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칼럼]

오후 한 詩

달맞이꽃/송재학
  내가 짐작하는 달은 지상에만 제 짝이 있다 달빛이 쌓아 올린 저녁 너머 달의 일부였던 꽃이 있고, 달을 따라가지 않고 지상에 남았던 꽃은 삭망(朔望)을 되새김질하는데, 그게 슬프지만 않...
2017.05.16 09:49

반성과 배신과 당신/김승일
  반성은 불구의 몸을 움직여 본 적이 없다 자전하는 반성의 뒷면을 본 적이 없다 눈물 흘리는 반성은 문을 걸어 잠그는 반성은 반성을 만지작거린다 머리카락처럼 돋아나서 음모처럼 떨...
2017.05.12 09:38

시인과 죄수/송경동
  천상병시문학상을 받는 날 오전엔 또 벌 받을 일 있어 서울중앙법원 재판정에 서 있었다  한편에서는 정의인 게 한편에서는 불법, 다행히 벌금 삼백만 원에 상금 오백만 원 정의가 ...
2017.05.10 09:21

낮달/유지소
  나는거기 있었다 네 머리 위에거기 있었다 네가 떠나간 후에도 거기가 거기인 줄도 모르고거기 있었다 물이 흐르면서 마르는 동안바퀴가 구르면서 닳는 동안 지구가 돌면서너의 얼굴을 ...
2017.05.04 08:59 관련기사 9개 모두보기

개가 나타나는 순간/이수명
 길에 서서 버스를 기다린다.버스가 전조등을 뿜으며 다가오기를모퉁이에서 불쑥 나타나기를 기다린다.버스는 나를 태워 주고 나를 떨어뜨릴 텐데 멀리서 개 짖는 소리 들린다.개가 튀어나오...
2017.05.02 09:52

즐거운 요리/권주열
텔레비전에서 제비집 요리를 본 적이 있다. 퇴근길에 문득 그 요리가 생각난다. 제비는 참 황당했겠다. 하루의 노동을 끝내고 돌아와 보니 어? 통째로 집이 사라졌다? 거처할 집을 누가 먹어 ...
2017.05.01 13:51

주말농장/고찬규
  참 용하기도 하지 씨앗만 뿌려 놓으면 어떻게 그렇게 닮은 것들이 목을 빼고 고개를 쳐드는지 시금치를 닮고 쑥갓을 닮고 옥수수를 닮은 것들로 주말에나 가는 주말농장은 주말이면 ...
2017.04.28 10:01

인터뷰/강지혜
  인터뷰를 본다  얇은 종이를 넘기는 당신의 손끝이 감정으로 일그러진다  "음악을 할 걸 그랬어"  인터뷰에는 구성이 있고 몸과 삶에도 각본이 있는데 사람은 그걸 잊는다  (...
2017.04.27 12:46 관련기사 10개 모두보기

인터뷰/강지혜
 인터뷰를 본다  얇은 종이를 넘기는 당신의 손끝이 감정으로 일그러진다  "음악을 할 걸 그랬어"  인터뷰에는 구성이 있고 몸과 삶에도 각본이 있는데 사람은 그걸 잊는다  (중...
2017.04.27 11:28 관련기사 10개 모두보기

우리가 볼 수 있는 것/김행숙
하염없이 승강장 벤치에 앉아 있다. 스크린도어에 비친 내 얼굴이 터널 속에서 어른거렸다. 떠나지 못하고 같은 곳을 맴도는 지하철의 유령들과 섞여 있었다. 밖에서 당신을 봤어. 어젯밤 남편...
2017.04.26 13:42

따뜻한 상징/정진규
어떤 밤에 혼자 깨어 있다 보면 이 땅의 사람들이 지금 따뜻하게 그것보다는, 그들이 그리워하는 따뜻하게 그것만큼씩 춥게 잠들어 있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눈물겨워지는지 모르겠다 조금씩 발...
2017.04.20 13:54 관련기사 10개 모두보기

차표 한 장/조동산
 차표 한 장 손에 들고 떠나야 하네 예정된 시간표대로 떠나야 하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열차에 몸을 실었다  사랑했지만 갈 길이 달랐다 이별의 시간표대로 떠나야 했다  달리...
2017.04.19 14:00 관련기사 10개 모두보기

안다미로 듣는 비는/오태환
   처마 맡에 널어 말린 동지(冬至)께 무청처럼 간조롱히 뿌리는 비는  한 치 두 치 나비 재며 한 냥쭝 두 냥쭝 저울에 달며 는실난실 날리는 비는  일껏 발품이나 팔며 그늘마다 구름 ...
2017.04.14 09:16

슬픔을 견디는 방식/강호정
  깍지를 끼고 있는 손이 내 손 같지 않다  팔꿈치를 무릎에 얹고 고개를 숙인다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의 목을 조른다 왼손은 오른손에게 오른손은 왼손에게 미안하다 미안하다  난 ...
2017.04.13 13:22 관련기사 10개 모두보기

꽃잎/복효근
 국물이 뜨거워지자입을 쩍 벌린 바지락 속살에새끼손톱만 한 어린 게가 묻혀 있다 제 집으로 알고 기어든 어린 게의 행방을 고자질하지 않으려바지락은 마지막까지 입을 꼭 다물었겠지뜨거운...
2017.04.12 13:15

내 손이 내 가족이다/유안진
아잇적엔 밤늦도록 뚝방에 모여별자리를 찾으며 별 얘기를 하다가마을의 불빛을 헤아리곤 했지불빛으로 집집을 알아맞혔지불빛으로 촛불 호롱불 남포등을 가려냈다불빛 얘기는 별 얘기보다 쉽고...
2017.04.11 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