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칼럼]

아,저詩

달려온 봄
오리떼 순장(殉葬)하는 나라내 이름과 내 돈 하루아침에 발가벗긴 나라아프고 두렵고 답답했느냐새가슴 쓰다듬듯 납매(臘梅) 노오란 화엽앰뷸런스로 달려온 듯 열흘 먼저 피었다마음이 피어야 ...
2014.01.23 13:02 관련기사 5개 모두보기

김광균의 '노신' 중에서
시를 믿고 어떻게 살아가나/서른 먹은 사내가 하나 잠을 못 잔다./먼 기적소리 처마를 스쳐가고/잠들은 아내와 어린 것의 베개 맡에/밤눈이 나려 쌓이나 보다./무수한 손에 뺨을 얻어 맞으며/항...
2013.12.30 11:26 관련기사 5개 모두보기

신경림의 '누항요'
이제 그만둘까 보다. 낯선 곳 헤매는 오랜 방황도./황홀하리라, 잊었던 옛 항구를 찾아가/발에 익은 거리와 골목을 느릿느릿 밟는다면./차가운 빗발이 흩뿌리며, 가로수와 전선을 울리면서./꽁...
2013.12.27 10:49 관련기사 5개 모두보기

김화순의 '비문증(飛蚊症)' 중에서
나에게 새로운 능력이 생겼다/내가 스마트 기기처럼 자동 업그레이드 되었다/'눈속에 넣어도 안아프다는' 말을 비로소 실감했다//한동안 머리 무겁고 시야 흐릿하더니/가슴속에서 수런거리던 불...
2013.12.24 10:57 관련기사 5개 모두보기

한명희의 '박사 이후'
16년간의 대학 생활/내게 남겨진 건 350만원/부채뿐이다//대학에 들어올 때/나는 할 말이 많았다/나 자신을 향해서 친구를 향해서 세상을 향해서/그러나 나는 지금 아무 할 말이 없다//대학이 ...
2013.12.23 11:11 관련기사 5개 모두보기

박용하의 '감식안에 관하여' 중에서
아이다호란 영화가 있지/그 영화에/----나는 길의 감식가야/평생 길을 맛볼 거야----/그런 기막힌 언어의, 독백의 길이 있지/길이 있는 영화는/(……)/무엇을 감식한다는 것/가령 그대를 사랑한...
2013.12.20 11:18 관련기사 5개 모두보기

조은의 '따뜻한 흙' 중에서
잠시 앉았다 온 곳에서/씨앗들이 묻어 왔다//씨앗들이 내 몸으로 흐르는/물길을 알았는지 떨어지지 않는다/씨앗들이 물이 순환되는 곳에서 풍기는/흙내를 맡으며 발아되는지/잉태의 기억도 생산...
2013.12.18 11:22 관련기사 5개 모두보기

이성복의 '잔치국수 하나 해주세요'
내가 담장 너머로 "복분식 아줌마, 잔치 국수 하나 해주세요" 그러면 "삼십 분 있다가 와요" 하기도 하고 "오늘 바빠서 안 돼요" 하기도 하고, 그러면 나는 할매집 도시락을 시켜 먹거나, 횡단...
2013.12.13 11:31 관련기사 5개 모두보기

장석주의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 중에서
어렸을 때 내 꿈은 단순했다, 다만/내 몸에 꼭 맞는 바지를 입고 싶었다/이 꿈은 늘 배반당했다/난 아버지가 입던 큰 바지를 줄여 입거나/모처럼 시장에서 새로 사온 바지를 입을 때조차/내 몸...
2013.12.11 11:14 관련기사 5개 모두보기

황지우의 '똥개의 아름다운 갈색 눈동자' 중에서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골목 어귀에서 우연히, 똥개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그 똥개의 눈이 하두 맑고 슬퍼서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그놈을 눈깔이 뚫어져라 들여다보았다. 아 그랬더니 그...
2013.12.10 11:12 관련기사 5개 모두보기

복거일의 '유별(留別).'
다음 세상에서 만나면/끊긴 인연의 실을 찾아//저승 어느 호젓한 길목에서/문득 마주 서면//내 어리석음이 조금은 씻겨/그때는 헤어지지 않으리.//나는 아느니,/아득한 내 가슴은 아느니.//어디...
2013.12.09 11:26 관련기사 5개 모두보기

도종환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
2013.12.06 11:17 관련기사 5개 모두보기

박태일의 '오츨라레 오츨라레' 중에서
오츨라레는 몽골 말로 미안합니다/톨 강가 이태준열사기념공원 턱까지 아파트가 들어서고/벅뜨항 산 인중까지 관광 게르 식당이/ 번져 올라/봄부터 가을 양고기 반달 만두가 접시째 떠다니는데/...
2013.12.04 11:08 관련기사 5개 모두보기

홍신선의 '마음경14'
당고모가 죽었다고/이른 새벽 전화가 왔다./수화기 내려놓고 내다본/베란다 창밖에는/6.25전쟁의 질퍽거리던 피 훔쳐내고//바닥 무늬 결도 윤나게 닦아놓은/육 칸 대청마루만한/하늘/샛별이 마...
2013.12.03 11:03 관련기사 5개 모두보기

이성복의 '입술'
우리가 헤어진 지 오랜 후에도 내 입술은 당신의 입술을 잊지 않겠지요 오랜 세월 귀먹고 눈멀어도 내 입술은 당신의 입술을 알아보겠지요 입술은 그리워하기에 벌어져 있습니다 그리움이 끝날 ...
2013.12.02 11:23 관련기사 5개 모두보기

박형준의 '가벼운 향기' 중에서
빈집이 향내를 풍긴다/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죽자/집은 드디어 빈집이 되었다/자물쇠가 꽉 채워진 방안으로/풀씨들이 넘나들며 꽃이 되었다/자물쇠에 앉아 나비가/날개를 폈다 오므린다/(……...
2013.11.29 11:03 관련기사 5개 모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