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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밟는 마당 깊은 집···한옥의 아름다움을 품다

최재영 기자의 ‘아름다운 집’ 순례 | ④경기도 성남시 판교동 ‘노란돌집’

노란돌집의 핵심인 마당
전경. 이국적인 건축물이지만 창호문을 설치해 한옥의 느낌도 전달한다.

마당은 다양한 목적을 충족시키는 공간이다. 집안에서 잔치를 열고 손님을 접대하고 추수철이면 마당에서 타작을 하면서 곡식을 말렸다. 우리 선조들이 사용했던 마당은 그런 공간이다. 마당은 크게 집의 앞과 뒤를 묶고 집안을 연결하는 장소다. 노란돌집이 가장 자랑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의 노란돌집은 마치 살포시 주먹을 감싸 안은 느낌이다. 마당을 중심으로 벽체를 감싼 것이 이 집의 매력이다. 집은 대지 231㎡(70여평)에 건물은 165㎡(50여평)다. 거실과 주방 비롯해 안방과 2개의 작은 방 게스트 룸으로 구성됐다. 노란돌집은 외벽 마감재를 노란색을 사용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외각에서는 쉽게 이집을 볼 수 없지만 집안으로 들어서면 완전히 달라진다.

1. 마당 한켠에 테라스로 꾸며 가족이나 손님들이 찾았을때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2. 2층 거실겸 게스트 룸으로 쓰이는 공간.
3. 각 방마다 채광창을 만들었고 이 창을 통해 마당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4. 옥상정원 에서 바라본 마당. 안방(오른쪽)에서 주방(왼쪽)으로 이동할 때 마당을 지나는 즐거움을 찾도록 했다.
5. 노란돌집의 문.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정문으로 착각할 정도로 공간감이 좋다.

한옥을 적용해 고택의 느낌을 전하면서도 지중해에 온듯한 이국적인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실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이 집을 나서면 해변이 있을 것 같은 착각을 할 정도다. 외곽으로 감싸면서 하늘이 더욱 더 열려 보이게 만들어 공간감을 확장한 것이 이 집의 감상 포인트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마당을 중심으로 한 동선 구조다. 안방과 주방은 서로 다른 반대편에 두고 마당을 지나가는 구조로 만들었다. 마당 역시 각방에서 바라 볼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 때문에 마당이 자연스레 이 집의 중심이 됐다. 노란돌집의 진짜 매력은 마당과 땅이라는 것이 건축주의 설명이다. 아파트에서 생활해왔지만 땅을 밟고 마당을 누비면서 얻는 행복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노란돌집이 이렇게 탄생한 과정도 재미있다. 판교동 일반 단독주택은 법규상 담을 만들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이런 특이한 구조가 탄생한 것이다.

1. 2층으로 이동하는 계단. 옥상에 채광창을 설치해 환하게 만들었다.
2. 노란돌집의 안채. 땅의 구조상 마름모꼴로 만들어져 이색적이다.
3. 2층 작은방은 채광창과 더불어 작은 옥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4. 거실에서 바라본 마당. 일반 아파트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거실을 여는 구조로 만들어 공간감이 좋다.
주소:성남시 판교동 545-6번지
면적:면적 231㎡(70여평) 건물 165㎡(50여평)
특징:마당을 중간에 두고 건물을 빙 둘러싸는 형식으로 설계
건축사:정수진 건축사 (건축 에스아이) tel 02-575-6026


건축주인 김유대 미디어소울 대표는 “마당을 밟고 지나가는 구조로 만들어지면서 조금 더 땅과 친밀해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부엌과 안방은 마주보는 구조다. 거실 전면유리를 통해 서로 다른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노란돌집 특유의 매력이다.

추사 김정희의 고택을 찾아온 듯
집안 마감 장식은 전통 한옥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전면 유리창에는 한옥의 창호문을 입혀 빛이 강할 때 닫아두면 은은한 빛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노란돌집을 설계한 정수진 대표도 “현대 건축물이지만 마치 추사 김정희고택을 찾아온 따뜻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마당을 조금 더 강조하기 위해 집 내부를 줄이고 외부에 집중했다. 실제 거실은 일반 아파트에 비해 크게 작은 편이지만 공간감은 더욱 높다. 2층에도 상단에 채광창을 설치해 빛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이들 방인 2층이 항상 밝은 환경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주방은 빌트인을 비롯해 수납장을 최대한 많이 설치해 심플한 느낌을 전달한다.

마감재는 내외단열재를 안과 밖으로 돌아 감쌌다. 현재까지 전기세와 도시가스 난방비는 아파트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다. 전기세는 30~40평 기준으로 절반 수준이다. 각 방과 주방 그리고 끝머리 부분의 공간에는 어김없이 수납장을 설치했다. 옥상은 또 하나의 이벤트 장소다. 조그만 화단으로 꾸몄고 거실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비가 올 때 노란돌집의 매력은 절정을 달한다. 마당을 통해 비가 떨어지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정서적인 느낌을 더욱더 높였다.


이렇게 설계했다 | 정수진 에스아이 대표&건축사
“모든 집은 땅이 중심이 돼야죠”

“집은 취향과 비례합니다. 차별성은 분명히 있지만 집은 그 사람들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정수진 대표가 생각하는 집은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다. 집은 누구에게 자랑하는게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라는 게 정 대표 지론이다. 감춰져 있지만 감춰지지 않은 듯,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는 공간이 ‘집’이라는 의미다.

“집이라는 덩어리를 여러 개로 쪼개는 과정은 결국 건축가와 건축주의 몫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 집에 대한 느낌을 어떤 식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건축이 달라지는 것이죠.” ‘땅’이 집을 만들고 모양을 만든다고 했다. 아무리 화려하게 꾸미려 해도 땅의 모양이 어긋난다면 집은 곳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다. “노란돌집은 사실 땅 모양이 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설계를 잘 한다고 해서 그 땅을 다르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집은 라이프 스타일이지만 땅이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한다. 건축은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중심을 잡고 그 속에서 어떤 툴을 만들어 가야한다는 정 대표의 생각이기도 하다. “모든 집은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집은 가장 기본에서 출발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감정을 담고 그 방법을 만들면서 결과물이 탄생하는 것이죠. 이런 기본에 어떤 것들을 넣을 수 있느냐는 이후의 문제라고 봅니다.”

정 대표는 프랑스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따라서 외국건축물에 익숙해지면서 집을 설계할때도 영향을 많이 줬다. 정 대표가 집을 만들 때 는 가장 한국적인 것을 닮고 싶어 했다. “밖은 서양건축물을 만들어 이색적이게 보이고 싶다면 안은 한국을 닮고 싶었습니다. 집은 안과 밖에 다른 구조라지만 한옥은 안과 밖에 똑같이 아름다운 구조로 만들어졌다. 현대건축은 이런 점을 닮았지만 분명 한옥과는 다르죠. 이런점을 착안해 집의 공간 구조를 한옥으로 옮기기는 것이 좋겠다 싶었죠.”

한국적인 것이 아름답다는 것 보다는 한국적인 집이 바로 사람이 편안하게 만다는 것이다. 선조가 그랬듯 정 대표도 같은 생각이다. 바라보는 한옥의 아름다운 미 보다 공간의 아름다움을 찾자는 것이다. 정 대표가 생각하는 집은 화려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갖춰야 하는 공간이다. “간단히 말해 집은 자신에게 또 다른 상상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집은 그 곳에 사는 사람의 감동을 담는 그릇인 셈이죠.”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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