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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여행가의 밥] 부여 궁남지 연꽃과 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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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라는 곳을 아시는지. 백제란 단어를 빼놓고는 딱히 상징할 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 고요한 동네였다. 그런데 고요한 옛 도읍지는 지난해 공주시, 익산시와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맹모도 울린 이 땅의 열정적인 부모들은 ‘역사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과 부여를 찾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또 내로라하는 역사학자, 시인, 서양화가, 나무박사 등과 함께 부여의 명소를 둘러보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이런 여세를 모아 최근 부여군에서는 1970~80년대 초 단골 수학여행지였던 부여의 부흥을 꿈꾸며 ‘친구 아이가~!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라는 이색 여행 상품도 내놓았다. 부여 출신의 형부를 둔 덕에 십여 년 간 부여를 제 집 안방 드나들듯하던 내게 부여의 여름 하면 떠오르는 곳이 있다. 나당 연합군에게 성이 함락되자 꽃 같던 궁녀들이 몸을 던졌던 낙화암도,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살해하고 임금이 된 것을 비판하며 평생을 은둔자로 지낸 매월당 김시습이 말년을 머물다가 세상을 떠난 곳인 무량사도 아니다. ‘그까짓, 연꽃’이 흐드러지게 핀 궁남지다.


백제의 옛수도였던 부여. 선화공주와 서동의 전설이 깃든 연못에는 여름이면 연꽃이 핀다.

백제의 옛수도였던 부여. 선화공주와 서동의 전설이 깃든 연못에는 여름이면 연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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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지다, '궁남지'

궁남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연못이다. 그리고 신라의 선화공주와 결혼한 무왕 서동요의 전설을 품은 곳이다. 그런 궁남지는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래된 연못이고 뭐고, 서동요의 전설이고 뭐고 사람들은 오래된 연못과 서동요의 전설 따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하다. 그들은 다른 주인공에 홀린다. 오래된 연못을 가득 메운 연꽃이다. 40여만㎡평의 연지에 60여 종 천만송이 연꽃이 만개하는 7월에는 ‘서동연꽃축제’가 열린다. 작년에는 10일간의 축제 기간에 100만 명이 넘게 찾았다.


우아하고 신비로운 모습과 달리 연꽃은 연못에서 자라는데, 뿌리는 더러운 진흙 속에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 또 향기는 멀어질수록 향기로우니 어찌하여 송나라의 유학자 주돈이 군자로 칭했는지 수긍이 간다. 연꽃은 불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꽃이기도 하다. 석가모니가 마야부인의 겨드랑이에서 태어나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을 때 그 발자국마다 연꽃이 피어났다고 하며, 스님들이 입는 가사는 연화복이나 연화의라고도 불린다. 세속에 물들지 않고 청정함을 지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인공 자리를 연꽃에 내어준 궁남지라는 연못은 삼국사기에도 등장한다. ‘백제 무왕 35년 궁의 남쪽에 못을 파 20여 리 밖에서 물을 끌어다가 채우고,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었으며, 못 가운데는 섬을 만들었는데 방장선산을 상징한 것’이라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한다. 연못의 동쪽 언덕에서 백제시대의 기단석, 초석, 기와조각, 그릇 조각이 출토된 것을 미루어 근처에 이궁(離宮)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하는 이들이 많다.


올해 연꽃축제는 7월 8일부터 17일까지 궁남지 서동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또 1년 중 2박 3일 동안만 피는 빅토리아연은 8월 말부터 10월초까지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올해 연꽃축제는 7월 8일부터 17일까지 궁남지 서동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또 1년 중 2박 3일 동안만 피는 빅토리아연은 8월 말부터 10월초까지 만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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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은 아침 일찍 피어 오후가 되면 점차 꽃봉오리가 오므라들기 때문에 가능하면 오전에 찾는 게 좋다.

연꽃은 아침 일찍 피어 오후가 되면 점차 꽃봉오리가 오므라들기 때문에 가능하면 오전에 찾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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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의 후루룩 막국수 '장원막국수'

부여하면 으레 경주처럼 관광으로 먹고 사는 도시를 떠올리는 이가 많으나 아직까지 부여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요 몇 년 부여를 오가며 머릿속에 남은 장면이 있는데 엄청난 비닐하우스다. 그곳에서는 맛난 수박이나 토마토, 깻잎이 생산된다. 대개 ‘굿뜨래’라는 브랜드가 박혀 있는데 부여군 농산물 공동 브랜드다. 그러나 아쉽게도 부여에는 몇몇 이름난 식당이 있지만 전주나 통영만큼 맛집이 수두룩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여름에 부여를 찾으면 꼭 들러 한 그릇 비우고 와야 하는 곳이 장원막국수다. 쌈밥집과 함께 부여를 대표하는 전국구 맛집이 되어 요즘엔 줄을 서길 망설이는 부여 사람들 대신 관광 온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막국수집 주인장은 강원도의 막국수 명인에게 손맛을 전수받아 구드래 나루터 근처의 가정집을 개조하여 문을 열었다.


이 집의 막국수는 메밀가루를 주인공으로 대접하여 입에 넣어 씹으려는 순간 뚝뚝 끊기는 스타일은 아니다. 가늘고 매끄럽게 빠진 면발은 보드라워 후루룩 먹을 수 있다. 오래된 단골들의 증언에 따르면 지금보다 손님들이 많지 않을 때에는 옅은 갈색빛이 도는 살얼음이 막국수를 호위하고 있어 더 맛있게 느껴졌었다고 하나 요즘은 밀려드는 손님에 갈색 얼음 호위대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고 한다. 막국수에는 돼지고기 편육을 곁들이면 좋다. 단골들의 공식은 고추장아찌를 면발에 얹고 얇게 썬 편육을 하나 집어 면발에 싸서 먹는 것이라고 한다.


끼니때가 되면 요란하게 줄이 서는 부여의 맛집 장원막국수.

끼니때가 되면 요란하게 줄이 서는 부여의 맛집 장원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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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보드라운 면발, 새콤달콤한 육수가 입맛을 돋운다.

가늘고 보드라운 면발, 새콤달콤한 육수가 입맛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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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mation

부여군청 http://tour.buyeo.go.kr/html/tour/

궁남지(부여서동공원) 충남 부여군 부여읍 궁남로 52, 041-830-2626(부여군 문화재사업소)

장원막국수 충남 부여군 부여읍 나루터로62번길 20, 041-835-6561, 11:00~17:00


글·사진=책 만드는 여행가 조경자(http://blog.naver.com/travelfo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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