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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지배체제 넘어야 한다"…융커, 유로화 국제적 통용 확대 주장(종합)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12일(현지시간) EU가 세계무대에서 주요 행위자로 역할을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융커 위원장은 유로화(貨)를 달러에 맞설 수 있는 기축통화로 육성해, 달러로 대표되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에 임기가 마치는 융커 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마지막 국정연설을 했다. 국정연설의 제목은 '유럽 주권의 시간'이었다. 융커 위원장은 유럽의회 의원들과 각국 지도자들을 상대로 EU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융커 위원장은 자신의 비전을 설명하면서 EU는 세계 경제에서의 달러 지배 질서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융커 위원장은 EU가 미국에서 구매하는 에너지는 2%에 불과한데도, 에너지 구입대금의 80%를 달러로 결제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EU는 러시아나 중동 지역으로부터 원유를 구매할 때 대부분 달러를 통해 그동안 결제해왔다. 이와 관련해 그는 "우리는 이런 부분들을 바꿔야 한다"면서 "유로화는 자주적인 유럽의 더 적극적인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럽은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EU관계자는 융커 위원장의 연설은 유럽중앙은행(ECB)을 상대로 유로화의 국제적 통용을 확대할 것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러를 무기화해 미국 경쟁상대를 응징하는 외교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상황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은 유럽 기업 등을 대상으로 이란과의 거래를 유지할 경우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일부 EU 외교관들은 이란핵협정을 두고서 폐기를 주장한 미국과 존속을 주장한 EU사이의 갈등은 '달러의 지배'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FT는 융커 위원장이 제안에도 불구하고 국제 사회에서 유로화의 역할이 커지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ECB는 그동안 유로화가 해외 기축통화로 역할이 확대되는 것과 관련해 '중립'적인 입장을 표명해왔는데, 이 같은 정책 방향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EU 내부에서는 유로화가 이제는 유로화의 기축통화화에 대해 '중립' 입장을 표명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융커 위원장은 유로화의 역할 확대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역시 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만장일치에 의해 결정되는 의사방식으로는 유럽의 신뢰도를 높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EU가 '전세계적 행위자'로 나서야 한다면서, 외교정책에 있어 회원국 55%의 찬성이 있으면 가결될 수 있는 가중다수결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무역 거래에 있어 EU의 기준과 노동 조건이 해외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EU가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융커 위원장은 미국과의 대서양 동맹에 의존해왔던 그동안의 EU와의 결별을 주장했다. 그는 "지정학적 상황이 유럽의 시간을 만들고 있다"면서 "유럽의 운명은 우리 손에 맡겨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EU가 국제 사안 등에서 행위자로 나설 수 있도록 EU의 권한을 향상해야 한다"면서 "유럽은 국제 관계에서 모두 독립된 행위자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 분야에서도 유럽의 독자성 강화에 대한 주장이 나왔다. 그는 "우리는 EU를 군사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보다 자주적이고, 세계가 요구하는 책임들을 이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1913년 유럽은 평화가 계속 이어지리라 생각했지만, 단 1년 뒤에 형제들 사이에서 끔찍한 전쟁이 터졌다"면서 "하지만 나는 우리가 사는 시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또 다른 재앙의 앞에 있지만, 유럽은 이번에는 평화의 수호자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설을 마친 뒤 융커 위원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EU가 초강대국이 되기를 원하냐는 질문을 받자 "EU가 국제무대에서 주요한 행위자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슈퍼파워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슈퍼파워가 될 필요도 없지만, 특별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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