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 vs '너드' 이미지 두 정상
겉보기엔 성향 맞지 않을 듯
아베와 대립했던 이시바
골프 취미도 맞지 않아
방미 맞춰 '트럼프 열공'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번째 미·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7일(현지시간) 첫 정상회담을 하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과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뛰어넘는 미·일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졌다. 자타공인 '골프광'이자 마초적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과 '너드(Nerd·괴짜)' 이미지의 이시바 총리는 겉보기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평이다. 다만 작년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일본 정부 주도로 '아베 따라하기' 전략을 공부해왔던 만큼 반전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6일(현지시간) "이시바 총리가 아베 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를 그대로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골프를 치지 않는 이시바 총리의 특성을 꼽았다. 이시바 총리가 오랫동안 아베 전 총리와 정치적으로 대립해 왔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배경으로 꼽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대통령 취임 전 이시바 총리의 면담 요청을 거절한 반면, 작년 12월 아베 전 총리의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를 마러라고 만찬에 초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전 총리를 각별히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일본 정부도 작년부터 우려를 해온 대목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일찍이 이시바 총리에게 '골프 외교'를 권했다. 아베 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골프였기 때문이다.
전임자 중 한 명인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최고의 단짝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2022년 총리 유세 중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전 총리는 2016년 11월17일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당선' 이후 9일 만에 뉴욕행을 단행했다. 아베 전 총리는 금으로 도금된 골프채를 선물로 들고 트럼프 타워를 찾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국가 정상 중 처음으로 만난 인물이다. 이후 아베 전 총리의 극진한 대접과 꾸준한 소통 노력에 힘입어 트럼프 대통령도 그를 "환상적 친구"로 지칭하는 데 이르렀다. 아베 전 총리가 2020년 9월 총리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두 사람은 3년8개월 동안 14차례 대면 정상회담과 37차례 공식 전화 통화를 했다.
일명 '오타쿠 총리'로 불리는 이시바 총리와 마초적 기질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과의 성향 차이도 걸림돌로 꼽힌다. 오타쿠는 '마니아'를 뜻하는 일본 말이다. 그는 프라모델 수집가이자 '아이돌 덕질'로 유명하다. 1970년대 활동한 일본 걸그룹 '캔디즈'의 팬으로 알려져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마초' 측근들에게는 도저히 '쿨'하게 보일 수 없는 취향"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시바 총리가 이번 방미에 앞서 '트럼프 공부'에 총력을 기울인 만큼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전날에도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를 비롯해 정부 고위 관료로부터 미·일 관계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미국 경제 상황에 밝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등 여러 사람으로부터 조언도 들었다. 일본 정부는 외국 정상과 개인적 신뢰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고려해 아베 전 총리의 영어 통역을 맡았던 다카오 스나오 외무성 일미지위협정실장에게 통역을 맡긴다. 다카오 실장은 작년 1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이시바 총리와 통화를 통역하기도 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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