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한국 위상 크게 달라져
日 총리 "국익 중요" 발언 주목
철저한 셈법 통해 실리 추구해야
"엄마,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이 쫙 깔렸어. 일본에서도 K-팝을 이렇게 좋아해?"
징검다리 연휴가 낀 10월 첫째 주 방문한 일본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타워레코드 건물 5층. K-팝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을 처음 방문한 딸이 흥겨운 목소리로 물었다. 낯선 일본 땅 수도에 위치한 최대 음반 가게에서 한 층을 떡 하니 차지한 우리나라 가수들의 앨범을 본 초등학생 아이는 제 눈으로 K-팝의 인기를 확인하고는 신나게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마치 기자의 학창 시절 우리나라 음반 가게를 차지하고 있던 J-팝을 연상시키는 풍경이다.
아이의 탄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식사를 위해 들른 대형 쇼핑몰 곳곳에서는 K-푸드를 파는 한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밤이 되자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도청 잔디밭에는 외국인들이 모여들었다. 건물을 활용한 비디오 아트를 보기 위해서다. 도쿄도청 45층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무료로 야경을 볼 수 있는데 관광객들에게는 마치 큰 서비스처럼 느껴진다.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주요 관광지를 비롯해 호텔·지하철·음식점에 한국어 안내가 상세히 적혀있다는 것이다. 대학 시절 배낭여행 왔을 때 일본어 간판에 난처했던 경험을 했던 기자로선 격세지감을 재차 실감했다. 번역기를 설치한 스마트폰만 있다면 일본 여행을 국내처럼 즐기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다.
한국 관광객을 위한 일본의 배려가 남달라진 것은 다름 아닌 최다 방일 외국인이 한국인이어서다. 슈퍼 엔저 영향으로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2500만명을 넘어섰다. 그중 한국인 관광객이 전체 4분의 1이 넘는 696만명에 달한다. 최다 손님에 친절한 서비스를 베푸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국민들의 주머니도 과거보다 두둑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6194달러로 3만5793달러인 일본을 처음으로 제쳤다. 장기 불황의 여파로 한때 5만달러를 넘어섰던 일본의 국민소득은 3만달러 중반으로 고꾸라졌지만 1만달러대였던 한국의 1인당 소득은 3배 늘어났다.
반환점을 맞는 윤석열 정부는 최대 성과 중 하나로 한일 관계 개선을 꼽는다. 동남아시아 3국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마지막 순방국인 라오스에서 개최되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신임 총리와 첫 정상회담에 나선다. 일본 권력 교체 후 첫 회담인 만큼 양 정상은 지난 2년간 개선된 한일 관계에 대해 되짚고, 수교 60주년을 맞는 내년 한일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시바 총리가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한시름 덜었지만 그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신뢰 관계를 높이고 우호를 돈독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자가 국익을 바탕으로 어떻게 진지한 논의를 하고 성과를 얻을 것인가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여느 때보다 활발한 한국인의 일본 방문에 더해 한국의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 철저한 셈법을 통해 실리를 추구하는 정밀·전략 외교가 절실하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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