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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치가 벤처투자 발목…미래 성장동력 우선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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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치가 벤처투자 발목…미래 성장동력 우선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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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정치적인 이슈가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투자 난이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4일 한국벤처투자가 주최한 '코리아 벤처캐피털(VC) 어워즈' 행사에서 윤건수 한국VC협회 회장은 축사 도중 이 같은 우려를 밝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초유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가 벌어진 당일 저녁 진행된 행사 자리였다. 우수 모태펀드 운용사와 심사역을 선정해 수상하고 출자자(LP)와 VC를 연결하는 축하 분위기였지만, 현장 곳곳에서 간밤 전개된 정치 상황을 걱정하는 업계 종사자 간 대화가 이어졌다.


수년째 '투자시장 혹한기'를 겪는 VC 업계는 이번 사태가 더욱 원망스럽다. 그간 윤석열 정부에서 투자 환경은 악화일로였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모태조합 출자예산이 대폭 삭감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예산은 4540억원으로 2020년 1조원의 절반에 불과했다. 그나마 내년 예산안이 올해보다 10%가량 늘어난 5000억원으로 편성됐는데, 계엄 사태 등으로 국회 예산안 논의가 올스톱됐다. 모태펀드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벤처투자 대표 자리가 1년 넘게 공석인 점도 문제다. 2개월 전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됐지만, 정치 혼란에 연말까지 대표 선정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대통령실 재가 없이 최종 선임이 이뤄지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시장 전반의 자금 유출 및 불확실성까지 확대되면서, VC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더욱 굳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10월까지 국내 업력별 신규투자 비중은 초기투자가 20%에 그쳤고, 후기투자는 45%에 달했다. 지난해는 초기투자와 후기투자 비중이 각각 24.6%, 37.8%였다. 자금이 많은 VC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고려하면 지금이 투자 적기'라며 여유를 부릴 수 있겠지만, 다수의 VC는 신규 투자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안정지향' 투자 기조가 짙어지면 '아이디어와 기술 경쟁력을 가진 초기 기업을 발굴한다'는 모험자본의 본질이 퇴색된다.


저성장·저출생 문제를 겪는 우리나라는 반도체 이후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일이 절실하다. 탄핵 절차에 따른 혼란과 별개로, 정치권은 벤처투자 활성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VC 업계가 요구해 온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가 현실화하면 최소 수조원의 자금이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 VC가 투자기업 기업공개(IPO)를 통해 수익을 내는 만큼, 원활한 자금 회수를 위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 역시 신규투자 확대의 전제 조건이다. 개인투자자 돈을 공모로 모아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법안도 지난 21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가 최근 재발의된 상태다. 국회의원 200명의 동의가 필요한 탄핵과 달리, 정치권의 관심과 노력만 있다면 빠르게 추진 가능한 사안들이다. 정치가 벤처투자의 발목을 잡는 일은 더 없어야 한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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