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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오바마의 미국, 이명박의 한국

최종수정 2009.01.21 15:16 기사입력 2009.01.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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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정치 평론가들이 오바마와 링컨, 존 F.케네디의 이미지를 연결시켜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그는 두 전 대통령보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꿈과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의 리더십, 오프라 윈프리의 탁월한 대중성과 콘돌리자 라이사 전 국무장관의 당당함으로 연결되는 검은 피부의 상징성을 전부 자신의 것으로 끌어 모은 결정판이라고 봅니다.

80%가 넘게 시작하는 오바마의 지지율 역시 국정추진력이 되기보다는 여간 잘해서는 더 이상 지지를 기대할 수 없는 한계치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달리 말하면, 미국경제가 잘 풀리면 ‘역시 오바마’로 환호할 것이고 침체가 1년 이상 길어지면 정치경력이 짧은 ‘애송이 흑인’으로 폄하될 여지가 큽니다. 어차피 정치인은 과정보다는 결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링컨과 케네디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인기가 많고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결단과 행동을 한 위대한 인물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역사에 남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인기 절정기에 암살당하여 국민의 가슴에 아쉬움을 남긴 대통령들이라서 더 애잔한 그리움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남북전쟁으로 인한 연방분열의 위기에 직면하여 호소했던 링컨의 게티즈버그 명연설. 또한 제3차 대전으로 갈지도 모를 미·소 핵 대결 직전의 절대위기에서 케네디가 결단했던 쿠바 봉쇄명령은 대통령이 가진 국민통합의 역량과 고뇌의 비장함을 보여준 압권이었습니다.

오바마처럼 젊은 나이로 대통령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을 위한 전략으로 이들의 이미지를 차용하려는 욕심을 갖는 이유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링컨이나 케네디 대신 닉슨이나 부시를 모델로 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검은 링컨 오바마의 취임사에도 특별한 내용이 없는 것 같지 않습니까? 월가의 다우지수조차 오바마의 말에서 확신을 못 찾고 지지선인 8000포인트를 단번에 붕괴시킨 것도 오바마시대가 결코 장밋빛으로 물들지 않을 거라는 암시를 하고 있습니다. 기대치가 크면, 작정하고 뭔가를 듣기 고대하는 사람들에게 웬만한 표현으론 만족을 못시키게 되는 이치입니다.

그는 미국 경제가 탐욕과 무책임의 결과로 매우 취약해졌다며 직면한 도전과제들은 쉽거나 짧은 시간에 극복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할 수 있고,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지금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임한 상태이며, 우리의 경제는 매우 악화돼 있다고 다 아는 현실을 부연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남는 명연설을 하고 싶었겠지만 핵심은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어쩐지 ‘우리는 할 수 있다’ 이 구호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습니까? 1970년대 초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시작하며 전 국민들에게 ‘우리도 잘 살 수 있다’고 독려했던 바로 그 말의 변형에 불과합니다. 미국인들의 확신 없는 정신적 공황상태가 35년 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보면 좀 심하겠지만, 그만큼 위기감을 심어주고 시작하겠다는 뜻입니다.

혹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사에 기억나는 대목이 있습니까?
아마 ‘선진화’와 ‘실용’이란 두 단어와 우리 정치가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거나 ‘공교육정상화’ 정도가 기억날 겁니다. 또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이른바 ‘비핵·개방 3000 구상’. 그리고 남북 정상이 언제든지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것을 제안한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1년이 거의 다 된 시점에서 실현된 게 없을 뿐 아니라 남북문제처럼 거꾸로 풀리는 문제도 있습니다. 취임사가 오히려 발목을 잡게 된 경우입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전에 국보1호 남대문이 전소되는 걸 참담하게 지켜본 데 비해, 오바마는 취임 전에 나비처럼 내려앉아 승객 전원을 살려낸 허드슨 강의 기적을 언급할 정도로 운이 따르는 면이 있습니다. 또 이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고유가와 쇠고기파동, 주가폭락으로 정신없는 1년을 보낸 것과 달리, 오바마는 취임 전에 미리 만신창이가 된 상태의 미국경제를 물려받았다는 것도 운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임기만료가 한 달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이 대통령은 앞으로 4년간 부시 전 대통령보다 오바마와 더 친해야만 하는 숙명의 관계입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집권한 이 대통령이 내내 경제보다 정치에 시달리다 마지못해 한 개각. 그 첫날에 용산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를 보며 참 운이 따르지 않는 대통령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시 경제보다 정치가 전면에 등장하고, 당분간 미국 새 정부 출범보다 더 큰 이슈가 되는 걸 우린 감수해야 합니다.

엄동설한에 더 날을 세우고 검은 메시지를 던지는 북한도 참 걱정거리입니다. 뭔가 극적인 정치적 반전을 도모해야할 시기가 오면, 이명박 대통령보다 먼저 오바마라도 직접 평양행 비행기를 타고 트랩에서 손을 흔드는 그날을 기대하며 새로운 출발을 격려해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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