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칼럼]

윤제림의 행인일기

연못에서
연꽃의 계절입니다. 꽃들의 아우성이 귓가에 쟁쟁했습니다. 번쩍번쩍 손을 들고 소리쳐 부르는 연꽃들이 보였습니다. 시흥 '관곡지(官谷池)', 강화 '선원사지', 양평 '세미원'… 멀리는 부여 '...
2018.07.13 09:16

익산에서
비가 많이 옵니다. 아니, '온'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합니다. 숫제 퍼붓습니다. 수박밭 원두막이나 산속 암자 툇마루가 눈에 삼삼해서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 곳에서, 빗줄기나 하염없이 바라보았...
2018.07.06 08:51

인사동에서
풍경이 많이 변했습니다. 익숙한 간판들보다 낯선 상호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이 길도 서울 여느 거리와 별반 다를 바 없어져가는 느낌입니다. 저도 어느새, ‘회고(懷古)’ 습관이 든 것일까...
2018.06.29 10:19

동물원에서
‘아프리카에서 상아(象牙)가 없는 코끼리가 태어나고 있다.’ 뉴스를 보는 순간, 코끼리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코끼리는 전부 상아를 가졌다고 믿어온 제겐, 무척 놀라운 소식이었습니다. ‘지...
2018.06.22 09:08

압구정동에서
인도여행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의 태도는 크게 둘로 나뉩니다. 한 부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거나 손사래를 치며 단언합니다. “내가 여기 다시 오나봐라.” 다른 한 쪽은 그윽한 표정으로 꿈...
2018.06.15 09:14

대구에서
'정자옥(丁子屋)화랑'을 아십니까? 1940년, 수화(樹話) 김환기(金煥基)의 개인전이 열렸던 곳입니다. 그의 연보를 보다가, 거기가 어디였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별의별 추측을 다했지요. 주인의 ...
2018.06.08 09:08

안경점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가 선글라스를 쓰고 계십니다. 명창 ‘박녹주’ 선생이 북을 안고, 소리를 하는 장면입니다. 만년(晩年)의 모습입니다. 제가 즐겨 듣는 ‘흥보가’ 음반에 있는 사...
2018.06.01 09:10

수족관 앞에서
빌딩 숲 사이로 ‘자이언트 구라미’가 헤엄을 칩니다. 자동차들 물결을 따라 ‘인디언나이프’가 유영을 합니다. 행인들 머리 위로 ‘엔젤’이 지나고, ‘아로와나’가 버스를 타고 갑니다. 형...
2018.05.25 08:52

윤필암에서
새재를 넘었습니다. 점촌에 왔습니다. 문경시립도서관이 마련한 문학 강좌에 초대시인으로 왔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대부분 연세 지긋한 아저씨ㆍ아주머니들이...
2018.05.18 09:30

문조당에서
한 사람 빠지고, 모두 모였습니다. 계절에 한 번씩은 꼭 얼굴을 보는 벗들의 모임입니다. 40년 '지기'들인데, 주로 여기서 만납니다. '문조당'. 고색창연한 옛집은 아닙니다. 솟을대문 높다란 ...
2018.05.11 09:26

보통리 저수지에서
화성에 왔습니다. 정남면 보통리(普通里). 과천에서 봉담, 다시 동탄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에 인접한 마을이지요. 후배 시인이 둘째를 시집보낸다 해서, 축하해주러 왔습니다. 잔치는 신부의 ...
2018.05.04 08:32

시계탑이 있던 자리에서
어제, 갑자기 핸드폰이 꺼졌습니다. 아무런 예고도 경고도 없이, 숨을 거뒀습니다. 난감했습니다. '받을 메시지도 많고 연락할 일도 많은데' 어쩌나,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황급히 응급실 문을 ...
2018.04.27 08:50

외암리에서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 차를 세우고 국수집부터 찾았습니다. 여기 온 진짜 이유가 거기 있었으니까요. 그 집은 여전히 옛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외관은 좀 변했지만 음식 맛은 여전합니다. ...
2018.04.20 09:25

목련꽃 그늘 아래서
본가(本家)에 들렀다가, 거기까지 갔습니다. 제 모교가 있던 자리입니다. '자리'라고 말하기도 쑥스럽습니다. 내력을 적은 표지판 하나 없고, 옛 절터만큼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까닭입니다. ...
2018.04.13 09:16

한옥마을에서
새 학기라서, 학생들과 이런 대화를 자주 하게 됩니다. "집이 어딘가?" "서울입니다." "서울 어디?" "불광동입니다." "거기서 나고 자랐나?" "네. 저는 서울 토박입니다." "부모님은?" "아버지...
2018.04.06 10:13

외솔기념비 앞에서
사사오입(四捨五入). 셈법에서 쓰는 말입니다. '5 미만의 수는 버리고, 그 이상이면 윗자리로 올려 넣는'다는 뜻입니다. 제1공화국 3대국회가 억지로 헌법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유명해졌지요....
2018.03.30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