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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떠나간 이들의 마지막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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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예술가들의 묘지 순례기
보들레르부터 고흐, 카뮈까지
한 생애가 축약된 묘비명과 함께
고인의 사람들, 흔적을 살피다

"삶에도 죽음에도 차가운 눈길을 던져라. 말 탄 자여 지나가거라."(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묘비명)


사람들은 생을 마친 이후에도 남겨진 이들에 의해 영원히 기억된다. 떠난 이들의 삶을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육신과 정신이 마지막으로 잠드는 묘지다. 고인의 곁에 남은 사람들은 대개 그가 가장 아꼈던 말 또는 상징물을 묘지에 둔다. 이 책의 저자는 "누군가의 생애, 그 사람의 기질을 알려면 그 사람의 묘지, 영면처에 가보라"고 독자들을 인도한다.

작가이자 문학 연구자인 저자는 시인, 소설가, 화가, 음악가 등 다양한 예술가, 문학가들의 생애 공간과 묘지를 찾아간다. 샤를 보들레르, 빅토르 위고, 알베르 카뮈 등 고전 작품들로 대중에게 매우 친숙한 이들이다. 묘비에 적힌 구절뿐 아니라 고인의 생애, 작품 구절, 터전의 분위기까지 생생히 전달한다. 묘지만을 따라 걷는 여행이 이토록 풍요로울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묘지 순례길은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다. 실존주의 철학가로 알려진 장 폴 사르트르는 배우자인 시몬 드 보부아르와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에 합장묘를 두고 영면해 있다. 생전에는 계약 결혼의 방식으로 각자의 삶을 자유로이 유지해 왔지만, 생후에는 하나의 묘에 묶여 있는 모습이 역설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나란히 누워 있는 그들의 묘 앞에서 저자는 '그들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변함없이 나란히 옆에, 각자의 영역에 있다'고 묘사한다.


[빵 굽는 타자기]떠나간 이들의 마지막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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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저자는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묘 앞에 도착한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부재로 육군 소령과 재혼한 어머니 아래에서,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 속에서도 고독을 느끼며 살아간다. 특유의 결핍 속에서 보들레르는 군중 속 쓸쓸함을 다루는 시인으로 널리 알려졌다. 생전 무덤도, 묘비도 원치 않았던 그는 가족묘에 어머니와 함께 묻혀 있었다.

파리 근교 오베르 마을에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그는 동생 빈센트 반 테오와 함께 마을의 공동묘지에 영면했다. 묘지 주변에는 그를 상징하는 해바라기가 곳곳에 놓여 있다. 생애 내내 가난한 예술가였던 고흐와 그의 유일한 조력자였던 테오는 죽음 이후에도 나란히 누워 서로에게 기대고 있는 모습이다.


책에는 다양한 작가들의 묘비명이 소개된다. 한 사람의 생애가 축약돼 아로새겨진 것이다. 저마다의 작품들만큼이나 묘비에 새겨진 문구들은 개성이 가득하다. '나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네.'(마르셀린 데보르드 발모르) '신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해준다.'(에디트 피아프)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니코스 카잔차키스)


저자는 파리를 지나 러시아, 모스크바, 그리스 등 유럽 전역의 다양한 나라들을 거쳐 가며 묘지를 순례한다. 그리고 '모든 것은 거기 있었다'고 말한다. 많은 예술가가 살아 있는 동안 고독했고, 끊임없이 실존에 대해 고뇌했지만 결국 남은 것은 '사랑'이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우리의 삶은 남은 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남겨질 수 있을까. 색다른 방식으로 유럽 기행을 떠나고 싶은 이들, 예술가들의 삶과 생의 의미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함정임 지음|현암사|552쪽|2만9500원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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