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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이미 터졌는데… 블록체인協, "코인거래소 심사하겠다"

최종수정 2018.04.18 17:11 기사입력 2018.04.17 10:09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안 및 심사 방안 발표
이용자 자금 보호 및 거래 안전성 등 내용 담아
수백억 대 사기 및 횡령 등 사고는 이미 터졌는데… '뒷북' 비판
심사 계획도 당초보다 한 달 가량 미뤄져
한국블록체인협회 정보보호위원장을 맡은 김용대 KAIST 교수가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율규제 심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가상통화(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모인 한블록체인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재무 및 보안의 안전성과 투자의 투명성을 평가하는 자율규제 심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이미 가상통화 거래소의 대표가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되는 등 부정이 드러나면서 '뒷북'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자율규제안과 그에 따른 심사 계획을 발표했다. 전하진 자율규제위원장은 "혼탁한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질서 확립과 거래소 이용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자율규제안을 마련했다"며 "가상통화 거래소의 자산 안전성, 거래 건전성, 자금흐름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율규제 심사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자율규제안은 가상통화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의 70% 이상을 인터넷과 분리한 전자지갑인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가상통화를 통한 자금세탁행위도 방지하기 위한 조항도 담겼다. 거래소는 본인확인 절차를 구제척으로 명시하고, 이용자의 거래 기록을 5년동안 보관해야 한다.

폭등·폭락을 오가는 이상거래에 대한 대응조치 의무도 포함됐다. 거래소는 원화 입출금, 가상통화 매매 등과 관련한 이상거래 감지 시스템을 갖추고 대응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조치 후 내역에 대해서도 공지할 것을 요구했다. 신규 가상통화 상장 시 해외 거래소 가격, 가상통화 발행사에 대한 정보 등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 밖에도 20억원 이상 자기자본금 보유 등 재무 건전성 유지 조항, 내부자 거래 단속 등 윤리 조항등도 신설됐다.

이 같은 규제안의 준수 여부를 가리는 심사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심사는 일반 심사와 보안성 심사로 진행된다. 일반 심사는 ▲거래소의 재무안정성, ▲거래소 이용자에 대한 기본 정보제공 체계 및 투자 정보제공 ▲민원관리 시스템 ▲이용자 자산 보호 ▲거래소 윤리 ▲자금세탁 방지 등의 항목으로 구성됐다. 근거자료 검토와 거래소 담당자와의 심층면접 및 현장 점검 방식으로 진행된다.

보안심사는 ▲서버 ▲네트워크 ▲전자지갑 관리 ▲복구 ▲개인정보보호 등 기술적 부문으로 구성됐다. 협회 정보보호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최소한의 포지티브 규제와 최대한의 네거티브 규제'라는 원칙 아래 2단계에 걸쳐 진행할 것"이라며 "1단계는 최소한의 보안성 요구 기준을 담은 자율규제 보안 체크리스트 심사, 2단계 네거티브 규제는 각 거래소의 보안 문제점 점검 결과에 대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정보보호관리체계인증(ISMS)에 준하는 수준의 평가로 실시된다"고 설명했다. 첫 심사는 다음 달 8~31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거래소에서 고객 돈을 횡령한 사고가 터져나오는 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심사는 뒷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5위권 가상통화 거래소 코인네스트의 김 모 대표와 임원 등 4명이 검찰에 구속됐다. 이들은 거래소 법인 계좌에서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자금 수백억원을 대표나 임원 명의의 개인 계좌로 빼돌리는 등 횡령 및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가상통화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한 후 거래 수수료를 받아야 하지만 거래는 없이 수수료만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일종의 '장부거래'를 한 셈이다.

앞서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도 지난 1월 시중 은행을 대상으로 가상통화 거래 실태를 점검, 위법 정황을 발견해 수사당국에 통보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 약 3개월의 시간이 있었지만 협회 차원의 자율규제나 관리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투기 조장을 우려해 협회 차원에서 신규 가상통화 상장 금지를 권고하기도 했지만 빗썸, 업비트 등 대형 거래소를 필두로 무시됐다. 지난 12일 빗썸에 상장된 '미스릴'은 상장 10분만에 250원에서 28000원대로 약 1만1000% 급등한 뒤 하루만에 500원대로 폭락하며 연초의 '투기 광풍'을 재현했다.

중소 거래소들 위주로 협회 탈퇴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사의 효과도 미지수다. 중소 거래소들은 가장 시급한 제도권 은행의 가상계좌 개설 논의는 별다른 진전이 없으면서 신규코인 상장 금지, 자율규제 심사 이행 등의 요구만 강조하는 데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업계의 목소리를 잘 대변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적절한 업관리를 하지도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심사 및 인증의 역할을 정부가 아닌 협회가 맡아서 향후 업계 퇴출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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