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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원 들여 따놨지만…무용지물 된 드론자격증"

최종수정 2018.04.04 12:30 기사입력 2018.04.04 12:30
[규제의 민낯③]취득자 수 5년 새 100배 증가…여기도 취업 '바늘구멍'
12㎏이하는 자격증 필요 없어, 항공촬영 분야 등은 활용 저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취업준비생 김성민(31·가명) 씨는 지난해 국가공인 초경량비행장치조종자 자격을 취득했다. 흔히 말하는 '드론 자격증'이다. 이 자격증을 따놓으면 영상 분야에서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는 전문교육 실습을 위해 300만원을 투자하고 2주간의 실습을 거쳤으며, 자격시험 응시료 7만2600원을 썼다. 그렇게 자격증을 손에 넣었지만 그뿐이었다. 김 씨는 "드론 자격증보다 카메라로 비추는 각도나 영상미에 대한 감각과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큰 돈을 들였지만 정작 실무 현장에서는 드론 자격증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꼈다. 경험을 더 쌓는다는 생각으로 방송 제작 분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드론 자격증에 대한 관심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자격시험을 시행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3년 첫 시행한 초경량비행장치조종자 자격시험에 모두 121명이 응시해 26명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도입 5년 차인 지난해에는 응시자수가 9380명으로 뛰었고, 자격증을 취득한 인원도 2960명으로 100배 이상 늘었다.

국가공인 드론 자격증은 기체 무게 12㎏을 초과하는 드론을 사업용으로 띄우는 사람들이 반드시 따야 한다. 14세 이상, 해당종류 비행교육 20시간 이상을 이수하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학과시험과 실기시험을 거쳐 이를 통과하면 자격증을 부여한다.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전국의 전문교육기관에서 비행경력을 채우면 학과시험이 면제된다. 교육을 위해 3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들지만 수요가 꾸준하다. 전국 6개 시험장(전주시, 순천시, 김해시, 옥천군, 홍천군, 파주시)에서 현행 월 7일 치르던 시험횟수는 이달부터 4일씩 추가됐다. 공단 관계자는 "국토부 지정 전문교육기관이 지난달 24곳에서 33곳으로 늘었고, 사설교육기관까지 합치면 전국에 180여곳이 운영 중이다. 원래 교육기관별로 월 1회 응시 기회를 부여했는데 두 달 넘게 기다려도 시험을 못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격시험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부쩍 늘었으나 김 씨의 사례처럼 이를 활용할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다. 항공촬영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방송계 관계자는 "드론에 카메라가 부착된 헬리캠이 보편화되고, 조종법도 크게 어렵지 않아서 대다수 카메라 감독들이 금방 익히고 쓴다. 이들 중에 관련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소형 카메라를 부착하더라도 무게가 4~5㎏에 불과해 자격증이 없어도 드론을 띄우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현행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기체중량 12㎏이하의 드론은 자격증 없이 장치신고만 하면 사업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찰이나 방제 등의 목적으로 드론을 쓸 경우 기체중량이 늘고, 안전사고 위험도 있어 숙련된 조종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무게 규정을 뒀는데 자격증 소지자들이 이를 활용할 일거리는 매우 부족하다"고 했다. 드론을 미래 산업으로 여겼던 응시자들도 이러한 현실 때문에 애써 딴 자격증을 묵혀두거나 교관, 방과 후 학교 지도자 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기관만 성행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격시험 기준이 실무와 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올해 기체 무게 규정을 비롯한 관련 법령의 분류 체계를 다시 검토하고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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