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다르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자본시장 개혁'을 외치며 반복된 말이다. 하지만 최근 코스피 랠리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해외 투자자의 귀엔 여전히 그 말이 공허한 듯하다. 한국은 어쩌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양치기 소년'과 마찬가지인 존재가 됐을까.
최근 인터뷰한 월가 출신의 저명 투자전략가 데이비드 로치 퀀텀스트래티지 창업자는 올 들어 확인된 코스피 랠리에도 한국 시장에 대한 노골적인 '불신'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로치 창업자는 과거 월가 최초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예고했던 인물로, 지난해 12월 한국 국회가 계엄령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자마자 투자자들에게 침착하게 지켜볼 것을 권고할 정도로 한국 시장을 실시간으로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자산과 통화에는 여전히 단 한 푼도 투자하고 있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가 해소되기 요원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불신은 일회적인 것도, 그 혼자만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수십 년간 저명 투자전략가로 활약해온 로치 창업자는 "재벌 개혁과 관련해 '수없이 많은' 헛된 여명(false dawns)을 겪은 사람으로서, 이제는 말만으로는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내건 이재명 정부의 행보로 최근 외국인 순매수가 확인되고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지만 현재의 개혁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론 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는 앞서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해외 기관투자가 50여곳을 개별적으로 만나고 돌아온 후 밝힌 발언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당시 이 회장은 자본시장 개혁을 둘러싼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처럼 뜨거울 때가 거의 없었다면서도 "매일 미팅이 진행될수록 충격을 받았다. '불신의 벽'이 상상을 초월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전임 정부의 상법개정 유턴, 공매도 전격 금지 조치 등으로 인해 미팅 전 어느 정도의 불신을 예상했던 그로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한국 시장에서 흔히 확인되는 순환출자, 우회 지배, 특수관계인 거래 등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요소로 꼽힌다. 이 때문에 주주가치보다 기업 소유주의 이익을 우선시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새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과 별개로, 각종 법안이 안착하기 전까지 온갖 꼼수가 쏟아질 것이라는 점 역시 회의론을 깊게 하는 대목이다. 주주가치 개선으로 이어지는 '자사주 의무소각' 원칙은 보완 입법 중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최근 기업의 행보는 어떠했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피하려는 '막차 교환사채(EB)' 발행이 잇따라 확인되지 않았던가. EB 발행을 통해 자사주 처분 결정을 공시한 기업들은 KCC를 비롯해 수십 곳에 달한다.
최근 코스피 랠리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다만 시장은 신뢰 위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신뢰가 무너지면 수치도 의미를 잃는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넘어 '정상화'를 내건 이재명 정부에게 중요한 것은 다음 새 대책이 아닌, 일관된 정책 추진력이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까지 행동으로 지배구조 및 주주가치 개선 약속을 거듭 증명해 낼 때 '양치기 소년'의 오명은 비로소 지워질 것이다. 지긋지긋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꼬리표가 떨어지는 것도 바로 그 이후다.
조슬기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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