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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양피지 속 놀라운 비밀…'시조' 천문학자 찾았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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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연구팀, 기원전 190~120년대 추정 별자리 관측 결과 담긴 문서 발견
수도원 보관 중 10~11세기 양피지 배경에서 숨겨진 문장 연구 결과
최초 천문학자 그리스 '히파르코스' 연구 결과 필사본으로 추정돼

프랑스 소르본느대 연구팀이 천문학 학술지에 게재한 이집트 성카타리나 수도원 소장 양피지.

프랑스 소르본느대 연구팀이 천문학 학술지에 게재한 이집트 성카타리나 수도원 소장 양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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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이집트의 한 수도원에서 발견된 중세 시대 양피지에서 놀라운 보물이 발견됐다. 평범한 기독교 서적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배경에 희미하게 고대 그리스어로 쓰인 별자리 목록이 적혀 있었다. 과학자들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별을 체계적으로 관측하고 천체 운동을 계산하기 시작한 '최초의 천문학자' 히파르코스의 흔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팀은 최근 이런 내용의 논문을 펴내 학술지 '천문학 역사 저널(Journal for the History of Astronomy)'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 대상이 된 양피지는 이집트 시나이반도에 있는 그리스 정교회 소속 성 카타리나 수도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중세 책자다. 현재는 전체 페이지 중 대부분이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성경 박물관의 소유로 돼 있는 상태다. 양피지의 겉면에는 10~11세기 사이에 시리아어로 쓰인 기독교 관련 기록들이 있다. 그런데 이 양피지는 '재활용된', 즉 중세 시대 수도승들이 이전에 적혀 있던 글들을 지우고 새로 다른 글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이에 과학자들은 처음에는 또 다른 기독교적 문구가 쓰여 있었을 것이라고 여겼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성경학자 피터 윌리엄스가 2012년 학생들에게 과제로 주고 연구를 시켰는데, 2017년 우연히 한 학생이 천문학자 에라토스테네스의 것으로 여겨지는 그리스어 구절을 발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2017년부터 미국 로체스터대 등 전문가들이 나서 다중이미지 촬영 기법과 컴퓨터 알고리즘 분석 등을 통해 집중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이 결과 천문학과 관련된 주제로 작성된 9개의 문장이 발견됐고, 탄소동위원소 측정과 필체 분석 등을 통해 5~6세기쯤 필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엔 에라토스테네스의 별 기원 신화와 별자리를 설명하는 것과 함께 기원전 3세기쯤 지어진 유명한 시의 일부 구절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최근 2년 새 추가 연구 결과 한 페이지 분량의 문장이 더 드러났다. 파리 소르본대학의 연구팀은 이 문장들이 '북쪽 왕관 별자리'의 길이와 너비를 나타내며, 광대한 밤하늘의 동서남북에 위치한 별자리들의 좌표임을 알아냈다. 또 이를 기반으로 이 문장을 작성한 천문학자가 대략 기원전 129년쯤 별자리를 관측했다는 점도 추정해냈다. '최초의 천문학자'로 추정되는 히파르코스의 활동 시기와 일치하는 결과였다.

이는 현재까지 가장 오래된 천문 관측 기록으로 알려진 2세기경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천문학자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마이오스가 남긴 기록보다 훨씬 앞선 것이다. 프톨레마이오스는 1200년간이나 진리로 여겨졌던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가 회전한다는 '천동설'의 바탕이 된 천문학 서적 '알마게스트'를 저술했다. 그러나 그는 책 곳곳에서 자신보다 300년 먼저, 즉 기원전 190~120년 사이에 그리스 로도스섬에서 활동한 히파르코스의 별자리 관측 자료를 인용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천문학자들은 '최초'지만 '잃어버린' 천문학계의 시조가 남긴 흔적을 추적해 왔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미징 기술의 발전에 따라 성 카타리나 수도원에 보관된 양피지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추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오직 유럽에서만 수많은 양피지가 주요 도서관에 보관돼 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수천개의 양피지에서 놀라운 발견을 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발견 사례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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