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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공유지의 비극'에 빠진 한국 자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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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해외투자 환율 상승 압박
단기수익보다 투자 균형 조정 필요

[논단]'공유지의 비극'에 빠진 한국 자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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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달러가 상대적으로 약세임에도 원화가 더 약하다"는 경고음이 들린다. 실제로 달러인덱스가 최근 100선 안팎에서 머무르는 가운데, 환율은 1달러당 1460원대로 급등해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환율 급등은 단순히 수입물가 상승이나 외환시장 변동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높은 환율이 고착되면 한국 산업의 경쟁력 약화, 외국 자본 이탈, 국내 투자 여력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적 위험을 초래한다. 단기적 환율 방어보다 더 근본적인 자본의 흐름과 투자구조를 돌아봐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의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행보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2025년 8월 말 기준 전체 기금의 약 36.8%, 즉 486조원가량을 해외주식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 중 북미 자산이 약 70.5%를 차지한다. 또한 올해 3분기만 해도 미국 상장주식 투자 평가액이 약 1158억3000만달러(167조원)에서 1287억7000만달러(186조원)로 3개월 사이에 18조원 이상 증가했다.


물론 이러한 해외 투자는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국민연금의 규모와 역할을 생각할 때 근시안적 사고이다. "국내 산업과의 균형은 생각하지 않는가?",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이 환율, 국내 투자환경, 경제구조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되묻지 않으면 안 된다.


경제학의 고전적 개념인 '공유지의 비극'은 이 현상을 잘 설명한다. 공유지를 각자 조금씩 더 이용하면 단기적으로는 이익이지만, 결국 모두가 피해를 본다. 지금 한국에서도 개별 국민이 부동산은 아파트에, 주식은 미국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단기적으로는 개인에게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귀결된다.

결국 이는 주택가격 급등, 자산 불균형, 청년의 주거비 부담이라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자금이 미국 주식시장으로 쏠리면 단기 수익률은 오를지 몰라도, 국내 산업의 기술 축적과 고용 확대, 기업 성장의 선순환이 약화한다. 자본이 국내 산업으로 흐르지 않고 해외로 빠져나가면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누적되고, 결국 환율은 더 상승한다. 이는 수입물가 상승과 기업 원가 부담으로 이어져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실제로 최근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이 내려가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해외투자가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로 환류되지 않고 다시 해외로 유출되는 구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투자는 수익 면에서 장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국내 산업 보호와 국가 경제의 장기적 건전성이라는 공적 취지와 충돌한다. 국민연금은 단순히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자산운용 기관이 아니라, 국민의 노후자산을 지키고 국가 경제의 안정적 축적을 도모해야 하는 책임 있는 공공기금이다. 그런데 작금의 구조는 국내 산업에 대한 투자 여력보다 해외자산 확대가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 자본이 산업현장으로 흘러가지 않고 해외시장으로 빠져나가는 흐름을 연기금이 오히려 재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해외주식 투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방향을 균형 있게 조정해야 한다. 정부와 연기금은 국내 산업, 기술개발, 고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투자 유인 구조를 복원해야 한다. 단기 수익을 좇는 개별 이득이 쌓여 국가 전체의 손실로 이어지는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의 환율 급등은 단순한 시장 변동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공동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이 앞선 구조"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음이다. 장기적 시각에서 정책 전환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란다.

김규일 美 미시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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