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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미국의 '먼로 독트린 2.0'…트럼프, 남미로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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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약 밀수' 단속 위해 군사 작전
항공모함까지 배치…마두로 정권 교체 노리나
'남미의 트럼프' 밀레이와는 '이념 동맹'

"19세기 미국 외교의 유물처럼 여겨지던 '먼로주의(Monroe Doctrine)'가 다시 돌아왔다."(월스트리트저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내세워 카리브해를 중심으로 남미 지역에서 잇따라 군사 작전을 전개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겉으로는 마약 조직 소탕이 명분이지만,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겨냥한 '정권 교체 작전'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른바 '돈로주의(Donroe Doctrine)'를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美 "마약 운반선, 폭파해야 막는다"
[글로벌포커스]미국의 '먼로 독트린 2.0'…트럼프, 남미로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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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2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약 30초 분량의 미군 작전 영상을 올리며 "오늘 아침 나의 명령으로 미군이 남부사령부 관할 지역에서 식별된 트렌데아라과(TdA) 마약 테러 분자들에게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TdA는 마두로 대통령의 통제하에 운영되는 테러 단체"라며 "이들은 미국과 서반구 전역에서 마약 밀매 및 테러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작전과 관련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다음 날 멕시코를 방문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마약 운반선은 폭파해야 막을 수 있다. 해상 경로를 이용하는 조직이 면책 없이 활동하는 상황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선박에 마약을 싣고 미국 쪽으로 운항하는 행위는 우리에게 위협이다. (마약 운반선 공격이) 또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루비오 장관은 마약 밀매 카르텔의 격전지로 불리는 에콰도르를 방문해서는 에콰도르에 약 2000만달러의 범죄 퇴치 자금을 지원하겠다며 군사기지 설치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두로 대통령에 대해 "그는 마약 테러리스트이자 미 사법 체계로부터 도피 중인 인물"이라며 "미국은 작은 고속정만으로 마약 밀매업자를 추적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마약 밀수 단속'은 계속됐다. 지난달 17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이 콜롬비아 반군 조직인 민족해방군(ELN) 선박을 격침했다며 "미 정보 당국은 해당 선박이 불법 마약 밀수에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들은 서반구의 알카에다와 같다. 미군은 이 조직을 테러리스트로 다룰 것이며 알카에다처럼 제거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미군은 카리브해와 동태평양 일대에서 마약을 밀매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 20척을 공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약 8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NYT는 "예전부터 미국은 카리브해에서의 마약 밀수 문제를 '법 집행의 문제'로 다뤘다. 의심되는 배를 멈춰 세우고, 실제 불법 화물이 확인되면 사람들을 체포해 재판에 넘기는 방식이었다"며 "그런데 최근 행동은 과거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이라도 당장 폭력을 행사할 위험이 없는 민간인이라면, 군대는 그들을 공격할 권한이 없다는 게 대다수 법률 전문가의 해석"이라고 짚었다.


트럼프의 '돈로주의'…반미 정권 교체 노리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TASS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TAS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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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미국은 카리브해로 항공모함을 배치했다. 미 해군은 지난 11일 그간 지중해에서 작전을 수행해온 제럴드 R 포드 항모전단이 카리브해, 파나마 운하 등을 포함하는 미군 남부사령부 작전구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2017년에 취역한 포드 항모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의 최신예 항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해상 작전뿐 아니라 육로에서의 마약 밀수까지 차단할 방침을 시사한 가운데 항모 배치는 향후 미군의 지상 작전을 위한 사전 조처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령관을 지냈던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는 "이번이 1989년 파나마 침공 이후 이 지역에서 가장 대규모로 이뤄진 미군 전력 투입"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지상 공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내세우며 아메리카 대륙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모습을 두고, 미국이 '돈로주의'를 강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겉으로는 마약 단속이 명분이지만, 남미의 대표적인 반미 성향 지도자인 마두로 대통령을 실각시키고 정권 교체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돈로주의는 1823년 미국의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천명했던 외교정책 '먼로주의'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합친 용어다. 미국이 '세계 경찰'을 자처하던 시대는 끝났지만, 자국의 영향권인 서반구 내에서는 안보 및 이익을 위해 군사·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돈로주의는 미국 보수층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의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층은 중남미를 미국의 '뒷마당'으로 부르며 대외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외교 중심이 중동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이러한 구상은 점차 힘을 잃는 듯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아메리카 대륙을 외교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기조가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냉전 이후 사라졌던 미국의 이 같은 외교는 라틴아메리카에서의 군사 개입과 쿠데타 조장이라는 어두운 역사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때도 미국은 적대 세력의 확장을 두려워했다"며 "몇 달 전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장악할까 걱정하면서 미국이 그린란드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는 새로운 '독트린'을 내세워, 그 관심을 베네수엘라로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르헨과는 '경제적 먼로주의'…中 영향력 확대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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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자국에 협력적이지 않은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등에는 굴종을 강요하는 반면, 친미 정권에는 경제 지원과 외교적 보상을 제공하며 지역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아르헨티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15일 미국이 아르헨티나의 부채 상환을 돕기 위해 200억달러 규모의 금융 지원을 마련할 것이라며 아르헨티나를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의 중요한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베선트 장관은 아르헨티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경제적 먼로 독트린"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밀레이 정부는 사회주의 정책에 맞서는 등불과 같은 존재이며, 그들의 성공이 다른 중남미 국가를 우파로 움직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군사·경제적 지원의 배경을 이념적으로 설명할 경우, 지역 파트너로서의 신뢰가 훼손되며 중남미 국가들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칠레 외교관 출신 호르헤 에이네는 "2025년은 1823년이 아니다. 이 같은 접근법은 오히려 남미 국가들이 중국에 더 가까워지게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플로리다 국제대학 잭고든 공공정책연구소의 릴랜드 라자루스 부소장도 "남미 국가들이 미국의 움직임을 제국주의의 귀환으로 받아들이면, 그들은 중국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며 "즉, 미국이 먼로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중국에 '미국의 군사 개입이 부활한다는 서사적 선물'을 주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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