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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오름 용암동굴 26.1km…만년의 시간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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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세계유산축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워킹투어

8000년 전 솟아오른 용암
10여개 동굴 만들어내
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 등재

일반인 비공개 동굴 포함
4개 구간 트레킹코스 개발

제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형성된 만장굴 내부.

제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형성된 만장굴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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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약 8000년 전 제주도 거문오름에서 용암이 솟아올랐다. 낮은 곳을 향해 삽시간에 퍼져간 용암은 북동쪽으로 14km 떨어진 월정리 해변에 다다르고 나서야 활동을 멈췄다. 1000도를 웃도는 거대 용암이 쓸고간 자리는 모든 것을 '무(無)'로 만들 정도로 파괴적이었다. 하지만 소멸은 또 다른 생성을 낳는 게 자연의 이치. 용암이 휩쓴 곳은 만장굴 등 10여개의 용암동굴을 형성했다. 거문오름과 동굴을 비롯한 일대 자연은 2007년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자연의 보고(寶庫)가 됐다.


‘용암의 어머니’ 거문오름에서 근본투어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서 그동안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숲길과 동굴을 탐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오는 10월1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2021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지난 8일 세계유산축전 사무국이 축전 개막을 80여일 앞두고 개최한 언론 공개 행사에 참여해 해당 지역을 둘러봤다.

축전에서 기획한 워킹투어 프로그램은 ‘만년의 시간을 걷다’이다. 걷기를 통해 자연유산의 가치를 느껴보자는 취지로 4개 구간에 총 26.1㎞에 달하는 트레킹 코스를 개발했다. 출발지는 1구간의 거문오름이다. 모든 것의 기원이라는 의미로 ‘시원(始原)의 길’이라 이름 붙여진 5.5㎞ 코스다.


제주 거문오름에 형성된 삼나무 숲.

제주 거문오름에 형성된 삼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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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오름 초입부터 울창한 삼나무들이 마치 열병식을 거행하듯 반긴다. 삼나무가 온통 이끼로 뒤덮여 있고 주변 풀들도 무성해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게 초록색이다. 삼나무는 피톤치드 배출량이 많아 방충에 탁월하고 성장 속도가 빨라 바람이 많은 제주에서 우수한 방풍림 역할을 해 준다.


이 코스에서는 제주도 해발 300~400m 지역에서 형성되는 곶자왈도 목격할 수 있다. 제주말로 ‘곶’은 숲, ‘자왈’은 나무와 암석이 엉클어진 덤불을 뜻한다. 곶자왈은 나무와 돌이 엉켜 형성된 숲이다. 나무가 아슬아슬한 절벽에서 뿌리로 돌덩이를 감싸 지탱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치 살아있는 문어다리를 보는 듯하다.

용암이 이끄는 ‘불의 숨길’ 여행

2~4구간은 20.6㎞에 달하는 ‘불의 숨길’ 코스다. 이곳에서는 용암교·동굴 등 본격적으로 용암이 다녀간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거문오름에서 북서쪽으로 약 800m 이동하면 벵뒤굴을 만난다. 벵뒤굴은 거문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가장 처음 형성한 동굴이다. 벵뒤굴은 이 지역 다른 동굴과 달리 미로형태로 이뤄져 있다. 김상수 세계유산축전-제주 운영단장은 "벵뒤굴 주변이 비교적 평지여서 용암이 사방으로 흘러가 굴을 형성했기 때문에 복잡한 구조"라며 "이와 달리 만장굴과 김녕굴은 단순한 긴 파이프 형태"라고 설명했다.


벵뒤굴 주변 숲길을 걷다 보면 종종 강아지 한 마리 정도 들어갈 법한 작은 돌구멍들과 마주한다. ‘풍혈’이라 불리는 이곳에 얼굴을 가져가니 에어컨처럼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감싼다. 풍혈 사이로 들어가 암석층을 통과한 공기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을 전해준다.


제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형성된 용암교.

제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형성된 용암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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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뒤굴을 지나 웃산전굴까지 넘어가면 2구간 ‘용암의 길’이 끝나고 3구간인 ‘동굴의 길’로 접어든다. 3구간을 몇 걸음 걷다 보면 웅장한 돌다리가 나타나는데 바로 용암교다. 용암교는 용암동굴의 지붕이나 바닥이 무너져 일부가 다리 형태로 남아있는 것을 뜻한다. 용암교 아래로 깊숙이 내려가 빛이 들어오는 바깥을 내다보는 풍경은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4구간은 만장굴에서 월정리 해변까지 이어지는 ‘돌과 새 생명의 길’이다. 월정리 해변에서는 거문오름에서 흘러온 용암이 바다와 만나 차갑게 굳어 생성된 거대 현무암 덩어리를 볼 수 있다. 김태욱 세계유산축전-제주 총감독은 "용암은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사람들은 터를 잡아 삶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현무암과 석회 등으로 돌담을 쌓고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제주사람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전했다.


거문오름에서 솟아오른 용암이 흘러간 제주 월정리 해변 전경.

거문오름에서 솟아오른 용암이 흘러간 제주 월정리 해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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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동굴 탐험 기회까지

이번 축전에서는 ‘특별 탐험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동굴을 답사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열린다. 현재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형성된 10개 동굴 중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동굴은 만장굴뿐이다. 특별 탐험대는 만장굴·김녕굴·벵뒤굴의 비공개 구간을 답사하게 된다.


만장굴 비공개 지역에서 바닥을 보면 용암이 흘러내려간 흔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밧줄을 꽈배기처럼 꼬아 놓거나 이불을 주름이 생기도록 펼쳐 놓은 듯한 모양의 돌바닥이 끝없이 펼쳐진다. 동굴 벽은 산수화에서나 볼 법한 화려하고 섬세한 무늬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는 360도 입체 사운드와 이동형 영상을 활용한 국내 최초 이머시브 아트 퍼포먼스도 열릴 예정이다.


제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위치한 만장굴 비공개 지역의 바닥. 용암이 흘러간 모습을 생생히 알 수 있다.

제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위치한 만장굴 비공개 지역의 바닥. 용암이 흘러간 모습을 생생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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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굴은 동굴 모양이 구불구불하고 큰 구렁이가 살았다는 전설이 있어 ‘김녕사굴’로도 불린다. 이곳은 다른 동굴과는 달리 하얀 모래로 덮여있다. 인근 바다에서 조개껍질과 산호가루 등으로 이뤄진 모래바람이 불어온 영향이다. 이에 용암동굴이면서도 석회동굴 같은 기이한 느낌을 준다.


이번 워킹투어와 특별탐험대를 경험하려면 세계유산축전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신청을 통해 선발돼야 한다. 만장굴 전 구간 탐험대는 지난 13일부터 접수를 시작해 오는 20일 마감한다. 워킹투어와 만장굴·김녕굴, 벵뒤굴 탐험대는 8월12일 참가자를 모집한다.


제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위치한 김녕굴 입구. 다른 동굴과 달리 인근 바다에서 불어온 모래입자가 쌓여있다.

제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위치한 김녕굴 입구. 다른 동굴과 달리 인근 바다에서 불어온 모래입자가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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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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