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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家의 역사(상) [제2창업 맞는 SK그룹]

최종수정 2007.10.26 11:00 기사입력 2007.10.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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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 손수 나르며 폐허위 창업꿈
최종건 창업주 땅문서 · 동생유학비  쏟아부으며 열성
그룹모태 '선경직물' 탄생...인조견 '루스터'로 성공


1953년초 서울대 농화학과를 다니던 최종현 회장은 미국으로 유학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유학수속을 밟으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유학자금이었다. 당시 형인 최종건 창업주는 다 무너져가는 직물 공장을 회생시키기 위해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부어 놓은 터였다. 

큰형은 심지어 부친의 땅문서를 몰래 저당 잡혀 직물공장부지 1만2000평 중 4000평을 매입한 뒤 기계수리비며 원료구입비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최종건 창업주는 6.25전쟁 후 폐허더미로 전락한 공장에 마차로 자갈을 나르고, 직접 공장 문짝까지 달았다. 

요즘에야 건설회사가 공장을 짓지만 당시엔 마차를 이용해 5㎞ 떨어진 광교천에서 돌과 자갈을 날라 만들 수밖에 없었다. 

무거운 앵글이나 파이프도 모두 종업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나르는 등 수원공장은 창업주와 종업원이 손으로 만든 공장이었다. 

부친의 눈에는 이런 큰아들의 행동이 마땅치 않게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큰 아들이 아무리 졸라대도 호주머니를 더 이상 풀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보기엔 집에 돌아와서 잠을 자는 시간까지 아까워서 아예 군용침대를 공장 안 흙바닥에 놓고 공장안에서 살다시피 하는 큰 형을 남의 일처럼 치부하기 힘들었다. 

동생은 자신의 유학자금을 주는 대신에 맏형의 사업을 도와줄 것을 부친에게 간청했다. "먼저 형에게 투자하는 셈 치고 유학자금을 맡기고, 형에게 이자조로 송금을 받으면 유학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동생의 제안은 형으로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 화학과로의 유학은 이렇게 어렵게 이뤄질 수 있었다. 

이러한 산고 끝에 태어난 직물공장이 바로 사실상 그룹의 모태인 선경직물이다. 

SK라는 사명도 선경의 앞 글자 영문이니셜을 따왔다. 선경직물은 1930년대 일본인이 조선에서 만주 일대를 대상으로 직물을 수출하던 선만주단(鮮滿綢緞)과 일본의 교토(경도)직물(京都織物)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였다. 

상호도 선만주단의 '선'자와 교토직물의 '경'자를 따서 '선경(鮮京)'이라고 지은 것이다. 

사업인수와 운영자금을 어렵게 마련한 최종건 창업주는 여전히 할 일 태산이었다. 

회사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할 단계이다 보니 관련 전문지식을 습득한 직원들이 전무했다. 대부분 견습공이었기 때문에 최 회장이 나서서 일을 가르쳤다. 

기계가 고장 나도 수리할 수 있는 직원이 없어서 최 회장이 직접 나가서 부품을 구해오고 고쳐 공장을 돌렸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끝에 공전의 히트작으로 평가받는 인조견 '루스터'(Rooster, 장닭)이 탄생한다. 

이 옷감은 '지누시'(양복을 만든 후 안감이 줄어들지 않도록 재단을 하기 전에 세탁하는 과정을 지칭하는 일본말)를 하지 않고 재단이 가능한 당시로서는 유일한 안감이었다. 

다른 대부분의 직물공장이 제고가 쌓이며 제품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선경직물만은 제품이 창고에 쌓을 틈도 없이 팔려 나갔다. 실제로 당시 선경직물의 안감을 모방한 짝퉁 '닭표'안감이 나올 정도였다. 

그는 닭표에 그려진 장닭의 그림을 직접 고안했고 '선경의 제품'이라는 제조원을 분명하게 밝히며 일찍부터 브랜드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경직물은 나일론 직물생산을 시도하면서 여러 가지 난제에 부딪혔다. 그중 하나가 나일론 원사에 풀을 먹일 때 발생하는 정전기 문제였다. 

고심 끝에 김영환 상무는 미국, 일본의 유명 합섬회사에 편지를 띄워 사이징(Sizing) 기술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그러나 어느 회사에서 답장은 오지 않았다. 당시 국내 유일의 나일론 직물 생산업체였던 태창직물에서도 나일로 원사의 사이징 기술을 극비에 부치고 있었다. 

최 창업주는 지인인 극동건설 김용산 사장을 통해 정전기 방지기술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려 했다. 

자재 구입을 위해 일본 출장이 잦았던 김 사장은 일본 동경의 어느 한국 음식점 주인에게 선을 대어 나일론 원사에 윤활유를 바르면 정전기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낸다. 

음식점에 드나드는 손님 중에 나일론 직물 회사의 직원이 있었던 것.

김 사장은 이렇게 인수한 고급정보를 최 회장이 대접한 '술 한 잔'에 팔고 말았다. 최 창업주가 그날 술값으로 지불한 금액은 단돈 10만환. 

이 비화는 '10만환에 인수한 나일론 원사 제조기술 정보'라고 그룹내 회자되고 있다. 

이규성 기자 bobos@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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