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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아웃사이더의 귀환, 이재명과 한국 정치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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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 '변방의 장수' 중도실용주의 대권주자로
"세 번째 도전, 한국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 수 있을까"

[초동시각]아웃사이더의 귀환, 이재명과 한국 정치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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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이재명을 만난 것은 2016년 여름밤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였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그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이른바 '사이다 발언'으로 정치권 주목을 받았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날이 기억에 남는 것은 인상적인 언변과 함께 스스로를 '변방의 장수'로 소개하는 소탈함이 컸다. 반짝인기에 그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예상은 이내 현실이 됐다.


당시 탄핵정국에서 거리에서 싸웠던 그는 일약 스타로 떠올라 대선주자가 됐다. '변방 장수의 한양 유람기'는 정말 돌풍과도 같았다. 민주당 경선 후보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색채를 드러낸 그는 사회, 경제적 현안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를 매섭게 견제했다. 캠프 해단식 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던 그는 "역사는 기득권자들이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변방 아웃사이더와 민중이 만든다"며 "그 힘을 모아서 다시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말을 남겼다. 출정식 같았던 해단식은 가끔 생각이 났다.

당시 해단식 취재기록을 들여다보다 최근 깨달은 게 있다. 기억이 강렬했던 것은 우중충하리라는 예측과 달랐던 분위기 탓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후보는 물론 캠프 저변에 깊게 배어있는 '아웃사이더 정서'였다.


5년 뒤인 2022년 대선에서 그를 다시 보게 됐다.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의 광역단체장으로 '레벨업'했고, 전국적 지명도도 한층 높아졌다. 양상도 달라졌다. 이제는 견제하는 세력이 아닌 견제 대상이 됐고, 그의 '신화'는 의혹의 대상이 됐다. 선거전은 비전 제시의 장이기보다는 고소·고발로 주먹을 날리는 격투기를 보는 듯했다. 최고권력을 꿈꿨던 그는 마치 페달을 멈추면 넘어지는 자전거에 탄 사람처럼 질주했다. 이번엔 경선의 문턱을 넘어섰지만, 본선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상대는 서울대 법대, 검사 출신의 엘리트였다.


대선에서 패한 뒤 그는 정치적 생존에 집착하는 듯했다. 정치적 휴식기나 유학의 시간을 보내는 대신 곧바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갔고 당권을 차지했다. 검찰의 서슬 퍼런 칼이 그를 노렸고 필사적으로 칼을 피해 다녀야 했다.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정치 갈등 속에서 목숨마저 잃을 뻔하기도 했다. 그리고 느닷없는 비상계엄과 현직 대통령의 탄핵, 파면 등 격변이 이어진 끝에 그는 다시 대선 무대에 오르게 됐다.

9년 전과 비교하면 그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민주당의 가장 왼쪽을 자처했던 그는 이제 중도보수, 실용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는 정치인이 됐다. 그의 생각은 공정, 분배보다는 성장에 가까워졌다. 파이를 나누기 위해서는 파이가 커져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무엇보다 특유의 아웃사이더 정서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문제를 대하는 방식도, 풀어가는 해법도, 세계를 대하는 태도로 달라진 듯하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한국 정치에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그의 3번째 대선 도전은 한 인간의 성장을 기반으로, 한국 정치의 변화를 기대해야 하는 흐름으로 향하고 있다. 오랜 기간 노동과 환경, 경제, 재정 등에서 한국 진보 진영의 도그마 같았던 논리를 대변하던 이가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논리의 전복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락과 무관하게 이재명을 통한 한국 정치의 변화는 여기에서 시작될 수 있다.





나주석 정치부 차장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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