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칼럼 오후 한 詩
  • 채송화/곽재구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웃고 있군요샌들을 벗어 드릴 테니파도 소리 들리는 섬까지 걸어 보세요 ■이 시에서 화자는 즉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말하고 있는 이는 채송화를 ...

    2019.04.12 08:51
  • 오이꽃/김영자

    팔순의 어머니 오이씨를 뿌리셨다아파트 화단 흙을 퍼 올까 생각했지만땅의 모서리를 훔쳐봤지만단단하고 푸석해서 망설이다가고봉 산자락 밑 흙을 빈 화분에 가득 채웠더니아침나절 두 ...

    2019.04.10 08:25
  • 섬, 잎, 꿈, 밀물, 썰물, 고래, 돌/박상순

    1 나는 사람입니다. 섬입니다. 잎입니다. 꿈과 보름달 사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무거운 소리입니다. 코발트블루와 버밀리온 사이에서 나온 높은 소리입니다. 커다란 창문 앞에 앉아야 ...

    2019.04.08 14:10
  • 반쯤/고운기

    토요일의 햇살은 반쯤 누워 오는 것 같다반공일처럼반쯤 놀다 오는 것 같다종달새한테도 반쯤 울어라 헤살 부리는 것 같다 반쯤 오다 머문 데나는 거기부터 햇살을 지고 나르자 반쯤은 ...

    2019.04.05 07:32
  • 결/주강홍

    나무도 물결이 있었구나썰리고 밀려온 심장의 박동을 삼키고 있었구나저 해안선의 모래들처럼 함부로 온몸을 맡기고밤새 달빛에 출렁인 적도 있었구나나직이 부르는 너의 이름에 수줍은 ...

    2019.04.03 08:49
  • 섬진강 3―겨울/최영욱

    섬진강 위로 어스름이 얹히면늘술 허기에 시달렸다 주홍과 보라 더러는 초록 입자로쪼락쪼락 매달린 노을이눈물 같은 향기를 강 위로 내려 보내면나는 늘어깨가 아팠다 왜가리는 물속 노 ...

    2019.04.01 10:49
  • 물음표/하재청

    저기 물음표가 걸어간다고개를 숙이고누군가의 시선을 피해 땅만 보고물음을 숨기고 걸어간다옷도 없이 거꾸로 매달린 옷걸이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리저리 흔들린다책상에 엎드려 잠 ...

    2019.03.29 08:39
  • 이야기/김진엽

    남포로 105번길가파른 언덕 위자그마하고 깔끔한 집 담장도 낮고꽃밭도 작고낮고 작아서 다 보인다 핀 꽃 안 핀 꽃해당화 능소화 블루베리 제비붓꽃창문 아래 약간 구부러진 화살나무, 어 ...

    2019.03.27 13:01
  • 가장자리/김소연

    바로 오늘이다 라고 읊조리며 가느다란 눈매로 먼 데를 한참 보았을사무라이의 표정을 떠올려 본다 수평선이 눈앞에 있고여기까지 왔고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햇살에도 파도가 있다소리 ...

    2019.03.25 14:07
  • 트렁크/임헤라

    당신은 떨어진 잎들을 트렁크에 넣는다 허름한 트렁크를 열고 차곡차곡 잎을 담는다 열어젖힌 트렁크에 바람을 채운다 새들이 트렁크에 앉는다 구름이 트렁크에 들어가 새들과 함께 어떤 ...

    2019.03.22 09:43
  • be 혹은 happy 4―문/최승철

    허리를 굽혀 문의 손잡이를 아래로 잡아당겨야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여름날 옥탑방의 열기로 달아오르는 목울대, 건물의 붉은 벽돌처럼 들끓어서 말 한마디에도 바싹바싹 담배 끝이 ...

    2019.03.20 10:24
  • 봄/천지경

    새벽부터 제상을 세 번 차리고 허리를 펴니창밖이 훤하다발인을 끝낸 장례식장 휴게실미화부 아줌마들 의자에 앉아 잠시 쉬고 있다 신상품 속옷 광고하는 텔레비전 속화사한 모델 배경이 ...

    2019.03.18 10:24
  • 반갑습니다/금란

    그녀를 모른다거나 안다고도 할 수 없다. 분명 나를 보고 반갑다고 말한 그녀를 모른다고 하는 건 얼마나 냉정한가, 백만 번을 그녀 앞을 지나가도 반갑다고 할 그녀의 반갑습니다가 뒤통 ...

    2019.03.15 08:47
  • 오늘 우리의 식탁이 멈춘다면/주민현

    자전거를 타고 미끄러질 때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되지 한쪽 눈을 감고 타도 좋아기울어진 세계를 살아가기 위한 규칙 그러나 오늘은 우리의 식탁을 멈추고서부드러운 날씨로 ...

    2019.03.13 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