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칼럼]

허진석 칼럼

생텍쥐페리의 비행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
2018.07.13 06:46

내면의 해저(海底)
그 남자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그 남자를 사랑했다. 그 남자는 우리의 친구였고, 그녀도 우리의 친구였다. 둘은 헤어졌고 헤어진 후에도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서로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
2018.07.06 06:52

모천회로(母川回路)
"고개 숙여 존경하는 시인이여. 이렇게 하여 나는 당신의 후예임을 알아내고 한없이 기뻐했습니다. 이제 내 운명에서 풀리지 않았던 많은 수수께끼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의 행동과 결...
2018.06.29 07:35

메데인의 銃聲
1994년 7월2일 새벽 3시, 콜롬비아 제2의 도시 메데인에 있는 나이트클럽에서 총성이 울렸다. 탕, 탕, 탕…. 총성은 열두 번이나 메데인의 밤하늘을 뒤흔들었다. 이날 한 사나이가 죽었다. 이름...
2018.06.22 06:09

오리엔트 특급
유학을 마치고 부산으로 들어온 아버지는 기차를 타고 귀향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아버지가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부산에 정착한 이유를 나는 모른다. 나는 부산에서 사업을 일으켜 ...
2018.06.15 09:17

하이든의 '시계'
선생님은 예뻤습니다.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신 선생님. 이 분에게서 한 자 틀릴 때마다 30센티 대나무 자로 손바닥을 맞으면서 한문을 배웠습니다. 시의 아름다움과 문학...
2018.06.08 08:50

체칠리엔호프
1936년 베를린올림픽이 열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포츠담에 있는 체칠리엔호프까지는 자동차로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이곳은 궁전인데, 프로이센의 빌헬름 2세가 황태자와 황태자비에게 지...
2018.06.01 06:34

디모테오
역사는 그의 고향을 루스드라(Lystra)라고 기록했다. 로마의 속주(屬州)였는데 지금은 자취가 남지 않아 추측만 할 뿐이다. 아나톨리아에 있는 코니아 근처의 산마을 길리스트라, 그 남쪽 하툰...
2018.05.25 07:02

네안데르탈인의 노래
한동안 그의 이름을 찾기 어렵겠다. 참으로 유감이다. 그래도 그의 시를 읽으며 자란 문단의 한 부스러기로서 아예 기억에서 지울 수야 있으랴. 그의 이름과 함께 나는 맨 먼저 '문의마을'을 떠...
2018.05.18 08:34

공룡의 입술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 내던 달변의 혓바닥이/소리 잃은 채 낼름거리는 붉은 아가리로/푸른 하늘이다 … 물어뜯어라, 원통히 물어뜯어. (중략)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2018.05.11 09:36

맥주의 맛
아힘 쿠츠만(Achim Kuczmann)이 은퇴했다. 그는 좋은 친구였고 선생이었으며 훌륭한 (나의) 코치였다. 나는 2002년 월드컵 취재를 마친 다음 회사의 보살핌을 받아 독일로 공부하러 갔다. 오전...
2018.05.04 07:01

쾰른의 날씨
쾰른에 며칠째 비가 내렸다. 독일에 간 지 석 달쯤 지났을 때였다. 나는 향수병에 찌들어 못난 짓만 골라서 하고 있었다. 입맛이 떨어져 시내에 있는 아시안 마켓에서 사온 일본이나 중국 라면...
2018.04.27 08:20

봄날은 간다
문과대학 건물 아래 빨간 우체통. 봄날 햇빛 속으로 벚꽃 하염없이 지고 있으리. 200자 원고지에 만년필로 쓴 응모작을 부치고 나면 이내 가슴 두근거리며 문예지에서 걸려올 전화를 기다렸다. ...
2018.04.20 08:42

눈물
실러(Friedrich von Schillerㆍ1759-1805)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의 4악장에 나오는 '환희의 송가'를 쓴 사람이다. 작가이자 철학자로서 괴테의 친구였다. 바이마르에는 두 사람이 나란...
2018.04.13 09:13

놀라운 일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인당수 풍랑 중에 빠져 죽던 청이가 살아서 여기 왔소. 어서 어서 눈을 떠서 저를 급히 보옵소서.' 심황후가 울부짖으니 심봉사가 어쩔 줄을 모른다. "내...
2018.04.06 10:09

잠들지 말지어다
신문사에 입사해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나를 가르친 선배는 눈이 몹시 나빴다. 어릴 때부터 나빴던 선배의 눈이 좋을 때가 잠깐 있었는데 군대에 다녀온 직후였다고 한다. 선배는 해안초소에서...
2018.03.30 0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