”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아이돌그룹 주도로 유행한 후크송의 특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면서도 질리지 않는 지점을 찾은 셈. 이 곡을 작곡한 이트라이브는 “지난해 발표한 이효리의 ‘유고걸(U Go Girl)’에서 발랄한 매력과 대중성을 강화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유고걸’을 히트시킨 바있는 그는 “효리씨가 웃으면서 ‘유고걸’ 이후에 밝은 노래가 인기있을 것 같다고 말한 적 있다”면서 “실제로 ‘지’는 그 연장선상에서 ‘유고걸’보다 더 밝고 쉬워진 버전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곡은 두가지 이상의 특성이 공존하고 있기도 하다. 이트라이브에 의하면 이 곡은 업템포 힙합 비트에 R&B 멜로디를 얹었고, 80∼90년대 당시 유행하던 드럼 비트와 세련된 신디사운드를 어우러지게 해 여러 세대가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처음부터 소녀시대를 염두에 두고 썼기 때문에 그룹의 매력과도 딱 맞아떨어졌다. 그는 “‘유고걸’이나 세븐의 ‘난 알아요’는 곡을 먼저 쓰고 가수를 구한 경우였지만, 소녀시대는 먼저 의뢰가 들어와 곡 작업에 착수한 케이스”라면서 “소녀시대의 밝고 순수한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려했다”고 말했다.

#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버블껌

이는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전략과도 상통했다. 소녀시대가 ‘지’로 가장 중점을 둔 목표는 30∼40대 남성들을 사로잡는 것. 또 2009년 새해 첫 컴백하는 그룹으로서 희망차고 산뜻한 기운을 주자는 의도도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 홍보팀 김은아 과장은 “컴백 시기가 새해인 만큼 화사하고 싱그러운 색깔에 중점을 뒀다. 티셔츠만 입어도 예뻐보이는 스무살 여성의 자연스러움을 살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패션과 메이크업도 최대한 가볍게 연출했다.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는 컬러 스키니진에 빈티지 티셔츠를 매치해 과한 설정이나 콘셉트로 인한 부담감을 줄였다. 메이크업은 소녀의 모습 그대로를 살리기 위해 아이 섀도우도 생략했다.

이러한 ‘지’의 무대는 일상에 지쳐있던 대중에게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했다. 강명석씨는 “‘지’는 입안에서 톡톡 튀는 버블껌처럼 듣는 사람이 계속 기분 좋아지도록 하는 노래”라고 ‘지’의 매력을 짚었다.

하지만 이 곡을 소화한 것이 소녀시대였기에 이같은 성공도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만약 다른 가수가 불렀다면 실패했을 수도 있는 곡이다. 노래의 기법이 극단적인데, 그 틈을 채운 게 소녀시대의 캐릭터다. ‘반짝반짝’, ‘눈이 부셔’ 등의 구절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끔 한 것이 바로 소녀시대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 채워지지 않는 호기심의 상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소녀시대는 소녀들의 풋풋한 매력에 중점을 둔 그룹이다. 2007년 데뷔해 지난 2년간은 특정팬들의 사랑을 받았다면, 이제는 사회전반적인 ‘흐름’을 탄 상태. 옅은 화장과 순수한 모습에 대한 남자들의 로망이 식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녀시대의 포지션은 현재 원더걸스와 카라의 중간지점. 여인과 소녀를 오가는 원더걸스와 귀엽고 앙증맞은 카라의 중간쯤에서 오로지 소녀성 하나로 승부한 케이스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소녀시대는 섹시함을 완전히 배제한 소녀의 이미지이면서도 어린 느낌의 카라와는 또 다르다”면서 “그 소녀성으로 남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불건전한 무엇이 아니라 아직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에 대한 호기심이다”고 분석했다.

5년차 사진기자 A씨는 소녀시대의 친근한 이미지에서 매력을 찾았다. 다가갈 수 없는 완벽한 여자가 아니라,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인기만점의 여학생 같은 느낌. 그는 “아이돌의 경우 화려하고 완벽한 얼굴보다는 실제로 내 친구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 더 인기를 끈다”면서 “무대 위의 소녀시대는 대학 캠퍼스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퀸카의 모습이라서 오히려 더 설레고 두근대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장기불황으로 암울한 시대의 요구도 작용했다. 일상에 찌들어있기에 맑고 순수한 이성을 찾으려 한다는 것. 강명석씨는 “최근 김연아, 박보영 등 맑고 순수한 느낌의 소녀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세상의 시름을 다 잊을 수 있을만큼 밝은 이미지를 원하기 때문이다. 소녀시대는 바로 이 점에서 다른 걸그룹들에 비해 강점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혜린 기자 rinny@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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