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칼럼]

윤제림의 행인일기

미끄럼틀 곁에서
저는 초등학교를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여행길이든, 출장길이든 학교표지판이 보이면 걸음을 멈춥니다. 남의 집 정원을 기웃거리듯이, 교문 안쪽을 들여다봅니다. 담장 너머로 목을 늘여 운...
2017.09.01 09:44 관련기사 4개 모두보기

지리산 둘레길에서
해도 뜨기 전에 숙소를 나섰지만, 길은 처음부터 꼬였습니다. 푯말을 잘못보고 산길을 헤맨 탓에 족히 두어 시간은 허비했습니다. 물론 급할 것 없는 산행이니, 시간 좀 까먹은 것이야 별일 아...
2017.08.30 15:24

헌책방 축제에서
이런 경험 있으실 것입니다. 자정 가까운 시간에 막차 타고 집에 가는 길. 버스에 승객은 '딱 한 사람.' '내'가 그 한 사람일 때, '나'는 한없이 곤혹스러워집니다. 급기야, 소설을 쓰게 되지...
2017.08.18 09:08 관련기사 9개 모두보기

정림사지에서
부여에 왔습니다. 일 년에 두어 번은 내려옵니다. 볼 일이 있어서 오는 것은 아닙니다. 특별한 연고도, 딱히 반겨줄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고향처럼 자주 찾는 곳입니다. 정림사지(定林寺...
2017.08.11 08:24

통영에서 2
비평가, 소설가, 사진가 그리고 화가… 그야말로 전방위(全方位) 예술가의 삶을 살다가, 올 연초에 세상을 뜬 사람. '존 버거(John Berger)'에게는 콤플렉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자신의 얼굴이 ...
2017.08.04 09:01

박물관에서
수천 개의 단추가 모여 있습니다. 수천 벌의 옷이 모인 것과 다름없지요. 저는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단추의 만물상(萬物相)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근ㆍ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
2017.07.14 10:05

야구장에서
목동야구장에 왔습니다. 장맛비 속에 우산을 쓰고 왔습니다. 고교야구선수권대회첫날 마지막 경기입니다. 개막전부터 구미가 당겼지만, 굳이 이 게임을 골랐습니다. 동산고와 공주고의 시합입니...
2017.07.07 08:51

파주에서
이렇게 생긴 한자가 있습니다. '串.' 두 가지로 읽습니다. '꿸 관' 또는 '땅이름 곶'. 곶감이라 할 때의 '곶'입니다. 지명으로 쓸 때는 대개, 뭍으로부터 길게 튀어나온 바닷가 동네 이름 끝에 ...
2017.06.30 08:50 관련기사 7개 모두보기

병원에서
시인 이백(李白)이 그의 시 '장진주(將進酒)'에서 이렇게 묻습니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덩그런 집 속/거울과 마주앉아 백발을 슬퍼함을!/아침에 푸른 실 같던 머리,/저녁엔 눈이 하얗게 내...
2017.06.23 08:46

소나무 숲에서
언젠가, 라디오에서 이런 퀴즈를 들었습니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애국가 2절 첫머리에 나오는 '남산'은 어디를 가리키는 걸까요? 보기를 드리지요. 서울 남산, 경주 남산,...
2017.06.16 09:18

장충체육관을 지나며
초등학교 시절, '사생(寫生)대회'에 나가서 제법 큰 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무얼 그렸는지, 무슨 상을 탔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분명한 기억은 무척 성대한 미술잔치였다는 것...
2017.06.09 08:18

역삼동에서
원로사진작가 Y선생님과 점심약속을 하면 뭘 먹을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가는 집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대개는 북엇국입니다. 뭔가 좀 다른 것을 드셔보길 권해도, 소문난 집에 한...
2017.06.02 09:01 관련기사 10개 모두보기

게스트하우스를 나서며
뜻밖의 일로, 한 달 열흘쯤을 낯선 동네에서 보냈습니다. 외국은 물론 아니고 제주도나 설악산도 아닙니다. 여전한 '서울 살이'입니다. 집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지요. 지하철도 같은 역을 이용...
2017.05.26 08:30 관련기사 5개 모두보기

새나라에서
올해는 '계절의 여왕'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장미도 찔레꽃도 아카시아도 구겨진 얼굴을 좀체 펴지 못합니다. 황사에 미세먼지, 나아질 줄 모르는 대기환경. '오월'이란 단어를 충신처럼 따르...
2017.05.19 09:19

종로를 지나며
한동안 촛불의 거리였던 서울 한복판이, 그날은 온통 등불의 물결이었습니다. 남산 밑을 출발해서 흥인지문을 지나온 빛과 사람의 파도가 보신각 네거리까지 출렁거렸지요. 사월 초파일을 맞는 ...
2017.05.12 09:28

달빛장터에서
해가 지자, 한강공원에 장이 섰습니다. 두리번대며, 기웃거리며 두어 바퀴를 돌았습니다. 이름부터 재미있습니다.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반포 낭만 달빛 마켓'. 푸드 트럭 수십 대가 광장의 울...
2017.04.2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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