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출산이 점차 늦어지고 있다. 그런데 주택 구입 연령은 정반대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은 4.4건으로, 2022년(3.7건), 2023년(3.8건)에 비해 다소 높아졌다. 그러나 장기적인 감소 추세는 여전하다. 합계출산율도 지난해 0.75명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심각한 저출산 국면이다.
주택 구입 연령은 낮아지고 있다. 고금리, 전세 불안, 청약 불신이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30대 이하의 주택 매입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연령별 아파트 매입 통계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2024년 11월~2025년 4월) 30대 이하의 전국 평균 매입 비중은 30.5%, 서울은 35.1%에 달했다. 2022년 4분기 전국 27%, 서울 29%에서 반등했다.
과거에는 결혼 후 내 집 마련을 고민했다면, 이제는 결혼보다 주택 구입이 먼저다. 주목할 점은 단기 투자 목적이 아닌 실거주 중심의 전략적 매수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주요 자치구를 비롯해 수도권 중상위 입지에서는 30대 이하의 매입 비중이 40%를 상회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강남 3구와 같은 고가 지역에서도 20% 안팎의 비중이 유지되고 있다.
젊은 세대는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고 왜 주택을 먼저 사들일까. 월세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임대차 대신, 거주비 고정화 차원에서 자가 매입이 안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금리 사이클에 선제 대응하는 측면도 있다. 기준금리는 여전히 중·고점을 유지하고 있으나, 시장금리는 하향 안정세에 접어든 상태다.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매입-후고정'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약 제도에 대한 구조적 불신도 끼어 있다. 높아진 가점 커트라인, 소득·자산 기준의 허들, 청약 당첨 이후 자금 조달 부담 등은 청약을 비현실적인 자가 마련 수단으로 만들고 있다. 또 지금 아니면 평생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방어적 매수이기도 하다. 주거의 불안정성이 결혼과 출산을 막고 있는 구조적 현실을 고려한다면, 선제 매입은 오히려 혼인·출산을 증가시킬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매물을 찾아 나선 젊은 세대는 인프라가 잘 구축된 도심권·재정비 예정지·교통개선 수혜지역 등 거주 가치와 자산가치의 교집합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단순히 '사는 것'이나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정착할 집'을 고르는 기성세대보다 진화한 선택이다.
'요즘 애들은 왜 결혼을 안 하느냐' 보다 '왜 집은 사려고 하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젊은 세대의 이른 내 집 마련은 주택 시장에 대한 단순한 낙관에서 비롯된 선택이 아니라, 정부 정책이 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구조적 요청으로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이 신호를 정확히 읽지 못하고, 실수요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놓친다면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된다. 지금은 시장 회복의 출발점이 아니라, 신뢰 회복의 변곡점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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