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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성스러운 거미’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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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
'자기 세뇌'가 원인이 된 듯
상식과 정상 범위 되돌아봐야

[시사컬처]‘성스러운 거미’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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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외국영화 대부분은 할리우드 아니면 일본, 중국영화다. 아주 간혹 유럽 영화 정도. 나는 그래도 직업상 다양한 나라 영화를 꽤 본 편이다. 특히 이란을 대표로 하는 중동 영화를 꽤 챙겨봤는데 레바논 영화 ‘가버나움’과 함께 가장 인상적이었던 ‘성스러운 거미’라는 작품을 소개한다.


'성스러운 거미' 이야기는 오해를 풀면서 시작해야 한다. 일단 제목이 스파이더맨 짝퉁처럼 유치하게 보일 수 있는데 무려 2022년 칸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과 경쟁했던 작품이다. 결국 상은 다른 영화 ‘슬픔의 삼각형’이 받았지만, 이 영화가 상을 받았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대단한 작품이다. 또 하나의 오해. 이란을 배경으로 벌어진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고 이란 배우들이 출연했고 이란 감독이 연출했지만, 공식적으로는 스웨덴 영화다. 응? 뭔가 호기심이 생기지 않나? 정말 좋은 영화니까 꼭 찾아보시길.

스포일러 없이 간단한 내용은 이렇다. 이란의 평범한 노동자 ‘사이드’는 알라의 충실한 종을 자처하며 사회를 정화한다는 명목으로 무려 16명의 여성을 차례차례 살해한다. 그런데도 꽤 많은 이들이 ‘거미’라는 별명을 가진 (아직 잡히지 않은) 살인범 사이드를 응원한다. 여기에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여기자가 그를 쫓으면서 긴장감이 더해진다. 이 영화는 초반부터 범인이 누군지 보여주고도 재미와 주제 의식 모두 놓치지 않는다. 윤석열이라는 인물이 몰락하는 과정을 보면서 나는 이 영화를 떠올렸다.


그는 국민 대다수가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고 대학 문턱에서 못 가던 시절, 응용통계학과 교수인 아버지와 화학과 어머니라는 초엘리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검찰총장을 지내고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랐다. 출생부터 출세까지 대한민국 상위 0.01%의 성공 가도를 걷던 그는 이제 법적으로 살인보다 더 무거운 형벌을 받을 처지에 처했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여러 해석이 분분한데 나는 ‘자기 세뇌’로 설명하고 싶다. 이 점에서 윤석열은 영화 ‘성스러운 거미’의 사이드와 같다. 사이드는 그릇된 종교적 믿음으로 자신을 세뇌했고 윤석열은 주술과 극우 언론으로 자신을 세뇌했다. 사이드의 강력한 세뇌는 경찰에 체포되고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도 풀리지 않았다. 윤석열도 마찬가지. 체포당하기 전에 남긴 영상과 글을 보면 아직도 민주당이 북한과 내통하고 조직적으로 부정선거가 치러졌다고 믿고 있다. 자기가 내린 모든 어처구니없는 판단들이 구국의 결단이라고 믿고, 체포당하는 과정이 생중계되었는데도 자진 출석했다고 믿는다. 심지어 여당 의원들에게도 극우 유튜브를 잘 챙겨보라는 당부까지 남겼다.

이 시점에서 상식과 정상의 범위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얼마나 상식적으로 정상적으로 살고 있나?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은 정도의 선은 지키고 있나? 그렇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부분이 편향적으로 세뇌되어 있을까 두렵다. 내가 어느 정도로 정상인지를 자가 진단할 수 있는 테스트라도 있으면 좋겠다. 한번 만들어 볼까?


윤석열의 결말은 '성스러운 거미'와 다르기를 바란다. 바람을 넘어 요구한다. 당신은 재판 과정에서라도 세뇌에서 풀려나야 한다. 그래야 반성도 사과도 가능할 테니까. 우리는 당신에게 ‘개사과’가 아닌 진짜 사과를 받을 자격이 있다.

이재익 SBS라디오 PD·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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