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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순경] "경찰은 '공기'"…시민 일상 지키는 노원역 지구대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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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친절한 경찰 꿈꾸는 조성진 순경
공감 능력과 든든한 체력으로 현장에 강점

편집자주Z세대가 온다. 20·30 신입들이 조직 문화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다. 경찰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경찰에는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성·청소년 등 다양한 부서가 있다. 시도청, 경찰서, 기동대, 지구대·파출소 등 근무환경이 다르고, 지역마다 하는 일은 천차만별이다. 막내 경찰관의 시선에서 자신의 부서를 소개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일과 삶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신고받고 출동할 땐 겁도 났지만…막상 현장에서는 몸이 먼저 반응을 보이던데요?"


조성진 서울 노원역지구대 순경이 사무실에서 노원구 지도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염다연 기자

조성진 서울 노원역지구대 순경이 사무실에서 노원구 지도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염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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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찾은 서울 노원경찰서 노원역지구대에서 만난 막내 조성진 순경(29).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폭염 속 쓰러진 노인에게 응급조치를 시행했던 일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6월 노원구 당현천에서 산책하던 70대 노인이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조 순경은 심폐소생술(CPR)을 진행했다. 그는 "입직한 지 반년 정도 됐을 때라 겁도 나고 대처를 잘 못 할 줄 알았는데, 막상 도착하니까 나도 모르게 즉각적으로 CPR을 실시하게 됐다"며 "건강을 회복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찰이 정말 보람 있는 직업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회상했다.

노원역지구대는 서울 노원경찰서 산하 8개 지구대 중에서도 가장 바쁜 편에 속한다. 학교부터 유흥가까지 혼재돼있고, 곳곳에 아파트 단지가 있는 주거단지 밀집 지역 특성상 크고 작은 신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조 순경은 2023년 입직 후 지난해 1월 노원역지구대에 첫 배치를 받은 '새내기'지만, 다양한 사건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각종 사건·사고가 터지다 보니 긴장을 늦출 수 없지만 그만큼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선배들이 잘 챙겨주시고 화기애애한 팀 분위기 덕분에 항상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 대처 능력부터 체력까지 가진 '황금 막내'

조 순경은 대화와 상황에 맞는 대처를 통해 다양한 현장의 문제들을 해결해 온 '공감 전문가'다. 경찰에 신고한 뒤 직접 대화하기를 두려워하거나 껄끄러워하는 신고자가 많은데, 조 순경은 이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쉽게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낸다. 조 순경은 "가정 폭력과 관련된 사건이 가장 많은 편에 속하는데, 경찰이 출동하면 종종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경찰관에게도 욕설하거나 대화를 거부하시다 보니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면서도 "저희는 일단 양쪽의 진술을 들어야 하므로 친근하게 다가가거나 공감을 하면서 신뢰를 쌓다 보면 자연스럽게 얘기를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들과 최대한 공통점을 찾거나 상황과 관련된 저의 경험을 얘기하다 보면 친근감이 느껴지시는지 진술 청취가 수월해진다"며 "이야기를 들을 때는 감정 이입을 하다 보니까 많은 생각이 드는데, 퇴근하게 되면 공과 사를 철저하게 구분하고 그 감정을 집까지 들고 오지 않으려고 하면서 지치지 않도록 스스로 조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한 조 순경의 든든한 체력은 또 하나의 강점이다. 취미인 헬스와 운동을 바탕으로, 다양한 현장을 누비고 수면 시간대가 계속해서 바뀌는 교대 근무 속에서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조 순경은 "예전에 체육 교사를 꿈꿨었지만, 노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르치는 것보다 누군가를 돕는 일에 적성이 있음을 깨닫게 됐다"며 "이후 곧바로 경찰 시험을 준비해서 합격했는데, 정말 잘한 선택인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노원역지구대의 선배들은 조 순경을 'MZ(밀레니얼+Z세대) 같지 않은 MZ'라고 평가했다. 함께 근무하는 위주성 경위(39)는 "보통 선배들한테 잘하면 민원인이나 일도 잘하기 마련인데 조 순경은 딱 그런 스타일이고 예의가 바르다"며 "팀이 바뀐 지 얼마 안 됐지만, 현장에 몇 번 함께 나가보니 자기 역할을 알아서 잘하는 후배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 'MZ'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성진 서울 노원역지구대순경(맨 오른쪽)이 사무실에서 팀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염다연 기자

조성진 서울 노원역지구대순경(맨 오른쪽)이 사무실에서 팀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염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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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한파 속 현장에서도 잃지 않은 따뜻함

조 순경과 함께 오전 9시40분께부터 순찰차를 타고 인근의 초등학교와 먹자골목, 시장 등의 관할 구역을 돌아봤다. 조 순경의 눈은 시민들과 골목골목을 쫓기 바빴다. 그는 "신고가 떨어지지 않았더라도 이렇게 순찰을 하면서 놓치는 것이 없도록 잘 살펴보려고 한다"며 "겨울철 늦은 시간에는 주취자 신고가 많은 만큼 특히 야간 순찰 때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했다. 조 순경은 "여름보다는 겨울에 주취자 신고가 많아지는 편"이라며 "특히 지난 12월31일 새해를 맞이해 스무살이 되는 학생들도 주취 문제 관련해 신고가 많이 들어왔었는데 무척 바빴다"고 말했다.

순찰을 마치고 복귀하려던 오전 10시10분께 상계동의 한 식당에서 신고가 접수돼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했다. 주취자와 식당 주인 간 시비가 붙었다는 내용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신고자가 "장애가 있어 말을 잘 못 한다"며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자 조 순경은 "천천히 얘기하면 된다. 걱정하지 말고 말하면 된다"고 다독였다. 영하 11도에 칼바람까지 불며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도 그는 길 한복판에서 차분히 신고자와 대화를 끌어내고, 능숙한 모습으로 순찰차에 기대 진술을 작성했다.

함께 출동한 선배 경찰관들과 함께 10여분간 진술을 청취한 결과 신고자의 일행과 식당의 주인 사이에 오해가 있어 발생한 단순 소동이었던 것으로 상황이 일단락됐다. 이후 신고자가 "바쁘신데 별일 아닌 일로 신고해 죄송하다"고 사과하자 조 순경은 "괜찮다. 해결됐으니 걱정하지 말고 추운데 얼른 들어가시라"며 미소 지었다.

조성진 서울 노원역지구대 순경이 9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신고자의 진술을 적고 있다. 염다연 기자

조성진 서울 노원역지구대 순경이 9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신고자의 진술을 적고 있다. 염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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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위한 '친절한 경찰'이 목표

이처럼 하루에도 여러 차례씩 현장과 지구대에서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는 조 순경이 지치지 않고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한가지다. '친절한 경찰'로 기억되고 싶단 목표가 있어서다. 조 순경은 "평생에 한 번 경찰을 마주하게 될까 말까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최대한 친절하게 대해 경찰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드리고자 한다"며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모든 선배 경찰관들을 보며 열심히 배워서 성장하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조 순경은 경찰을 '공기' 같은 존재라고 정의 내렸다. 그는 "사람이 살아갈 때 공기가 필수적인 것처럼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경찰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공기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존재하듯 경찰도 시민들의 옆에서 언제나 범죄 예방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는 만큼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을 마쳤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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