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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국가를 부르지 않겠어"...9살 소녀의 용기있는 거부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9살 한 호주 소녀의 문제 제기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소녀는 호주 국가가 호주에 살았던 원주민들의 존재를 부인했다며, 국가 제창을 거부했다. 보수 정치권은 이 아이가 버르장머리가 없다며 혼내야 한다고 벼르고 있지만, 호주 사회는 소녀의 문제 제기에 귀를 귀울어야 한다며 공감하고 나섰다.

12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 등 외신은 하퍼 닐슨이라는 9살 소녀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닐슨은 학교에서 국가를 부를 때 서서 함께 노래 부르기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학교는 닐슨에게 방과 후 학교에 남도록 벌을 내렸다. 학교에서는 정학 등 더 센 벌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호주9 채널 캡처

하지만 닐슨이 국가를 부를 때 서 있는 것을 거부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녀는 호주의 국가 '호주여 전진하라(Advance Australia Fair)'의 가사 가운데 한 구절에 인종주의가 담겨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호주 국가 가사 가운데는 '우리는 젊다(we are young)'라는 구절이 있는데, 그녀는 이 표현이 호주에 원래 살고 있었던 원주민들의 존재를 부정했다고 봤다. 유럽인들이 호주를 방문하기 전에도 호주에는 사람이 살았는데, 한 공동체가 어떻게 그 원주민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채, 젊은 나라라고 할 수 있냐는 것이다.

닐슨은 호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우리는 젊다'라고 국가를 부르면, 이는 우리가 이곳에 오기 전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다. 원주민은 5만년 전부터 이 땅에서 살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원래 호주 국가가 쓰였을 때 '호주여 전진하라'의 뜻은 호주의 백인들이여 전진하라는 뜻이었다"라고도 말했다.

닐슨의 발언을 두고서 호주 극우정치인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닐슨이 사는 지역의 상원의원인 폴린 핸슨은 닐슨을 "버릇없는 녀석"이라고 나무랐다. 핸슨은 자신의 페이스 동영상을 통해 "우리는 생각이 없는 한 아이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세뇌해야 할 아이가 있다"면서 "나는 이 아이를 혼내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수 정치인도 닐슨의 행동을 두고서 "어리석은 항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호주의 언론인인 조지 가드너는 "국가에 담긴 단어의 뜻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면서 "많은 사람이 국가를 줄줄 말하면서, 정작 그 안에 담겨 있는 뜻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온라인 등에서도 닐슨을 두고서 지지의 글이 실리고 있다.

일부 보도 등에 따르면 닐슨이 다니고 있는 학교는 닐슨에게 정학 등 엄한 처벌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닐슨의 부모는 딸이 "엄청난 용기를 보여줬다"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닐슨이 이 가사가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이것이 문제라는 것을 사람들이 생각하게 하려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퀸즐랜드 교육청은 닐슨에게 국가를 부를 동안 바깥에 나가 있거나, 단순히 노래를 부르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 문제와 관련해 호주 교육부는 어떤 경우에도 닐슨이 국가를 부르는 것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정학 또는 퇴학을 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닐슨의 문제 제기 이후 호주 사회에서는 국가를 계속해서 이대로 남겨둬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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