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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영의 공선운학③] '챔피언 마인드' 심는다…美명문대 체육의 비밀(하)

최종수정 2020.10.06 10:40 기사입력 2020.10.0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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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아시아경제가 대한민국 체육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학교체육이 조화를 이루는데 필요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전문가 기고를 연재합니다. 사단법인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공선운학)'의 정규영 회장이 제언을 합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이 대학 펜싱팀 회장을 역임한 정 회장은 여기서 지켜본 미국의 학교체육 시스템을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2015년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홍보와 장학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 학생선수 진학 시스템과 학교체육의 운영, 스포츠클럽 육성, 경기단체 운영 등의 한계를 짚고 해외 사례를 비교하며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할 예정입니다.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미국 최상위 명문대들이 체육을 잘하는 학생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캠퍼스에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학생 선수'들이 넘쳐난다. 이들 중에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랭킹을 보유한 운동 선수들도 있다. 공부가 부족한 학생 선수들은 자신의 학업 성적에 맞는 대학에 진학하면 된다.


이렇게 입학한 학생 선수들은 다시 말하지만 '체대생'들이 아닌 일반 대학생들이며 각자의 전공 공부와 학점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학점 2.0 이상이 안 되면 미국 대학의 학생 선수 자격을 박탈당해 학교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없다. 명문대일수록 학업 성적 관리를 더욱 강조한다.

☞참고

[정규영의 공선운학①] '체육의 본질은 교육'…이것이 먼저다

[정규영의 공선운학②] 스탠퍼드·예일·하버드…美명문대 체육의 비밀(상)


체육을 통한 교육의 궁극적 목표
실패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정신 함양

컬럼비아 대학(합격률이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에 이어 미국에서 3번째로 낮은 명문대)의 경우 학생 선수의 학점이 3.0 이하이거나 한 과목에서 D학점이 나오면 해당 운동팀 감독에게 이 사실이 통보되고, 감독과의 면담을 거쳐 학교가 제공하는 '과목 공부 도움(튜터링 서비스)'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성적이 향상될 때까지 운동을 줄여야 한다.


즉 운동 선수로서 대학에 특기 입학을 한 것이 아니라 체육을 본인의 가장 중요한 과외 활동으로 여기고 운동부 일원으로 활약하는 학생 선수여야만 하는 것이다. 이 학생 선수라는 타이틀을 가장 자랑스러운 활동으로 이력서에 기재하고, 졸업 후 대학원 진학이나 취업에 가산점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학생 선수들을 통해 미국 명문 대학들이 강조하는 '체육을 통한 교육(Education through Athletics)'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올림픽 대표팀, 미국 대회 우승자, 미국 대학 우승자 등을 배출하고 아이비리그 대학 우승과 전미 대학 우승을 3번이나 차지한 컬럼비아 대학의 마이클 어프리치티그 펜싱팀 감독은 "체육을 통해 실패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정신력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체육을 통한 교육'에 대한 그의 신념은 다음과 같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성공하는 방법이 아닌 실패를 극복하는 마음자세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공은 누구나 다 할 수 없고 이 학생들이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실패하고 좌절하는 순간이 올텐데, 그 순간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러한 극복 방법을 바로 '챔피언 마인드'를 통해 가르칩니다. 챔피언이 될 것이라 믿고, 챔피언이 되기 위해 지금의 실패와 고통을 이겨내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서로를 챔피언이라 부르며 긍정적이고 포기하지 않는 마인드를 가르칩니다. 어느새 학생들은 챔피언이 돼 간다는 자신감이 생기며 실제 그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인드 때문에 학업과 운동 성적도 향상됩니다."


2018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미국 컬럼비아대 선수단이 단체전을 준비하고 있다./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2018 국제 엘리트 대학펜싱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미국 컬럼비아대 선수단이 단체전을 준비하고 있다./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美명문대 학생 선수는 인기스타
지역사회·대학에 막대한 수익 안겨
메달 획득·프로 진출이 최종 목표는 아냐

미국 대학들의 체육을 통한 교육은 지역사회와 대학에 막대한 수익도 가져다 준다. 초·중·고등학교의 체육교육과 지역의 운동 클럽을 통해 배출된 학생이 명문대에 진학하고 그 대학의 운동부에서 활약하면 지역사회의 관심과 전폭적인 후원을 얻을 수 있다. 미국 대학들이 미식축구를 통해 벌어들이는 1년 수입은 평균 1000억원에 육박하고 듀크 대학의 마이클 슈셉스키 남자농구 감독 연봉이 900만 달러(약 104억원)에 달하는 등 미국 대학 체육의 가치와 규모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미국과 우리나라의 스포츠 시장 규모를 절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현재 한국의 대학 체육이 활성화되지 않고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이 통·폐합 과정에서 쇠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미국 명문대 운동부 선수들은 강의실과 동아리에서 늘 만나고 같이 캠퍼스 생활을 하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다. 우리 대학들처럼 운동부 학생들은 경기장에서만 존재하고, 그들끼리 수업을 하고, 캠퍼스 생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고, 숙소 역시 따로 존재하는 그들만의 대학 생활이 아니다.


이토록 막대한 인기를 누리는 미국 대학의 학생 선수들이 프로나 실업 운동팀으로 진출하는 비율은 5%가 채 안 된다. 그들에게 체육은 교육의 일부일뿐, 인생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올림픽 메달과 프로팀 진출이 유일한 목표인 엘리트 체육보다 체육을 통한 교육을 받은 학생 선수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올림픽에서 더 많은 메달을 획득하는 이 현실을 우리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체육을 교육으로 간주하는 미국 대학들의 체육을 통한 교육 시스템을 우리 실정에 맞게 받아들여야 한다.


필자는 그동안 미국 명문대 진학을 도운 학생 선수들이 졸업 후 좋은 직장을 얻고, 사회의 중요한 경제 구성원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의 학생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앞으로 이와 같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우리 대학의 체육교육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 제시할 계획이다.


정규영 (사)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회장 겸 로러스 엔터프라이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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