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 파병 첫 공식인정
한반도 유사시 자동개입 우려

지난해 6월 평양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음을 북한, 러시아 모두 공식 인정했다. 지난해 6월 북한, 러시아가 체결한 조약에 포함된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에 근거해 참전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정부는 북한군에 대해 "참호에 어깨를 맞대고 피를 흘리며 싸운 동지"라며 혈맹관계라고 강조했다.
북한군 파병이 확인된 지난해 10월 이후 줄곧 파병 사실을 부인하던 러시아가 입장을 바꾼 것은 북한으로부터 추가 파병을 받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1차로 1만1000여명의 병력을 파견한 이후 올해 초 3000여명을 추가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 투입 초반만 해도 새로운 무기체계인 '무인기(드론)' 대응에 어려움을 느끼며 대규모 사상자를 내던 북한군이 전장에 익숙해지며 성과를 내자 러시아 입장에서 더 많은 파병을 원하게 됐다는 것이다.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을 넘어 다른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투입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북한군은 이미 러시아군과 함께 쿠르스크 전선 지역을 넘어 우크라이나 국경 일대에서 교전 중이란 외신 보도도 나온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점령당했던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 탈환 작전을 넘어 우크라이나 영토 침공에 본격 투입될 경우, 러시아와 함께 명백한 우크라이나 침략 세력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러시아와 혈맹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한반도 안보에 새로운 변수다. 냉전 종식 이후 겨우 철폐됐던 옛 소련과 북한 간의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부활했기 때문이다. 북한 유사시 그동안 자동 군사개입이 가능했던 국가는 중국이었는데 러시아도 가능해지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 역학관계는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앞서 북한은 1961년 소련과 체결한 '북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에 따라 유사시 소련의 자동 군사개입을 확약받았지만, 해당 조약은 1996년 한국 정부의 집요한 요청에 따라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행정부에서 폐기된 바 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내정간섭이라는 러시아의 강한 반발을 물리치고 어렵게 북한과의 상호원조조약을 폐기했는데 불과 30년도 안돼 되살아난 셈이다.
유사시 군사개입뿐만 아니라 군사협력 강화 자체도 새로운 안보 불안 요소다. 러시아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극초음속 미사일, 스텔스 전투기 등 각종 첨단 군사 분야에서 많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핵무기 보유를 제외하면 재래식 전력 부문에서 한국과 기술적 격차가 극심했던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전술을 습득할 기회를 얻게 됐다.
여기에 대응해야 할 한국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탄핵정국 이후 새로운 대선을 앞둔 정정 불안이 이어지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방위비 협정, 관세 문제 등을 당장 풀어나가야 할 상황에 놓였다. 미국과의 협상이 늦어질수록 한반도 안보 문제에서 한국이 더욱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외교·안보 측면에서만큼은 정치권이 일치된 모습으로 신속히 현안을 처리해주길 바란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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