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적합업종' 시행…5년간 진입 자제·위반하면 이행강제금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절차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업종을 지정해 5년간 대기업의 진출·확장을 막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오늘부터 시행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3일부터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를 시행한다. 소상공인단체가 동반성장위원회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면 부합 여부를 판단해 지정을 추천하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 전부터 신청 방법 등에 대한 문의는 많았지만 구체적으로 특정 업종에서 신청하려는 움직임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소상공인이 사업을 영위하는 분야에 대기업 진출을 억제하는 만든 제도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에는 5년 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해당 사업을 인수하거나 진입ㆍ확장할 수 없다. 다만 소비자 후생이나 전·후방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대기업의 사업 진출을 승인할 수 있도록 했다.

-법으로 업종 지정…위반하면 매출 5% '이행강제금'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확장 자제를 '권고'하던 수준에서 한 발 나아가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내 벌금을 부과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당사자인 대·중소기업의 합의를 통해 이뤄지는 자율규제였다. 위반하더라도 동반위가 공표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를 위반할 경우 벌칙이 부과된다. 대기업들이 시정명령을 받으면 시정명령을 이행하는 날까지 위반 관련 사업 매출액의 5% 이내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한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을 신청할 수 있는 업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서 권고만료된 업종·품목(1년 이내 만료 예정 업종·품목 포함)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신청돼 합의도출 전 보호가 시급한 업종·품목 등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일정 비율의 소상공인들이 소속된 단체로부터 업종 지정 신청을 받고,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심의 의결해 정부가 해당 업종을 지정·고시해 보호한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가능성이 높은 산업은 장류, 등이 꼽힌다.지난해 말 중기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장류·두부·김치·골판지상자 등 47개 품목의 효력이 만료됐고 동반성장위원회는 한시적으로 기간을 연장해 둔 상태다. 관련 업계에서는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시행되면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장류 산업을 항아리 산업을 넘어서 질적으로 성장시켜야 하고 글로벌화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면 사업 확장이 막혀버린다"며 "사업을 진행할 때 심리적 위축은 물론이고 시장확대, 품질 개선 위한 연구개발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생계형 적합업종을 심의 항목과 고려사항

-중기적합업종 제도의 연장선?…소상공인 단체 비율 놓고 '잡음'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원하는 중소기업들이 대거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로 지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도 신청 기준으로 적합업종 권고가 만료된 업종 등을 언급한 터라 완전히 차단하기도 어려워서다. 이 때문에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 자격을 갖는 단체들의 기준을 상향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행령에서는 소상공인 비율이 30% 이상인 단체 누구나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중견기업연합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신청 자격을 갖는 단체의 소상공인 회원사 비율을 9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2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면 중기부는 소상공인 회원사 비율을 높이면 영세 업종들이 신청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에서는 가입 회원사 수가 10~50개인 중소기업단체는 소상공인 회원사 수가 10개 이상 또는 30% 이상인 경우를 소상공인 단체로 인정한다. 총 회원사가 51~300개 이하인 중소기업단체는 소상공인 회원사의 수가 50개라도 소상공인단체로 인정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하는 자격을 가지는 단체의 소상공인 비율을 최소 17%로 정해 소상공인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될 수 있다"며 "소상공인 비율이 너무 낮으면 소상공인이 아닌 중소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신청 여부를 판단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기부는 '신청의 단체 요구사항'을 기준으로 삼는 중기적합업종과 달라 단체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본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성·보호필요성·산업경쟁력 영향 등을 조사분석해서 정한다는 이유에서다.

중기부는 "해당 업종의 사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이 90%로 높지만 소상공인들의 단체 가입률이 현저히 낮고 신청 문턱을 높게 두면 보호 받아야 할 영세 업종들이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성·보호 필요성·산업경쟁력 영향 등과 관련하여 각종 통계·조사분석을 통해 심의지정하는 방식인 만큼 지정여부에 있어 신청단체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중소기업 단체들도 소상공인 회원사 비중만 맞추면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입법 취지를 고려해 업종을 대표하는 소상공인 단체에게만 자격조건을 두는 등 신청 남발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