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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왜 씨티 살리기 도박 택했을까?

최종수정 2008.11.24 16:56 기사입력 2008.11.24 16:41

미국 정부가 씨티그룹에 200억달러를 직접 투입해 자본을 늘리고 회사가 보유한 부실자산을 3060억 달러까지 보증해 주기로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달 씨티그룹에 250억달러를 투입한 데 이어 이번에 200억달러를 추가 지원하고 그 규모만큼 우선주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우선주의 배당률은 8%로 결정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과 함께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 AIG의 경우와는 완전히 달라

이같은 계약은 한마디로 보통사람이 했다면 도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약간 다르다. 즉 정부는 돈이 얼마든지 있다. 다시 말해 미국 정부는 얼마든지 달러를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파산위기에 내몰려 구제금융을 받은 AIG의 경우 미국 정부는 80%에 가까운 지분을 인수해 국유화했다. 하지만 씨티그룹의 경우에는 우선주만을 사들이는데 그쳤다.

지난 주말 씨티그룹의 종가는 3.77달러였고 총 주식수는 지난 9월말 현재 54억4900만주로 시가총액은 205억달러수준이다. 이나마도 장중에는 주가가 3.05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결국 개인이 주식시장에서 200억달러를 투자했다면 씨티그룹의 지분을 99% 가까이 다 사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거래에서 시장주의 원칙과 현재 싯가가치를 반영한 회계 원칙을 갖고 있는 미국 정부는 이같은 원칙을 깨면서까지 8%의 배당을 받는 우선주를 택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선택은 결국 AIG처럼 국유화하지 않고 기존 경영진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 의미는 결국 씨티그룹을 파산시키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결정이다.

왜 이런 결과가 생겼을까? 이는 정부가 씨티그룹에 최대한 빠른 시간내 구제금융이라는 몫돈을 안겨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가장 빨리 제기될 수 있다.

◆ 왜 서둘러야 했는지도 의문점

또 이번 결정은 차기행정부인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7000억달러의 상당부분의 사용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버리겠다는 것으로도 해석돼 관심을 모은다.

오바마는 월요일인 24일 차기 행정부의 경제팀을 발표하도록 돼 있다. 현 정부는 씨티그룹의 구제안을 이보다 하루 앞선 일요일인 23일 늦은 밤에 부랴부랴 결정했다.

이번 결정이 평이한 내용이나 일반적인 수위의 의사 결정이었다면 굳이 서둘만한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가 차기 내각을 발표하고 나면 여론의 향배에 대해 부담을 느꼈고, 역시 이에대한 확신이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될 수 있다.

또 씨티그룹에 보증을 서준 3060억달러는 이미 부실 가능성이 있는 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만약 이 금액이 20%만 부실하다고 해도 씨티그룹의 자금은 거덜나게 되고 나머지는 추가로 정부 공적자금으로 채워넣어야 할 판이다.

지금까지의 시장상황으로 볼 때 흔히 부실자산은 30%~50%까지도 가치가 폭락하거나 부실화 돼서 상각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또 만약 주택시장이 반등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금이 회수되지 못하고 묶이는 것에 대한 기회손실도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 도덕적 해이 판단기준도 혼란?

이번 결정으로 도덕적 해이에 대한 의미도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도덕적 해이란 예컨대 공무원이나 금융기관 임직원 등 소규모 권력을 가진 집단이 자신의 권력 범위 내에서 도덕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에 적용되는 말이다. 다시 말해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고 문제 삼을 수 있는 상위 권력기관이 존재할 경우에 해당되는 문제가 된다.

이번 씨티그룹에의 공적자금 투입 결정은 최종 권력기관인 정부가 범한 정책결정이고 따라서 적법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만의 하나 도덕적 해이라고 해도 이를 심판할 수 있는 권력기관이 있을 지는 의문이다. 다시 말해 도덕적 해이의 한계를 벗어난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고 권력에 의한 적법한 판단기준과 타당한 절차를 지킨 것이어서 큰 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물밑 접촉 과정에서 뇌물 등 스캔들로 인해 크게 여론의 문제되지 않는 이상 그야말로 도덕적인 수준에서의 문제로 그칠 전망이다.

24일 아시아 주요국의 주식시장은 지난 주말 뉴욕증시 급등 마감에도 불구하고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씨티그룹 사태도 일단 외연상으로는 정부 구제금융으로 호재로 보였지만 시장은 오히려 오후들어 낙폭을 키운 모습이다. 이에 따라 유럽과 미국 증시의 월요일 장세 반응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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