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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동영상, 카메라로 재촬영은 무죄?…대법 판결에 여론 들끓어

성폭력특례법 14조 '다른 사람 신체' 촬영 행위만 규정
내연남 부부에 성관계 영상 재촬영 사진 보낸 이모씨 무죄취지 파기환송
일각서 진화한 기술 등 성범죄 현실 반영 못한 판결 비판
"법조문에만 충실"…관련 법 개정 목소리

최근 리벤지 포르노 유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성관계 동영상을 휴대폰으로 다시 촬영해 전송한 행위는 성폭력특례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13일 대법원에 따르면 내연남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해 내연남 부부에게 전송한 이모(25·여)씨에 대해 대법원은 1·2심의 유죄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성폭력특례법 14조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 만을 규정한다며 이미 촬영된 동영상을 재촬영한 경우에는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같은 판단이 최근 카메라,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몰래카메라, 리벤지 포르노 유포 등의 범죄가 악랄해지고 촬영 및 편집 기술이 진화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여성변호사회가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카메라등이용촬영 범죄 적발 건수는 2012년 2400여건에서 2015년 7600여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전체 성범죄 적발 건수의 24%에 해당한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서울의 모 대학교수는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직접촬영이든 간접촬영이든 상대방의 허락을 받지 않고 촬영 당한 것이라면 피해를 받는 것은 똑같다”고 비판했다.
리벤지 포르노 때문에 고통받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법조계에서도 "입법 자체도 기술 발전을 반영하지 못했고, 대법원의 판결도 법조문에만 충실해서 나온 어처구니없는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 시절 성범죄 재판을 전담한 경력이 있는 신중권 변호사는 "대법원이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대해 너무 형식적인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컴퓨터에 있는 영상을 그대로 전송한 것과 이것을 카메라로 찍어서 전송한 것의 차이가 뭐냐"며 "대법원의 논리 대로라면 거울에 비친 모습을 찍어서 전송한 것도 죄가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범죄를 전담하는 모 국선변호사도 "죄형법정주의상 대법원도 어쩔 수 없는 판결을 했다"면서도 "(카메라등이용촬영을 규정한) 성폭력특례법이 촬영기술 발전과 지능화된 범죄 추세에 맞게 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도 성폭력특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 등 10명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 뿐만 아니라 신체 이미지와 촬영물을 간접촬영·편집한 자도 처벌한다'는 내용의 카메라등이용촬영죄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아울러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 역시 '범죄 수법과 기술이 진화했는데 법률이 그에 못 미친다'며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적용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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