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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복제 활개쳐도..두손 놓을 수밖에 없는 창작자

최종수정 2019.02.06 14:00 기사입력 2019.02.06 14:00
해외서버 불법사이트 접속차단 외 조치수단 없어
접속차단 심의기간 단축도 방심위 반대로 표류
"피해입증·권리증빙 모두 창작자 스스로 해야"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항의방문한 웹툰ㆍ만화가 단체. 이들은 불법복제물에 대해 접속차단 기간을 줄인 저작권법 개정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불법복제사이트가 너무 많다. 접속차단을 하려면 신고하고 나서도 본인이 저작권자인지, 해당 게시물이 불법복제가 맞는지 확인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한다.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증빙해야하니 이미 피해를 입을대로 입은 뒤다."


지난달 31일 천안에 있는 충남콘텐츠코리아랩. 지역에서 웹툰작가로 일한다는 권은영씨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날 간담회는 도 장관과 전국 각지에서 콘텐츠산업에 종사하는 청년층 창작자나 업체 관계자를 만나 애로사항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권씨는 웹툰ㆍ만화계 상당수 창작자들이 무분별한 복제로 피해를 보면서도 마땅히 대처할 수단이 없는 점을 꼬집었다.


지난해 불법복제 콘텐츠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합동단속을 벌인 결과 밤토끼ㆍ마루마루 등 유명 사이트를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일선 현장의 불만은 여전하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이어서다. 현재 이 같은 불법 복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사이트를 개설하더라도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다.


접속차단을 해도 며칠도 채 지나지 않아 비슷한 이름을 딴 아류 사이트가 생기는 일도 빈번하다. 통상 이 같은 불법 사이트가 불법 온라인도박업체로부터 받는 배너광고 등을 주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만큼 회원수나 사이트 트래픽을 늘리는 데 골몰하기 때문이다. 접속차단된 마루마루의 경우 기본 적발된 운영자가 아닌 이가 비슷한 이름을 딴 사이트를 만들었는데, 초창기 배너광고 없이 운영되다 최근 들어선 배너광고가 붙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콘텐츠산업 청년종사자들과 간담회중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 가운데). 한 웹툰작가는 "불법복제물에 대해 정부가 적극 대응해달라"고 요청했다.


저작권자ㆍ창작자로서는 유일한 조치인 접속차단도 실제 구현하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 해외 서버 사이트에 대해 접속차단 권한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유일하게 갖고 있는데 실제 권리자가 불법 복제된 콘텐츠가 유통되고 있는 현장을 직접 찾아, 신고를 당한 본인이 권리자인지를 증명한 후에 다시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심의를 거쳐 접속차단 조치를 취해도 기술적인 이유로 바로 차단이 어려운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힘들게 만든 창작물이 불법으로 복제돼 인터넷 검색 몇 번만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더라도 손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접속차단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방심위가 "무분별한 차단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법개정 논의는 공전하고 있다.


방심위는 민간기구로 자율성, 독립성을 중요시하는 기관으로 꼽힌다. 그러나 불법복제로 인한 창작자의 피해는 외면하고 있다고 관련업계에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작가는 불법사이트 십여곳을 방심위에 신고했는데, 그 과정에서 방심위의 '나몰라라'하는 태도에 한번 더 상처를 입었다. 당초 신고를 접수한 방심위 측에선 피해자의 저작물이 불법 게시된 구체적인 페이지 주소와 저작권자의 권리증빙 서류를 요구했다.




해당 내용을 이메일로 받은 작가는 바로 그날 방심위의 요구에 맞춰 답을 했지만 "처리가 늦어 죄송하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는 답을 들었다. 그에 앞서 불법 복제물에 대해 신속히 처리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자신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듯해 답답함만 더해졌다. 권리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료보완 등의 이유로 며칠이 더 지난 후에야 심의에서 '시정요구' 의결이 났다.


이후 방심위 측은 인터넷 접속서비스 제공자(ISP)에게 접속차단을 요청한다고 했지만 이후에도 계속 접속이 가능했다. 방심위는 "사업자에 따라 접속차단까지 1~3일이 걸린다" "보안프로토콜로 제공되는 정보는 암호화돼 현재 방식으로 차단되지 않는다" "보안프로토콜이 차단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중 새로운 차단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라는 식의 들으나마나한 답을 들어야 했다. 이미 한달가량 지나 피해를 입을대로 입은 후였다.


정부 관계자는 "콘텐츠의 폭력성·선정성을 심의할 경우 일정 부분 가치판단이 개입해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올 수는 있지만 불법 복제의 경우 권리자로부터 불법이냐 아니냐를 판단해 곧바로 불법여부를 가릴 수 있다"면서 "불법복제에 대해선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와 무관하게 창작자, 권리자의 피해를 감안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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