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李재판 신속 선고 큰 변수
트럼프發 경제·외교 변동성까지
'어대명' 낙관론 당분간 보류해야
'어·대·명' 낙관론은 당분간 보류되는 분위기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겼고 당일 심리에 들어갔다. 이틀 뒤 속행기일을 진행했다. 심리에 급가속이 붙은 셈이다. '6월 대선 투표 전에, 어쩌면 5월 후보 등록 전에 선고될지도'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이재명의 대선 출마는 불가능하다.
대법원이 2심처럼 무죄를 선고해도 이젠 별일이 아니다. '파기자판'으로 1심처럼 무거운 형을 내려도 사람들은 그러려니 할 거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은 형사사건 1심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1639만 국민이 찍어준 현직 대통령을 파면했다. 대법원장·대법관 12명이 형사사건 2심이 끝난 상태에서 1000명 샘플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대선후보에게 유죄를 주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헌법 11조에 따르면 대통령이든 대선 후보든 법 앞에 평등하다. 대법원은 속도를 늦춰 아무 일도 안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 탄핵 사태를 거치며 '법원 결정에 승복'이 사회적 미덕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 선고 시점·결과는 조기 대선의 큰 변수가 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도 주요 변수다. 이재명에 맞선 국민의힘의 일부는 표의 확장성을 중시한다. 내부 프랜차이즈 스타 육성보다 외부 FA 영입에 눈길을 보낸다. 이들에게 한덕수는 상품성이 있다. 비정파적 관료 경력에 호남이 고향이다. 무당층, 수도권, 호남에 접근할 수 있다. 다소 불안정하게 보인 대통령 윤석열과 달리, 권한대행 한덕수는 베테랑 이미지와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주미대사,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스펙은 국정 역량의 근거로 인식될 수도 있다.
반면, 공격당할 포인트도 적지 않다. 우선 나이(75세)가 많다. 진보 진영은 '내란 대행' 꼬리표를 붙인다. 출마설이 돌자 한덕수의 진보·보수 정부 공직 경력을 "기회주의자 끝판왕" "최악 벼슬아치" "인륜 거슬러"라고 비난한다. 김앤장 고액 보수 논란도 끄집어낸다.
미디어와 여론조사도 시험대다. 제도권 매체는 한덕수의 출마를 대체로 냉랭하게 다룬다. 여론조사에서는 '출마에 반대하는 여론'과 '범보수 대선주자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여론'이 혼재돼 있다. 대선 출마를 타진하다 접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한덕수도 관료의 유약함을 드러내리라 기대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한덕수는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야당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을 거부했다 탄핵당했다. 권한대행에 복귀한 뒤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들을 지명했다. 이 행위는 행정이 아닌 정치였으며 이재명과 야당에 대한 도발이었다. 한덕수는 이렇듯 '의리'와 '권력의지'가 있는 것 같기도 해 출마 포기를 속단할 순 없다.
초대형 외생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의 상호관세 24~25% 광인 정책은 우리 국가 경제와 개인 삶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 이재명은 친중 이미지에서 우클릭 중이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고 최근 트럼프와 우호적 대화를 나눈 한덕수에겐 기회이자 위기다. 미국과의 교섭에서 나라 위신을 세우고 일본보다 나은 관세 인하 성적표를 받으면 유리한 국면을 맞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수 있다. 대선까지 남은 날도 별로 없다.
이재명 대세로 굳어지는가 싶던 조기 대선에 대법원, 한덕수, 트럼프 변수가 등장했다. 이번 대선도 역대 대선처럼 몇 번 출렁일지 모른다.
허만섭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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