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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로봇의 진화..②인간은 로봇이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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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에 등장한 안드로이드 로봇. [사진=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스크린샷]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에 등장한 안드로이드 로봇. [사진=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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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요즘 모든 휴대폰에 GPS가 탑재하는 것처럼 로봇에도 감정 AI가 탑재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감정에 따른 로봇의 행동요령을 추가로 학습시킨다면, 인간처럼 감정을 인식하고 상대방의 감정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하는 것도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이처럼 점점 로봇은 인간화돼 가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humanoid, 인간형 로봇)는 단순히 외형이 인간과 닮았다는 점만으로 부르는 명칭은 아닐 것입니다. 외면뿐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에 따라 행동하면서 감정도 표현할 수 있는 그야말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로봇이야말로 진정한 휴머노이드라 부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로봇을 바라보는 인간의 불편한 시각입니다. '로봇의 진화..①감정있는 로봇'편에서 지적한 것처럼 로봇이 사람의 모습과 점점 더 비슷해질수록 인간은 로봇에 대해 느끼는 호감도가 증가합니다. 그런데 그 호감도가 어느 정도에 도달하면 갑자기 강한 거부감으로 바뀌게 되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현상을 겪게 됩니다.


불쾌한 골짜기 이론은 1906년 에른스트 옌치의 논문에 언급된 'Uncanny'라는 개념에서 출발합니다. '이상한'이라는 뜻이지만 1978년 모리 마사히로가 자신의 논문에 '불쾌한 골짜기'라는 이론으로 다시 소개하면서 일반화됩니다.


인간과 거의 똑같은 로봇의 모습과 행동에 인간이 느끼는 거부감이 존재하는 영역을 일컫는 말입니다. 인간과 흡사한 로봇이지만, 실제로는 인간과는 달리 과도하게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인간과 로봇 간 상호작용에 필요한 감정을 이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소피아(Sophia)'. 소피아는 사람 피부와 유사한 질감의 플러버 소재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60여 개 감정을 표현하며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뭔가 불쾌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나요? [사진=연합뉴스]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소피아(Sophia)'. 소피아는 사람 피부와 유사한 질감의 플러버 소재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60여 개 감정을 표현하며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뭔가 불쾌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나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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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캠브릿지대와 독일 아헨공대 휴먼테크놀로지센터의 공동연구팀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뇌 전두엽에 있는 시각피질의 활성화 정도를 통해 불쾌한 골짜기가 실재하고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제 사람과 마네킹, 안드로이드(Android, 사람과 구분이 어려운 인조인간), 휴머노이드, 산업용 기계로봇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사람과 얼마나 유사하다고 느끼는지 질문했습니다. 그리고 실험 참가자들이 답을 하는 모습을 자기공명영상(MRI)로 뇌의 어떤 영역이 활성화되는지 확인했습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 모두가 전형적인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보였습니다. 참가자 모두는 산업용 기계 로봇과 마네킹, 휴머노이드를 볼 때는 사람과 점점 닮을수록 친근감을 느꼈지만 사람과 매우 흡사한 안드로이드를 볼 때는 불쾌감을 느낀다고 응답했습니다.


연구팀은 또 감정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편도체가 특별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이는 오히려 안드로이드가 다른 로봇보다 인간과 더 닮았을 뿐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라는 점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어설프게 인간의 흉내를 내는 존재로 인식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로봇의 외모와 행동이 인간과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면 호감도는 다시 올라가 인간이 인간에게 느끼는 감정 수준까지 접근하게 됩니다. 차라리 로봇인 줄 모르다가 나중에 로봇인 줄 알고 놀랐을 때는 호감도가 다시 올라간다는 말입니다.


인간이 느끼는 이런 불쾌함의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황이 애니메이션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에 대한 관객의 반응입니다. 전문가들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인물들의 모습이 인간과 거의 흡사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보여줬다면서 이 영화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폴라익스프레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 [사진=영화 '폴라익스프레스' 스크린샷]

애니메이션 영화 '폴라익스프레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 [사진=영화 '폴라익스프레스'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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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가 상영된 이후 어린 관객들로부터 "무서웠다"는 평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던 아이들이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리는 사건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불쾌한 골짜기' 이론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영화 속 인물들을 인간이 아닌, 인간과 흡사한 로봇과 같은 존재로 인식했다는 의미입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한 인물들의 대부분은 안드로이드였지만 관객들은 거부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결국, 인간은 완벽한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인 안드로이드일 경우에만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일까요?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안드로이드나 휴머노이드가 사회적 동반자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행동과 외형의 적절한 조합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인간과 완벽히 닮은, 어쩌면 똑같거나,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수준의 로봇을 만들어 내는 것도 인간인 과학자들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안드로이드 만들기보다 인간의 마음에 들기가 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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