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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스페이스X'를 따라잡으려면[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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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파산 경고' 하며 투자, 또 투자
나사도 기술·인력·재정 지원
경영진 비전·국가적 체계 필요

한화가 '스페이스X'를 따라잡으려면[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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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한화가 한국판 ‘스페이스X’로 도약한다."


지난 7일 정부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누리호 기술 이전·상업화를 담당할 ‘한국형 발사체 체계 종합기업’으로 선정하자 나온 언론 보도들의 제목이다. 스페이스X가 미 항공우주국(NASA)의 기술 이전 등을 통해 민간 우주개발 최강자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그런 표현도 가능하다. 하지만 많이 다르다. 스페이스X가 재계를 주름잡는 대기업의 상속자라면, 한화는 가진 거라고는 소 한 마리(누리호)밖에 없는 빈농의 맏아들에 불과하다.

스페이스X가 어떻게 그렇게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보자. 오직 ‘화성 테라포밍(지구화)’이 자신이 돈을 버는 이유라는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 테슬라를 팔아 번 전 재산을 몽땅 쏟아부어 가며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12월엔 전 직원들에게 ‘파산 경고’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화성 탐사용으로 개발 중인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 엔진 개발이 늦어지자 머스크는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내년까지 2주 1회꼴로 스타십 비행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파산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머스크는 또 NASA 등 공공 우주개발 기관들이 상상도 못 하는 리스크 감수를 통해 고난도의 기술을 이른 시일 내 개발하도록 했다. 로켓이 폭발해 손해를 봐도 좋으니 일단 쏘고 그 경험과 데이터를 이용해 더 멀리 도약하자는 것이었다. 설립 20년에 불과한 스페이스X가 수십 년의 노하우·전문인력을 보유한 공공기관인 NASA를 앞지르는 결정적인 이유다. 물론 국가 지원의 질과 저변의 수준도 차원이 다르다. 세계 최강 우주개발 기구인 NASA가 70년 쌓아 온 기술과 인력, 재정을 지원했다. 사회적으로 높은 우주에 대한 관심과 과학기술 수준도 든든한 토대가 됐다.


한화는 어떤 상황인가. 정부로부터 발사체 기술 이전을 받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스페이스X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기술 수준 격차부터 크다. 스페이스X가 개발한 팰컨9 발사체나 스타십이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페라리 정도라면 누리호는 포니 수준 정도다. 지난 8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의 보고서는 재활용 발사체 개발·상용화 가능 시기를 2040년 이후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지원이나 우주개발 사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비전과 체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누리호 4회 추가 발사와 개량(차세대 발사체 개발) 외에는 아직 뚜렷이 결정된 것이 없다. 겉으로는 ‘뉴스페이스 시대’라지만 당분간 우주개발 산업 전체가 정부 예산에 매달리는 ‘관급 시대’가 계속될 것이 뻔하다. 저변 환경도 열악하다. 정치적 외풍이 심한 데다, 인재 풀, 과학기술 수준, 국민 관심, 국가 경제 규모도 미국은 물론 유럽·중국·일본·인도 등 기존 우주 강국들에 비해서 갈 길이 멀다. 딱 하나, 주체적인 요소는 여지가 있다. 한화 경영진이 머스크의 ‘광기 어린’ 투자와 리스크 관리를 따라갈 수 있는지 말이다.


너무 현실적인 얘기라, 찬물 끼얹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한화가 정말로 스페이스X처럼 성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답’을 구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우주개발 전문기관(항공우주청) 설치를 계기로 국가적 우주개발 시스템, 장기적인 계획을 더 정교화하고 구체화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도 필수다. 이를 통해 기왕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했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최단기간 내 상업용 우주발사체 시장에서 스페이스X를 따라잡겠다는 정도의 비전은 나와야 한다. 우주개발에서도 K-열풍을 일으키자는 각오가 필요하다. 여기에 한화도 답을 내놔야 한다. ‘가을 야구’도 못 갔는데, 스페이스X를 따라잡을 수 있겠냐는 국민들의 물음에 대한 답이어야 할 것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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