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지 공모실패·소각장 건설차질
직매립 금지 사실상 유예 불가피
미래에 쓰레기 떠넘기기 악순환 끊어야
수도권의 쓰레기를 처리해 온 인천 서구의 수도권매립지는 1992년 개장 이후 30년을 넘겨 운영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16년에 문을 닫았어야 했지만, 마땅한 대체 매립지를 찾지 못해 여전히 사용 중이다.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는 2015년 4자 협약을 통해 매립지를 계속 쓰기로 했고, 현재는 '3-1매립장'이라는 이름으로 매립이 이어지고 있다.
새 수도권 매립지를 찾는 공모는 2021년 1,2차와 지난해 3차까지 세 번의 공모가 있었다. 공모가 거듭되면서 부지 최소 면적은 1차(220만㎡), 2차(130만㎡), 3차(90만㎡) 등 계속 축소됐다. 3차 공모에서는 유치 지자체에 주어지는 특별지원금(3000억원)이 500억원 인상됐다. 조건을 완화하고 지원금을 늘려도, 매립지를 유치하겠다는 지자체는 없었다. 4차 공모에서는 지자체 특별지원금을 늘리지 않되 매립지 부지 최소면적을 줄이는 방향으로 완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응모할 수 있는 주체를 지자체에서 기업 등 민간까지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 눈치를 봐야하는 지자체장이 매립지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이 손을 든다고 해서 그 부지에 매립지가 들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도권매립장의 사용 가능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65%의 매립률을 기록 중인 3-1매립장은 설계상 올해 포화 예정이었다. 쓰레기 매립양 감소 등에 따라 매립용량으로만 따지면 2042년까지도 사용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오고 있다. 2004년 연간 600만t이 넘던 폐기물이 지난해에는 약 107만t으로 6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쓰레기 종량제 도입, 음식물쓰레기 직매립 금지, 대형 건설폐기물 직반입 제한 같은 정책들이 효과를 낸 셈이다.
정부는 2026년부터는 소각하지 않은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폐기물이 줄고 수도권 지자체들이 소각장을 확충하지 못하면서 이 조처는 유예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33개 지자체 중 26곳은 자체 소각장 용량이 부족하다. 게다가 2026년까지 완공될 소각장은 단 한 곳도 없다. 서울시는 마포구에 광역 소각장을 새로 짓기로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재판부는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에 하자가 있고, 입지 후보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위한 전문 연구기관의 선정에 관해도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했다. 인천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치적 일정도 변수다. 조기 대선 이후에는 누가 집권하든 새 정부가 들어서고 국정 공백은 불가피하다.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인천은 4차 공모가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대로 가면 결국 수도권 쓰레기는 다시 현재의 매립지로 돌아오게 된다. 직매립 금지 정책은 유예되고, 쓰레기 처리의 기본 원칙인 '발생지 처리'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수도권 66개 기초지자체 중 64곳이 지금도 수도권매립지를 이용하고 있다. 현 매립지가 자칫하면 수도권 전체의 '뒷마당' 역할을 계속하고 쓰레기 문제는 "계속 다음 세대, 다음 사람에게"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 자연은 미래세대에 넘겨줘야할 자산이지만 쓰레기까지 미래세대에 넘겨줘서는 안된다. 이경호 이슈&트렌드팀 팀장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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