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치적 자해' 극단적 승부수
직무정지땐 경제·외교 초비상
트럼프와 정상회담 계획도 차질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천하람 원내대표,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4일 국회 의안과에 야6당이 공동발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지난달 페루 해외 순방을 동행한 기자는 현지에서 뜻밖의 경험을 했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수도 리마의 분위기는 기대와 사뭇 달랐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하는 APEC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은 페루는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었지만 행사장 밖에서는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시위가 거세게 벌어지고 있었다. 페루 정부가 리마를 비롯한 주요 지역 경계수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 주요 도로가 통제된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반정부 시위대는 현 대통령 퇴진을 강력히 촉구하는 가두행진을 벌였다. APEC 행사장 안팎의 상반된 풍경은 오히려 내홍을 겪는 페루 상황을 해외 정상들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폭풍이 정국을 격랑으로 몰아넣고 있다. 야당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여당은 탄핵안 이탈표를 막아 부결시키는 데 전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한밤의 비상계엄 사태는 현직 대통령 탄핵을 촉발하는 '트리거'가 됐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까지 단 6시간 만에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태는 국민들에게 깊이 각인됐다.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에 경고장을 준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해명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여소야대 상황으로 인한 국정 운영 차질, 감사원장 등 잇단 야당의 탄핵 추진으로 행정부 마비에 대한 무력감이 분노로 표출됐다는 점에는 십분 공감한다. 하지만 '정치적 자해'와 다름없는 극단적 승부수에 대통령직을 걸었다는 '참을 수 없는 판단의 가벼움'은 단순한 충격을 넘어 공포감마저 느끼게 한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온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그간 윤 대통령이 줄기차게 언급해왔던 경제와 민생은 찬밥 신세가 됐다. 내년 정부의 경제 운용 전략과 정책이 담긴 ‘2025 경제정책 방향’은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불투명하게 됐다. 임기 후반기를 맞아 양극화 해소를 주요 국정 과제로 삼고 관련 정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대통령의 계획도 공수표가 됐다. 전날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여파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참모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면서 추진 동력도 상실됐다.
특히 외교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이후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계획도 어그러질 수 있다. 만약 트럼프 2기 대응에 집중해야 할 시기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 우리나라 경제뿐만 아니라 미국의 통상 압력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내년 APEC은 우리나라 경주에서 열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방한이 예정된 가운데 페루 같은 상황은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내년 세계 경제 키워드를 '트럼프 피벗(Pivot·정책 전환)'으로 제시했다. 올해가 글로벌 통화정책 피벗의 해였다면, 내년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가져올 세제·무역·산업 전 분야에서 정책 전환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에 위험이 도사리면서 어느 때보다 철저한 준비에 여념이 없어야 할 중차대한 시기 대한민국은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 폭격을 맞았다. 그 무모한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이 지고 해결해야 한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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