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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인가, 관리인가? 사무실 복귀가 만든 '출첵' 고민[찐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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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1914년 미국 포드자동차는 디트로이트 공장 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해 '사회 담당 부서(The Sociological Department)'를 만들었습니다. 이 부서는 하루 5달러라는 당시 고임금을 받던 포드 직원들이 따라야할 규정을 만들고 이들을 관리·감독했죠. 이 부서는 직원들의 집을 갑작스럽게 방문해 청결 상태를 확인하거나 직원들의 자녀가 학교 출석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심지어는 은행 기록을 살펴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예금 계좌를 만들었는지 들여다봤어요.

(사진출처=더헨리포드 홈페이지)

(사진출처=더헨리포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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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지난 지금 들어보면 어떻게 적용됐나 싶을 정도로 회사가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관리했다는 의미가 되는데요. 그 당시만 해도 대량생산의 시작으로 직원의 수가 급격히 늘면서 이들을 모두 관리할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해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대가 변하면 근로자들의 의식과 업무 형태의 변화가 이뤄지고 결국 직원들을 관리·감독하는 방식도 달라지게 되죠.


코로나19 시대를 거쳐 유연한 근무 형태가 잇따라 도입되면서 직원들의 관리·감독 시스템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전 세계 곳곳에서 기업들의 사무실 복귀가 이어지고 있지만 유연한 근무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재택·원격근무가 보편화하고 있죠. 이렇게 되면서 직원들의 출·퇴근과 이들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지, 아니면 별도의 출·퇴근 시스템 없이 신뢰를 바탕으로 직원들이 가져오는 성과를 평가해 나갈지 등을 놓고 고민되는 겁니다.

출근 모니터링 어떻게 하고 있나요

올해 사무실 복귀를 시작한 JP모건은 직원들의 출근 여부를 철저하게 모니터링 하고 있습니다.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JP모건은 일주일에 최소 3일은 사무실에 나오라고 지시했는데요. 직원들의 전자 ID 추적을 통해 사무실에 출근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보고서 형태로 만들어 관리자들에게 전달하거나 대시보드 형태에 띄워 인사 담당 직원들이 출근 규정을 지키지 않는 직원들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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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도 전자 ID를 활용한 출근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요. 각 팀별로 사무실 출근 인원 수를 스프레드시트로 만들어 파악하고 일주일에 3~4회 이상 출근하지 않는 직원들은 팀장에게 연락을 받는 식이라고 합니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모두 코로나19 시기에도 수장들이 사무실 출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회사인 만큼 철저한 출·퇴근 관리를 통한 직원들의 복귀를 서두르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 직원의 출·퇴근 기록은 모으되 개별 직원들의 출·퇴근 패턴을 일일이 살피지는 않는 경우도 있는데요.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전자문서 결제업체 도큐사인은 7000명이 넘는 직원들의 출·퇴근 여부를 보진 않고 사내 책상이나 컨퍼런스룸의 예약 정보만 파악, 각 팀들이 사무실을 언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만 볼 뿐 그 시간에 어떤 직원이 그곳을 이용하는지까지는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해요. 조안 버크 도큐사인 인사 담당자는 "우리 직원들은 어디에 있든 일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보였다"고 말했어요.

"성과·신뢰 바탕돼야" 인식 변화

사실 출·퇴근 관리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곧바로 나온 것이죠. 재택근무하는 인력이 크게 늘면서 집에서 일하더라도 생산성을 높게 유지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관리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본 것이죠. 그동안 관리자들은 사무실에 출근해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눈으로 보고 이를 통해 업무 생산성을 파악하는 식의 인사 관리를 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생각입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대규모 고용주 중 직원들을 감시하고 업무 생산성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응답자가 두배로 들어 전체의 60% 비중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향후 3년간 이 비중은 7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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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과정 속에서 직원들의 인식 변화는 물론 개인정보 문제까지 대두됐는데요. 기업의 존재 목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 직원들의 출석보다는 성과를 중시하고 감시가 아닌 신뢰를 하는 새로운 조직관리 인식이 생겨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여기에 GPS를 활용해 직원들의 위치를 파악한다거나 카메라를 통해 노트북 앞에 직원이 앉아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안면인식시스템을 설치하도록 해 개인정보·인권 침해라는 지적까지 일기도 했죠.


일부 전문가들이 감시 시스템에 의존해야하는 기업들은 직장 문화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는데요. 원격근무 전문가인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는 "축구선수를 고용한 다음 '당신이 골을 얼마나 많이 넣든 상관 없이 당신이 훈련하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면서 "만약 회사가 출근 일정을 일일이 파악하고 있다면 (조직문화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왜 직원들을 성과로 평가하지 않는가"라고 말했어요.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대형 사건을 겪으며 업무 형태와 조직문화, 이해관계자들의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죠. 출·퇴근 관리 감독 문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지난 2년여간 다양한 실험을 해온 만큼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소통해 최적의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조직문화, 인사제도와 같은 기업 경영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외신과 해외 주요 기관들의 분석 등을 토대로 신선하고 차별화된 정보와 시각을 전달드리겠습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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