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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달러의 시대가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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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통화, 경상수지 적자 감내해야
중국 위안화 등 감당할 수 없어
비트코인도 달러 기반으로 결제

[논단]달러의 시대가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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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달러의 패권에 대한 도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브릭스(BRICs) 국가들이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통화를 만들려 한다면 100%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시장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의 회원국은 최초의 회원국들인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까지 다섯 나라에 이란과 이집트, 에티오피아, UAE(아랍에미리트) 등을 합쳐 모두 9개국이다. 올해 카잔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마치고 발표한 성명에서 달러 패권의 탈피를 모색하겠다는 뜻을 시사했었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이 된 것은 1870년대지만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건 2차 세계 대전 이후였다. 그 뒤로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은 계속 있었다. 근본적인 위기는 물론 항상 미국이 스스로 초래한다. 1971년의 금본위제 포기나 2008년 금융위기가 그렇고 연간 2조달러에 이르는 재정적자와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가까운 국가부채가 그렇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예전과 다르다. 2000년 30%를 넘었던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중은 현재 26% 수준으로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달러 우위의 은밀한 감소(The Stealth Erosion of Dollar Dominance)”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중앙은행들의 외화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1999년 71%에서 2021년에는 59%로 줄었음을 보여 준다. 아마도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정책,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도 달러 패권에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달러의 시대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금본위제를 포기한 뒤 달러 패권의 유지를 고심하던 미국은 석유를 선택했고 1974년에 모든 석유 거래는 달러로만 결제한다는 이른바 페트로 달러(Petro Dollar) 협정을 사우디와 체결했다. 지난 6월 사우디는 이 협정의 종료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사우디 중앙은행이 요즘 열심히 사들이고 있는 건 바로 미국의 국채다. 보유한 미국 국채는 4년 만에 가장 많은 1439억달러 규모라고 한다.


달러가 기축통화인 이유는 우리가 달러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달러의 힘에는 다른 이유가 없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달러화를 빼고 기축통화가 될 수 있는 후보로는 중국 위안화와 유럽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영국이나 일본은 규모에서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유럽은 기축통화를 논할 경제 상황이 아니다.

남는 건 세계 1위의 무역 대국으로 세계 무역에서 11%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위안화다. 중국은 위안을 달러의 대안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역시 달러를 대신하기는 어렵다. 화폐는 보통 가치 척도의 기능과 가치저장 기능 그리고 교환 기능을 가진다고 한다. 특히 국제 결제에 사용되어야 하는 기축통화는 많이 쓰여 거래 비용을 낮추는 네트워크(network) 효과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유동성과 신뢰성이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달러를 빼고 이런 요소를 모두 가진 화폐는 없다. 심지어 비트코인도 달러를 기반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물론 국제 금융 시스템이 영원히 지금처럼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고 달러의 시대도 언젠가는 끝난다. 하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우위에 변화는 없을 것이다. 기축통화는 흔히 말하는 ‘트리핀의 딜레마(Triffin’s dilemma)’를 피할 수 없다고 한다. 세계 경제에 필요한 국제통화를 공급하면서 이를 위해 경상수지 적자를 감내해야 한다는 말이다. 중국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국제 무역 결제에서 차지하는 위안화의 비중은 아직 3%를 넘지 못한다.

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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