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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허물어진 시대"…홈쇼핑 규제는 '그때 그대로' [역주행하는 유통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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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독점적 지위 옛 말"…5년 재승인심사·송출수수료 짓눌린 홈쇼핑

5년마다 재승인 심사…中企 지원 등 공적 책무 강조
1년 전부터 심사 준비…사업 집중력 분산, 정성적 지표 주관적 평가 가능성
과도한 송출수수료도 도마 위…작년 홈쇼핑 매출 57% 수준까지 올라
영업이익 곤두박질…1분기 홈쇼핑 4사 10~62% 하락
"사업자간 불공정한 협상 환경 조율 위한 정부 개입 필요"

홈쇼핑 방송 화면(이미지와 기사 내용은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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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과거 홈쇼핑이 갖고 있던 방송유통사업자로서 독점적 지위는 사라진 지 오래지만, 관련 규제는 여전히 예전 상황에 머물러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TV(IPTV)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내는 송출수수료가 홈쇼핑 합산 매출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치고 올라온 데 대한 업계의 위기 의식도 상당하다. 업 안팎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 유통 패러다임 전환 시대에 홈쇼핑 산업 본연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홈쇼핑 사업자는 방송법에 따라 5년마다 사업 운영권 허가를 얻기 위한 재승인을 받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재승인 심사위원회를 열어 비공개로 심사를 진행한다. 1000점 중 650점 이상을 얻어야 향후 5년간 사업을 할 수 있다. 심사에선 공정거래 관행 정착, 중소 납품업체 보호·지원, 시청자·소비자 권익보호 등 공적 책무가 강조된다. 방송심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수십개의 규제 심의도 받는다. 업계는 통상 1년 전부터 심사 준비를 시작해 관련한 행정적 준비에 에너지를 쏟기 때문에, 그만큼 사업 집중력은 분산된다고 호소한다. 재승인 심사기준 역시 정량적 지표보다 정성적 지표가 많아 주관적 평가가 이뤄지기 쉽다는 목소리다. 정책 당국 등이 사업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재심사를 악용할 우려도 상존한다.

과도한 송출수수료로 대변되는 업태간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에는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홈쇼핑이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자릿세' 개념으로 지불하는 송출수수료는 매년 몸집을 키워 2020년 이후 전체 홈쇼핑 실적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덩치가 커졌다. 방송통신위원회 '2020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 주요 현황'에 따르면 홈쇼핑사들의 2020년 송출수수료는 2조234억원으로 2조원을 웃돌았다. 같은 해 홈쇼핑사 전체 매출액 3조8108억원의 53.1% 수준이다. 지난해엔 2조2000억원에 달해 전체 매출액의 56.5% 수준까지 증가했다. 송출수수료 부담에 영업이익은 매년 곤두박질 치고 있다. 지난해 홈쇼핑 4사(GS·CJ·롯데·현대홈쇼핑)의 합산 영업이익은 4919억원에 그쳤다. 전년대비 20.4% 급감한 수치다. 올해 1분기 역시 이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0~61.6% 하락하는 등 상황이 녹록지 않다.


홈쇼핑 업계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사이 '황금채널' 사수 등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자릿세를 지불하고 있다고 말한다. 업계는 홈쇼핑 시장 현실이 반영된 공정한 수수료 산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의 송출수수료 결정을 '사업자간 자율 영역인 계약의 영역'으로 선을 긋기에는 계약 당사자가 양측 모두 공적인 책무를 띠고 있고, 한쪽의 우월적인 지위가 분명해 사업자간 불공정한 협상 환경이 불가피하다는 게 홈쇼핑 업계의 호소다.


업 내에서도 규제 강도가 달라 형평성 논란이 크다. 모바일 기반 소비자 행태 변화에 따라 급부상하고 있는 라이브커머스가 규제 사각지대에 있어 '방송 사고' 수준의 개별 라이브조차 사실상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투입돼야 할 인력 및 재원에서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어서, 미디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홈쇼핑 업계의 설명이다. 이같은 역차별을 바로 잡기 위해 홈쇼핑 규제를 현실화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유통 환경이 달라지고 시청자 정보 접근 방식 역시 다양화됐는데 시대가 달라진 상황에서 규제만 예전 그대로"라며 "홈쇼핑에만 유독 과도한 규제, 높은 송출수수료 등이 낳는 피해는 홈쇼핑 편성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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