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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포세대2030]집값에 결혼 포기…한쪽선 '내 집 마련' 위해 결혼고민

버거운 집값에 결혼 포기 늘어…지난해 혼인건수 43년 만에 최저
신혼부부 우대청약 등 "내집마련 방법 결혼밖에 없어"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자고 일어나면 올라 있는 서울 집값에 청년들의 한숨이 깊어만 가고 있다. 높은 집값에 결혼을 미루거나 피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며 지난해 혼인 건수는 26만4500건을 기록했다. 43년 만에 기록한 최저치이지만 올해는 이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3년 차 직장인 강모(29)씨는 스스로를 '비자발적 비혼주의자'라고 정의했다. 강씨가 결혼을 포기하게 된 배경엔 감당할 수 없는 집값이 자리 잡고 있다. 강씨는 "최근 서울 외곽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검색해봤더니 오래된 59.4㎡(18평형) 아파트의 매매가가 4억원이었다"며 "결혼해 아이까지 가질 생각을 하면 최소한 20평대는 돼야 하는데 결혼 비용까지 생각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토로했다. 이어 강씨는 "주변 신혼부부들을 보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면서도 집값을 감당 못 해 경기도에 신혼집을 마련해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매일 왕복 3시간 이상을 길에 버리며 피로감에 찌들어 사는데 나는 결혼하기 위해 그런 것들을 겪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서울 아파트의 연소득 대비 주택 구입 가격 배수(PIR)는 9.9로 통계가 작성된 2008년 1분기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중간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가 한 푼도 쓰지 않고 9.9년을 모아야 중간 가격의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기 위해선 결혼밖에 답이 없다는 목소리도 일부에서 나온다.

최근 10평대 전세 아파트를 구한 7년 차 직장인 이모(32)씨는 "서울 내에선 내 집 마련이 아니더라도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선 결혼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자금 대출로 2억원 가까이 대출을 받았는데 대출금을 감당하기 위해선 그래도 혼자보단 둘이 낫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고 전했다. 또 이씨는 신혼부부에 집중돼 있는 각종 혜택을 거론했다. 이씨는 "은행에서 대출을 알아보니 신혼부부에겐 각종 혜택이 제공돼 금리가 많게는 0.5%포인트까지 낮았다"며 "미혼은 이런저런 제한에 걸려 혜택을 못 받는데, 이런 것들이 '싱글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올해 초 정부가 만 30세 이상 1인 가구(단독 가구)에 적용하는 내 집 마련용 디딤돌대출 요건을 강화하면서 독신 가구를 대상으로 한 또 하나의 '차별 정책'이라며 싱글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정부는 올해 신혼희망타운 공급 물량을 당초 계획된 7만가구에서 10만가구로, 신혼부부 임대주택을 20만가구에서 25만가구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 신혼부부 주거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이씨는 "집값 때문에 결혼을 미루는 이들이 많긴 하지만 신혼부부 우대 청약을 받기 위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가짜 혼인신고라도 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미친 집값이 결혼 풍속도도 바꾸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미혼이지만 프랑스처럼 사실혼에 있는 가구들을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여자친구와 2년째 원룸에서 같이 살고 있는 고모(31)씨는 "동거 중인 가구에도 주택 구입 시 금융 혜택을 주면 경제적 생활이 안정되고 정식 결혼도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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